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11061421001
명색이 청와대인데···청소·경비인력 ‘민영화’로 고용불안 우려
입력 : 2022.11.06 14:21 수정 : 2022.11.06 15:55 조해람 기자
청와대 본관과 관저가 공개된 5월26일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부가 지난 5월 시민에 개방한 청와대의 환경미화·경비 등 노동자 140여명을 ‘간접고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 시설관리는 명백한 ‘상시·지속적 업무’로 직접고용이 원칙이다. 국가 중요 문화재를 관리할 직원들이 위태로운 불안정 고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2023년 청와대 복합문화예술공간 조성사업 예산안’을 보면, 문화재청은 내년 청와대 입장관리 및 관람안내·편의시설 운용인력 140명 전원을 내년부터 민간 용역업체에 위탁하기로 했다. 140명은 입장관리 등 ‘입장운영인력’ 70명과 ‘방호·경비·순찰인력’ 50명, ‘환경미화·청소관리인력’ 20명이다. 문화재청은 140명에 대한 인건비로 61억170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 5월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개방된 청와대는 지금도 관련 인력 상당수를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사용 중이다. 현재 청와대 개방운영 인력은 180명인데, 이중 운영총괄·지원 정규직 35명을 뺀 145명이 환경미화·입장관리·안전관리 등 인력이다. 145명 중 민간 용역 비정규직이 128명이고 공무직 기간제노동자는 17명이다.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면 공무직 기간제노동자도 전부 민간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다.
청와대 본관과 관저가 공개된 5월26일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을 둘러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시설관리노동자를 민간 용역업체에 위탁하면 비정규직·하도급 등 불안정 고용의 우려가 커진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은 매년 용역계약이 갱신되고 ‘원청’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할 수 없어 열악한 처우에 놓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통해 상시·지속적 업무의 기준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으로 정하며 이 업무를 하는 인력은 직고용하도록 했다.
이 점에 비춰보면 청와대 시설관리는 분명한 상시·지속적 업무로 공공부문 직접고용 대상이다. 청와대는 매우 큰 문화적 가치를 지니는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문화재청도 류호정 의원실에 “청와대 권역은 고려시대 남경 별궁에서부터 경복궁 후원을 거쳐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후원의 보존·관리 및 활용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조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청와대 경내 노거수(수령이 오래되고 큰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관리할 인력은 불안정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청와대 본관 및 관저가 공개된 5월26일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문화재청은 아직 대통령실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의 종합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간접고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우리도 상시 지속 인력을 써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서 좋지만, 아직 대통령실 로드맵이 나오지 않아 관리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무기계약직 상용 인건비를 부담하기에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며 “2024년이 돼야 고정적 인력 운용 가능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고 했다. 결국 정부의 노동 인식에 따라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청와대 관리인력 계약을 따낸 용역업체가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하더라도 고용 불안정은 해소되지 않을 우려가 크다. 계약이 1년 단위로 갱신되는 탓에 해당 업체가 계속 선정된다는 보장이 없다.
올해 관련 인력 중 17명을 공무직 기간제로 고용한 것도 적은 예산으로 빠듯하게 했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지난 5월 청와대가 급히 개방되면서 운영 예산은 본예산이 아닌 ‘예비비’ 명목으로 96억7000만원만 책정됐다. 내년도 예산 217억62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본예산에서 인건비를 가져와 여력이 닿는 한에서 고용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청와대 ‘선 공개, 후 계획’으로 애꿎은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우려만 커지고 있다.
류 의원은 “민간위탁 간접고용의 폐해를 고려하지 않은 문화재청의 면피성 예산 편성”이라며 “대통령실 자문단의 결정과 상관없이, 상시 지속 업무에 투입되는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최대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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