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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흰 해병대 잘못 건드렸다…안되면 될 때까지, 특검!"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입력 2024.06.01 10:50 수정 2024.06.01 20:23
 
'채해병 특검법 재의결' 부결 뒤 첫 주말 도심 집회
더불어민주당 범국민대회 3만여 명 '분노의 함성'
조국혁신당, 1000여 명 용산 대통령실 포위 집회
이재명 "우리가 주권자임을 직접 증명해야 할 때"
조국 "윤석열은 스마트폰 제출하고 수사 받으라"
 
1일 서울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범국민대회에서 시민과 해병대 예비역 대원이 태극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성공회 김경일 신부. 2024.6.1. 사진 이호 작가
1일 서울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범국민대회에서 시민과 해병대 예비역 대원이 태극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성공회 김경일 신부. 2024.6.1. 사진 이호 작가
 
"너희는 해병대 잘못 건드렸다. 우리는 끝까지 간다. 안 되면 될 때까지 끝까지 간다. (…) 귀신잡는 해병대가 이 더럽고 무능한 정권을 반드시 앞장서서 타도하고 말 것이다. 온 국민이 너희들이 망하는 꼴을 두 눈 똑똑히 뜨고 볼 것이다."
 
'채해병 특검법' 거부권 재의결이 무산된 뒤 첫 주말인 1일 서울역 4번 출구 앞. 70대 원로 목회자이자 노병(老兵)이 오후 뙤약볕에 거리에 나섰다. 해병 332기로 전역한 성공회 김경일 신부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윤석열정권 규탄 및 해병대원 특검법 관철을 위한 범국민대회'에서 "특검 재의결 부결로 채해병 부모님은 2차, 3차 가해를 당하고 있는데, 위로는 못할 망정 고문을 해서야 되겠냐"며 "국힘당과 대통령이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다"고 통분했다.
 
주최 쪽 추산 3만 명의 당원과 시민 앞에서 선 70대 신부는 다른 해병대 예비역과 함께 '필승' 구호로 경례하고 해병대 군가인 '팔각모 사나이'를 불렀다. 해병대 예비역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함께 전광판에 나온 군가 가락을 따라 불렀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특검법 부결 당시 대통령실과 여당을 거침없이 비판한 해병대 예비역의 결기는 집회에 참가한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에게도 전해진 듯했다.
 
1일 서울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범국민대회에서 해병대 예비역 대원들의 경례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4.6.1. 사진 이호 작가
1일 서울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범국민대회에서 해병대 예비역 대원들의 경례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4.6.1. 사진 이호 작가
 
이어 연단에 올라온 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티에프(TF) 단장을 맡은 박주민 의원은 채해병 특검법 부결로 공수처가 수사를 맡고 있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군 검찰의 경찰 이첩 서류 강탈이 이뤄졌던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 외압의 진실이 일부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핵심 당사자인 대통령 스마트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박 의원은 "새 공수처장조차 '수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검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걸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라면서 "최근 공수처에 외압이 가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이 상황에서 공수처에만 수사를 맡기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며 "반드시 특검을 관철해 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듭시다"라고 외쳤다. 사회를 보던 한준호 의원은 "박 의원이 이렇게 목청 터져라 연설하는 모습을 4년간 처음봤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특검을 거부한 대통령과 여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종섭 전 장관은 수일에 걸쳐 한덕수 국무총리, 박문규 국무조정실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경찰) 등과 잇따라 통화했고, 그 외에도 수많은 인사와 여당의원들과도 연락주고 받는다"면서 "범인이 아니고서야 왜 이렇게 긴박하게 움직이고, 기를 쓰고 특검법을 거부했겠냐"며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자, 노골적인 수사 방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일 서울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범국민대회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6.1. 사진 이호 작가
1일 서울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범국민대회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6.1. 사진 이호 작가
 
그는 "대통령으로서 기본 책무마저 거부한 대통령,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마저 무너뜨린 대통령, 특검법 폐기되니까 (국민의힘 의원과) 기분좋다고 술판 벌이는 대통령을 용서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은 짧고 역사는 영원하고,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편에 서서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외쳤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직접 주권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투표로 심판했음에도 승복하지 못한다면, 이제 국민들이 힘으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은 국민의 일꾼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바로 우리가 직접 손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는 우리가 맡긴 대리인들의 힘으로 제대로 가기는 어려운거 같다"며 "이제 이 나라 권력 주체이자 주인이고, 이 나라 미래와 우리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바로 우리 자신이이 직접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다만 "따로따로,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우리가 이제 작은 차이를 넘어서 함께 손잡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은 우리를 위해서 사용하라고 우리가 그들에게 잠시 맡긴 것이란 것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면서, "그 힘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에게만 있다"고 역설했다. "국민이 주신 권력으로 대신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되,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길거리에서 밤낮없이 쉬지 않고 함께 싸우겠다"면서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향해 여러분과 함께 손잡고 나아가겠다"라고도 강조했다. 
 
1일 서울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범국민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현 최고위원, 서영교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2024.6.1.
1일 서울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범국민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현 최고위원, 서영교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2024.6.1.
 
집회엔 지난 토요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가수 안치환이 무대에 올라 <광야에서> <내가 만일>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열창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따라불렀다. 집회에선 상징 의식도 있었다. 참가자 3만 명이 피켓을 들고 파도타기를 하며 장관을 연출했다. 이들은 "특검거부 윤석열 정권 온국민 분노한다" "해병대원 특검 관철 국민이 승리한다" "국민의 명령이다 특검으로 수사하라" "대통령의 수사개입 특검으로 규명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범국민대회에 앞서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선 조국혁신당이 '대통령실 포위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및 구속을 촉구했다. 집회엔 혁신당 조국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과 당원, 시민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 시작 전부터 극우단체가 대형 확성기를 동원해 방해했지만, 시민들이 더 큰 목소리로 "윤석열 탄핵" "윤석열 구속"을 외쳤다. 경찰은 극우단체 소음을 사실상 방치하고 통제하지 않았다.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뒤늦게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두 번 관여했지만 수사 개입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수사 축소 지시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궤변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해명에 "장두노미(藏頭露尾), 꿩이 쫓기다가 머리만 감추지만 몸통과 꼬리가 다 드러나서 결국 사냥꾼에게 잡힌다"라고 비꼬며 "지금은 숨길 수 있다고 오판했지만 사건의 전모는 마침내 꿩이 잡히듯이 다 드러나고 말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채해병 특검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5.20.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채해병 특검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5.20. 연합뉴스
 
조국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워크숍 당시 "지나간 건 다 잊자"며 건배사를 하고 맥주를 마신 윤 대통령을 상기시켰다. 윤 대통령은 워크숍에서 음주를 했을 뿐 아니라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까지 했다. 조 대표는 "이 날이 어떤 날인지 아냐"며 "얼차려 받다 숨진 육군 훈련병의 영결식이 열린 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피눈물을 흘리는 부모에게 윤 대통령은 조화 하나 보낸다"며 "우리 젊은이 목숨값이 당신들에게 겨우 그 정도냐"고 큰 목소리로 따졌다.
 
조 대표는 "윤 대통령이 맥주를 따라주고 어퍼컷을 하자 좋다고 웃는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 귀하들은 윤 대통령과 같이 침몰하는 것을 택했다"면서, 대통령을 향해 "공수처 수사나 겸허히 받으라"며 "개인 스마트폰을 공수처에 제출하라"고 외쳤다. 또 "조만간 채해병 특검법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천라지망(天羅地網), 하늘과 땅의 그물은 성겨보여도 모든 걸 잡는다"며 "새 특검법은 사고 책임자와 수사 회피 범인들을 빠짐엄이 옭아매고 잡아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발언을 마친 뒤,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대통령실을 포위하듯 길게 늘어서서 구호를 외치는 상징 의식을 했다. "윤석열을 수사하라" "특검으로 수사하라" "김건희도 수사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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