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가) 방심위 '김건희 모녀 23억 수익' 보도 법정제재 설 땅 있나 - 미디어스

출처 :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0061

관련뉴스 : [단독] "김 여사 계좌 시세조종 의심"…'도이치 주식' 분석 결과서 입수 - JTBC

 

방심위 '김건희 모녀 23억 수익' 보도 법정제재 설 땅 있나

JTBC, 한국거래소 '도이치모터스 이상거래 심리분석 결과서' 보도

김건희 모녀 차익 실현 과정…결과서 80쪽 중 20쪽이 '김건희'

시세조종 가능성 거론돼…금감원 수사의뢰 기준 훌쩍

방심위·선방위, MBC·YTN·CBS 보도·논평 무더기 제재

기자명 송창한 기자 입력 2024.10.02 18:02 수정 2024.10.02 19:03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와 장모 최은순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2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검찰 수사 결과의 근거가 JTBC를 통해 보도됐다. 한국거래소의 심리분석과 검찰 면담보고서로, 한국거래소는 김건희 씨 계좌의 '시세조종'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 이하 방통심의위)와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백선기, 이하 선방심의위)는 '김건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23억 원 수익을 올렸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전한 보도에 대해 법정제재를 내렸다. 사실관계를 따져보지 않고 '입틀막' 제재를 남발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JTBC '뉴스룸' 10월 1일 <[단독] "김 여사 계좌 시세조종 의심"…'도이치 주식' 분석 결과서 입수> 보도화면 갈무리

 

1일 JTBC '뉴스룸'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 앞서 진행한 한국거래소 이상거래 심리분석 결과서와 검찰·거래소 간 면담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앞서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김건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으로 2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보도된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2023년 2월)을 앞둔 검찰의 최종 의견서내용으로,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 당시 법원에 제출된 문건이다. 23억 원 수익의 근거가 JTBC를 통해 보도된 것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2020년 9월 16일 한국거래소에 2009년 4월부터 2011년 12월 30일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대한 심리분석을 의뢰했다. 80쪽 분량의 결과서 중 김건희 씨 거래에 대한 분석은 20쪽가량이다. 결과서에 등장하는 사건 관련 인물은 20명이다. 

 

한국거래소의 심리분석 결과에는 김건희 모녀가 수익을 거둔 과정, 다시 말해 수익 산출 근거가 자세하게 적혀 있다. JTBC는 "김 여사가 평균 3313원에 156만주를 장내 매수한 뒤, 기존 보유 수량과 증자 때 얻은 주식을 합쳐 모두 165만주를 3913원에 장내에서 팔았다고 적었다"며 "실현된 차익은 13억 1000여만 원, 팔지 않았던 주식 7800만 원어치를 합하면 모두 13억 9000만 원의 차익을 얻었다고 추산했다"고 전했다. 

 

JTBC '뉴스룸' 10월 1일 보도화면 갈무리

 

특히 분석 결과서에는 각 거래의 '호가 관여율'이 명시됐다고 JTBC는 보도했다. 호가 관여율은 전체 주문에서 시세조종 주문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금감원은 통상 호가 관여율이 5%가 넘을 경우 시세조종행위로 간주해 수사의뢰를 진행하기도 한다. 

 

JTBC는 김건희 씨 계좌의 호가 관여율이 5%가 넘는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2010년 11월 3일 모친 최은순 씨와 염모 씨가 판 주식을 김건희 씨가 살 때 호가 관여율은 16.11%, 다음 날 김모 씨와 백모 씨가 판 주식을 김건희 씨가 사는 과정에서 호가 관여율은 21.26%였다. JTBC는 "법원이 공소시효로 인정하지 않은 기간까지 넓히면, 종가를 기준으로는 호가 관여율이 64.64%까지 나온 경우도 있다"고 했다. 

 

검찰과 한국거래소 분석팀의 면담보고서에는 '김건희 씨와 최은순 씨,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다른 시세조종 세력들과 통정매매(정해진 시간에 짜고치는 주가조작 거래) 혐의가 새롭게 의심된다'고 적시돼 있었다. 

 

JTBC '뉴스룸' 10월 1일 보도화면 갈무리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행위에 가담해 부당이득을 봤는지 여부는 그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으로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과 별개로 입증되어야 할 사안으로 설명된다. JTBC는 "거래소가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주가조작 의혹의 중심에 놓고 분석을 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전체 주가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꼭 필요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김건희 씨는 올해 7월이 돼서야 '출장 조사' 형식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조금 비쌀 때 사서 쌀 때 매각한 게 많아서 나중에 수천만 원의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윤석열 캠프 법률팀은 김건희 씨가 4000만 원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선방심의위의 '법정제재'는 JTBC의 보도와 배치된다. 지난 1월 15일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방통심의위에 뉴스타파 기사를 인용보도한 MBC·YTN에 최고수위의 법정제재를 내려달라는 진정을 접수했다. 거짓 사실로 김건희 모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시의원은 "법원은 검찰이 주장한 수익액 산정이 곤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즉, 검찰의 23억 원 수익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주가조작에 따른 부당이득액 산정이 곤란하다고 판결한 것일 뿐 김건희 모녀가 올린 수익 자체가 거짓이라고 판결하지 않았다. 1심 법원은 사기적 부정거래행위의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했는데, 김건희 씨에 대한 검찰의 조사·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백선기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모습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통심의위와 선방심의위는 '김건희 모녀 23억 원 수익' 보도·논평을 한 MBC, YTN, CBS 등에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지난 4월 YTN에 대한 법정제재를 의결하면서 "(YTN이)'22억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단정적 표현을 썼다"며 "법원 1심 판결문을 보면 부당이득액은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일방의 주장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사화한 것을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방심의위는 지난 4월 당시 이언주 전 의원(현 민주당 의원)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대선 때)4000만 원의 손해를 봤다고 얘기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처가가 23억 원의 이득을 봤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법정제재를 내렸다. CBS는 해당 방송내용이 선방심의위 심의 대상인지 의문이고, 진행자가 반론을 제기했으며 정부여당 인사들이 앞서 여러 번 방송에 출연해 입장을 밝혀왔다고 했다. 하지만 선방심의위원들은 "심의위와 한 판 붙자는 건가" "선방심의위에서 가장 쟁점적인 사안"이라며 법정제재를 강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