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까지 떠나간 ‘세월호 잠수사’ 한재명의 안타까운 죽음
뼈 괴사하고 디스크 시달리다
이라크 공사현장서 사고로 숨져
임재희 기자 수정 2024-11-04 16:22 등록 2024-11-03 16:54
고 한재명씨의 생전 모습. 4.16연대 누리집 갈무리.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사로 구조·수습 활동에 나섰다가 후유증을 겪어 온 한재명씨의 별세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향년 49.
3일 한씨의 동료 잠수사였던 황병주씨 등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 9월25일 이라크의 한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 현지 사정이 좋지 않아 주검은 전날 운구됐다고 한다.
한씨는 해병대 출신 민간잠수사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 오보’ 소식을 듣고 참사 현장에 달려가 두 달여 구조·수습 작업을 벌였다. 빠른 물살 속에 하루 12시간 이상 잠수하는 강행군이었다. 수습 작업으로 한씨는 잠수병의 하나인 ‘골괴사’를 겪었다. 뼈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병이다.
이에 더해 골반부터 목에 이르는 디스크까지 겪으며 지속적인 통증 치료 등이 필요한 상태였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 참여한 25명의 민간 잠수사 중 골괴사 판정을 받은 잠수사는 8명, 디스크와 트라우마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잠수사는 18명에 이르는 걸로 알려졌다.
진도 팽목항의 모습.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고인과 함께 세월호 구조활동에 참여했던 잠수사 하규성씨는 한겨레에 “누구보다 먼저 물에 들어가고, 나오면 다른 사람에게 어디 어디를 조심하라고 자세하게 설명해줬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치료 받느라 참 많이 힘들어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잠수사 황병주씨도 “평소에 성격이 굉장히 온화하고 자기 일도 잘 해 인간관계가 좋았다”며 “세월호 이후 트라우마가 심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참사 4년 뒤인 2018년 나온 다큐멘터리 ‘로그북-세월호 잠수사들의 일기’에서 한씨는 “어쩌다 수면제가 떨어져서 안 먹으면 악몽을 세번 연속 꿀 때가 있다. 편안히 잠들고 싶어 자꾸 의존한다”며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내보이기도 했다.
참사 6년이 지난 2020년에 이르러서야 ‘김관홍법’( 4·16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돼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가의 피해 보상금 지급 대상에 한씨처럼 ‘구조·수습활동으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민간잠수사’가 추가됐다.
하지만 한씨가 앓은 골괴사는 수습 작업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양경찰청 차원에서 지급했던 치료비도 지급 요건이 최근 들어 까다로워졌다. 한씨는 올해 이뤄진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치료비 지원이 끊겼다”고 했다.
한씨의 빈소는 경기 화성 함백산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1월4일 오전 7시40분이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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