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투기과열지구 해제 '세종' 대신 창원·의창 넣었다"
기자명 이진동 기자   입력 2024.10.30 21:13  
 
명태균의 국정농단 자백
"정작 풀려야 할 세종이 의창 넣는 바람에 안 풀린 거 알아?"
명태균 “김진태 내가 살린거야…사모님 그래 갖고 해결했잖아”
명태균 "김영선 국회부의장 하려면 대통령·사모 오더 있어야돼"
 

 
2021~2022년 대선 국면에서 여론 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 명태균씨가 2022년 국토교통부의 투기과열지구 해제 과정에서 자신이 힘을 써 정작 규제가 풀려야 할 세종 대신 경남 창원·의창을 포함시켰다고 자백하는 내용의 녹음 파일이 나왔다. 창원 국가산업단지 지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이어 일반인인 명씨가 국가 정책에 개입한 두 번째 정황이다. 
 
명씨가 국가산업단지 지정인 국가 사업과 전국 부동산 규제 정책에 개입하고 왜곡시킨 정황이 하나씩 드러남에 따라 특검의 명분과 필요성이 훨씬 커졌다. 명씨의 김건희 여사를 통한 공천 개입 의혹은 야당이 세 번째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에 포함돼 있지만, 명태균씨의 국정농단 의혹은 따로 떼서 별도 특검으로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뉴스버스가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실에서 확보한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 씨간 통화 녹음 파일에 따르면 명씨가 경남 창원·의창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에서 빼줘 자신이 수천억원의 이익을 안겨줬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명씨는 2022년 7월1일 강씨와 통화하면서 “투기과열지구 해제됐다고 사람들 좋아하지?”라며 ”왜 그러냐면 거기 전매하고 지금 재개발하고 그런 싹 다 딱지하고 다 거래되고 다 팔고 다 될 수 있어요. 어제 막 수천억을 (내가) 한 거야. 말이 수천억이지. 진짜 지금 건물 짓는 데 지금 전매가 안 되잖아”라고 말한다. 경남 창원 의창구는 2020년 12월 18일 집값 급등과 외지인 매수 비중이 높아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상태였다.
 
명씨의 이 통화가 있기 하루 전인 6월 30일 국토교통부는 전국 투기과열지구 49곳에서 대전 등 6곳을 풀었는데, 경남 창원 의창구가 포함됐다. 명씨는 통화에서 “정작 (투기과열지구에서) 풀어야 할 세종이 이번에 의창을 넣는 바람에 안 풀린 거 알아?”라고도 한다. 실제로 이날 국토부 발표에서 세종은 당시 집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 가운데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 규제 지역으로 남았다. 
 
2022년 6월 30일 국토교통부의 투기과열지구 규제 해제 발표 내용 언론 보도 . (동아일보 캡처)
2022년 6월 30일 국토교통부의 투기과열지구 규제 해제 발표 내용 언론 보도 . (동아일보 캡처)
 
2022년 7월 1일 같은 녹음 파일에는  또 김영선 전 의원이 국회 부의장 의향이 있어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오더(지시)’를 받아야 된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명씨는 강씨와 통화에서 “내가 하는 말 김영선한테 잘 전해”라며 “사람들이 국회 부의장 나가느냐 물어보면 그거는 ‘고민하고 있다’ 그 정도만 해야 돼... 거기서 나간다고 말하면 죽어. 그럼 언제 나가야 돼? 김영선은 대통령하고 사모의 오더(지시)가 있어야 나가. 그 사람은 대통령이 만든 거잖아. 그래서 내 말 명심해...안 그럼 김영선 작살난데이”라고 말한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해 김 전 의원 공천을 줬으니, 국회 부의장이 하고 싶더라도 두 사람의 지시를 받아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이 대목의 발언은 “여사가 김영선 공천은 자기가 (나한테) 주는 선물이래”라고 했던 발언과 함께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 개입’을 입증하는 사실상 ‘빼박’ 자료로 보인다. 앞서 한겨레21은 명씨가 대선에서 윤 대통령측에 도움을 줘 김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선물로 줬다’는 취지의 녹음파일 내용을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날 강 의원실이 추가로 공개한 명씨와 강씨간 통화 녹음파일 가운데는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공천 과정에서 명씨가 김건희 여사의 도움을 받아 해결(공천)해줬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명태균씨가 광역단체장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건 박완수 경남 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문해변을 찾아 김진태(맨 오른쪽) 강원도지사 등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문해변을 찾아 김진태(맨 오른쪽) 강원도지사 등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통령실)
 
2022년 국힘 강원도지사 후보 '황상무 공천→김진태 경선' ,  배경에 '김 여사?'
 
녹음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김진태는 그거 내가 살린 거야”라며 “어제 김진태(한테) 김OO씨 아는 분이 갔는데 벌떡 일어나 손을 잡고 내 얘기하니까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잡고 막 흔들더래요”라고 말한다. 명씨는 이어 “참내 아니 어제 잠도 못 잤다”며 “김진태(지사가) 나 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주무시면 안 돼요’ 막 이래가, 사모님 그래가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 강원도 가서 밥 굶는다는 건 없을 것 같애”라고 한다.  
 
명씨가 강씨와 통화한 시점은 2022년 4월 18일 밤 9시57분쯤인데, 이날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황상무 전 KBS 앵커를 후보로 결정했다가 ‘경선’을 하기로 결정을 번복한 날이다. 명씨의 통화 내용 중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와 실제 상황이 부합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 과정은 김진태 지사가 ‘5.18 망언’으로 '컷오프'되고,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던 황 전 앵커가 전략공천된 상황이었다. 그러다 나흘 만에 김 지사의 ‘망언 사과’를 조건으로 황 앵커의 단수 공천이 경선으로 바뀌고, 결국 경선에서 김 지사가 승리하게 된다.
 
그 당시에도 강원 평창 출신으로 국민의힘 선대위 언론전략기획단장을 지낸 황 앵커의 공천이 사실상 낙착된 상황에서, 막판에 극적으로 뒤집힌 ‘배경’을 놓고 소문이 무성했다. 명씨의 녹음파일은 당시 강원도지사 국민의힘 후보 공천 번복의 극적 드라마가 막후에서  '김건희 감독' '명태균 연출' 로 진행된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 여사가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치러진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처음 드러난 것이어서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김 지사는 이와 관련 “단식 농성을 통해 경선 기회를 얻었을 뿐, 해명할 것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유정 의원은 뉴스버스에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과 강원지사 선거에 김 여사가 노골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다분하다”며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신규 창원국가산단 선정이 모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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