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처벌 가능한가?
입력 : 2024.10.31 17:11 수정 : 2024.10.31 17:43 정대연 기자 이창준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31일 국회에서 연 긴급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녹취록이 31일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증거가 나왔다며 공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나온 증거만으로 윤 대통령을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법조계 의견이 엇갈린다. 윤 대통령 발언 시점이 임기 시작 전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대화 시점은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2022년 5월9일이다. 그리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김영선 전 의원을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후보로 의결한 것은 5월10일이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행위가 영향을 미친 게 5월10일 발표”라며 “대통령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 당선인 신분에서 한 대화”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인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을 규율 대상으로 한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해 당내 경선에서 경선운동을 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등이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주요 근거도 이 규정들이었다.
다만 국가공무원법은 선거로 ‘취임’한 경우를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한다.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31일 기자와 통화하며 “대통령이 취임 전에 한 행위는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인’은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며 이는 입법 공백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적용이 가능하려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2022년 5월10일에 윤 대통령이 공관위에 김 전 의원 공천을 재차 요구한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 공천이 발표된 5월10일에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개입 발언과 실제 공천을 하나로 묶어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이번 사건은 앞서 공천 개입 혐의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와도 비교된다. 박 전 대통령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새누리당 당원으로서 단순히 선거에 관해 의견을 개진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만일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당원으로서 선거에 관해 단순한 의견 개진을 한 경우라면 공직선거법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의 일환으로 허용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비박 후보 배제와 친박 후보 다수 당선이라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계획적·능동적으로 실행한 것이어서 단순한 의견 개진이라고 할 수 없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확정됐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당에서 의견을 물어봐서 의견을 얘기한 것은 1호 당원인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도 2022년 보궐선거 때 김 전 의원 공천에 윤 대통령과 함께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윤 대통령 임기 중인 지난 4월 총선 때도 김 여사가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여사는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 중 윤 대통령과 함께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면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가 월권으로 공천 개입을 했다면 처벌이 어렵지만 대통령과 공범 구조라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엄정하게 판단해 왔다. 박 전 대통령 공천 개입 사건에서 1심 법원은 “선거는 국민주권주의와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이라며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우선적인 책임은 헌법의 수호자이자 국정의 총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적 책무를 방기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한 것”이라며 “우리 헌법의 근본가치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의 자율성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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