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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 띄웠던 우크라이나 재건…국책硏 "기대하기 어려워"
박철응 기자  / 기사승인 : 2024-10-16 17:31:05
 
산업연구원 보고서 "MOU만 맺고 사업 착수 없어"
"언론과 증권가에서 사업 규모만 부각"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와 경제 협력 중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재건 사업 참여 기대감이 커졌으나 현재 진행되는 사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삼부토건을 비롯해 증권시장에서 재건 수혜주가 테마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전쟁이 끝나더라도 수년 내 수익 사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온 것이다. 
 
연구기관은 우크라이나보다 한국 정부가 거리를 두는 러시아와 경제 협력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해 주목된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동 언론 발표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학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8월 말 작성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재건 사업-문제점과 참여 방향' 보고서에서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 이후 우크라이나 측과 재건 사업 추진에 대해 많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실제로 사업에 착수한 것은 거의 없다"고 적시했다. 
 
전쟁 중에도 긴급 복구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으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인터내셔널, HD현대 등 12곳에 이르는 한국 대기업들이 맺은 MOU로는 가시화된 사업이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재건 지원을 포함한 '평화연대 이니셔티브'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두 달 뒤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재건협력 대표단, 이른바 '원팀 코리아'가 현지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논의한 바 있다.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받는 삼부토건은 지난해 5월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과 폴란드에서 열린 재건 포럼에 참석한 직후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삼부토건은 막대한 영업손실과 차입금을 이유로 지난 8월 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해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한 기대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위원은 "언론은 재원 확보 방안 등 문제점에 대한 검토 없이 사업 규모 위주로 보도해 혼란을 초래했고 증권가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규모가 520억 달러(약 69조 원)에 달한다며 주가 상승의 기회라고 선전했다"고 짚었다. "수많은 문제 때문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사업비 확보 문제 외에도 국제정치적인 위험성을 거론했다. 박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한국 측에 제시한 사업들은 국제적으로 논쟁거리가 된 지역들로 G7 등의 국가들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며 "충분한 검토 없이 그대로 수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부차시 재건 사업을 들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3월 이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는 부인했다. 유엔에서도 거론되는 등 조작 여부가 국제적으로 부각된 현장이라고 한다.  
 
박 연구위원은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하더라도 '부차시 조작' 사건의 이미지로 인해 BRICS(브릭스), SCO(상하이협력기구) 등 우크라이나 사태에 중립 노선을 표방하는 국가들에 대해 한국의 이미지가 좋지 못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러시아와 경제협력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중단되면 우크라이나는 독자적인 재건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없어질테니, 국제기구나 서방 주요국의 보증을 받을 수 있는 분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라는 시각이다. 박 연구위원은 "장기적 국익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제 규모 차이, 한국과의 교역 및 투자 관계, 지리적 위치, 남북한 협력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국은 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의 교역이 우크라이나에 비해 수십배 크고, 전쟁 이후 러시아 경제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우크라이나 경제는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 연구위원은 또 "재건 사업을 우크라이나가 주체로 진행하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 또는 휴전 체제 장기화, 평화협상 결과 등 점령지역 귀속 여부에 따라 규모가 큰 주요 재건 대상 지역은 러시아가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점령한 돈바스 지역 등에서는 이미 재건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전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 군사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욱 장기화시키고 있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자리에는 러시아 대표단도 참석하고 있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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