출처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54316.html
“법인세 인하가 대세” 기재부 말 틀렸다…바이든 340조 증세 비밀은?
등록 :2022-08-11 07:00 수정 :2022-08-11 08:58 박종오 기자
미, 세율 인상없이 법인세 340조원 증세
기존제도 허점 보완…새 과세방식 도입
한국은 ‘묻지마 공제 확대’ 바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나라도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율을 내린다.” (7월2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자간담회) 국내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근거다.
기재부 쪽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연방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1→28%)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한다. 법인세 감세가 국제적인 대세라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미국 상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보면 미국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없이도 10년간 약 340조원(258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증세를 단행하기로 했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 ‘세율 인상 없는 초대형 증세’의 비밀은 기업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 기업의 소득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먼저 투자자들이 볼 수 있는 회계 재무제표상의 순이익이 있다. 또 세법에서 인정하는 각종 비용을 이익에서 빼는 등 조정을 거친 세무상의 순이익이 있다. 이중 기업이 실제 국세청에 세금 낼 땐 ‘재무상 이익’이 아닌 ‘세무상 이익’을 사용한다. 한국과 미국 모두 마찬가지다.
인플레감축법은 앞으로 미국 대기업들이 최소한 재무제표상 순이익의 15%를 법인세로 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연간 순이익이 3년 평균으로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가 넘는 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예를 들어 재무제표의 순이익이 연 10조원인 회사가 실제 국세청에 납부한 법인세가 1조원이라면 재무상 순이익의 15%(1조5천억원)에 미달하는 5천억원만큼 세금을 더 내라는 의미다. 제조업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미국에 진출한 삼성·에스케이(SK)·현대차 등은 이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런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이유는 기존 법인세 과세 제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 때문이다. 미국 사정에 밝은 전직 회계업계 관계자는 “아마존 등 이른바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세법의 루프홀(허점)을 악용해 세무상 순이익을 줄이는 방법으로 법상 세율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걸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 증권 전문매체 <배런스>의 보도를 보면 아마존닷컴의 최근 3년간 평균 세전 이익은 254억달러(약 33조원)에 이르지만, 각종 공제 등을 제외하고 실제 부담한 세율(실효세율)은 9%에 불과하다.
세무 전문가인 한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이 각국의 비과세·공제 기준과 세율이 제각각인 점을 이용해 세금 부담이 적은 국외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익을 쌓아두는 것”이라고 짚었다. 기업 재무제표에서는 이런 해외 자회사의 순이익이 보유 지분율 만큼 모회사 순이익에 더해지는 까닭에 이익을 일부러 축소하는 게 불가능하다.
물론 이 같은 증세 방식을 비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가 기업의 투자나 일자리 창출 등을 유도하기 위해 세법에 만들어 놓은 기존 비과세·공제 규정 등을 무력화할 수 있어서다.
미국 인플레법의 증세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있다. 단순히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기존 과세 제도의 허점이나 구멍을 보완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등 특정 대기업을 위한 ‘묻지 마 공제 확대’ 바람이 불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에도 정책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기존 비과세·감면 제도를 줄이려는 노력이 미흡한 편이다.
미국 세금 정책 연구기관인 <택스파운데이션>은 인플레법의 법인세 증세로 미국 기업들의 실효세율이 현재 18.7%에서 내년에는 19.4%로 올라갈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은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이 미국보다 높은 25%지만, 실효세율은 18.1%(2021년 기준)로 미국을 밑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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