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태균, 당원 지지성향 분석…"경선 조작 의심"
미래한국연구소, 국민의힘 당원 1만1495명 지지성향 분석
성향 문건, 이준석·여의도리서치에 전달 '의심'
여론조사 전문가 "오염된 표본 제작 가능…활용할 목적으로 2차 가공"
2024-11-06 06:00:00 ㅣ 2024-11-06 07:20:42
[뉴스토마토 최신형·한동인·박현광 기자] 명태균 씨 지시로 작성된 '국민의힘 당원 지지성향 분석' 문건이 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후보를 가를 본경선을 앞두고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현 개혁신당 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책임당원 ARS 투표를 담당했던 여론조사업체 여의도리서치에 흘러들어갔다는 주장도 제기돼, 용처에 대한 의심을 키웁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사실을 전제로,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미래한국연구소는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을 목전에 놓고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명씨는 안심번호가 부여된 56만8000여 명의 국민의힘 책임당원 명부를 홍준표 캠프 측으로부터 입수했습니다. 해당 명부는 윤석열·홍준표·유승민 등 각 후보 캠프에 제공됐습니다. 지난달 뒤늦게 해당 사실을 인지한 국민의힘은 당원 명부가 유출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당무감사에 착수했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태균씨 지시로 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경선 당시 국민의힘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이후 당원(가상번호) 별 지지 성향을 분석했다.(자료 제공=강혜경씨)
미래한국연구소, 국민의힘 당원 1만1495명 지지성향 분석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10월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 간 국민의힘 당원 11만7829명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 중 3450명이 답했습니다. 10월21일 실시된 2차 조사에는 당원 13만9156명 가운데 5044명이 설문에 응했습니다. 10월28일 실시된 3차 조사는 당원 3만8523명 가운데 3001명이 응답을 마쳤습니다. 3차 조사는 일반 국민(3012명) 대상과 별도로 진행됐습니다.
<뉴스토마토>는 1차 조사 응답자 전원의 지지성향 분석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강혜경 씨는 "명씨 지시로 성향 분석 문건을 만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문건을 보면, 050으로 시작되는 안심번호 별로 성별·연령·지역 등의 신상 정보와 함께 본선 경쟁력과 후보 별 가상대결 결과가 정리됐습니다. 강씨는 "2차 및 3차 조사도 안심번호 별로 지지 성향이 모두 기재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1차와 2차, 3차 모두 조사 대상이 달랐다"면서 "1차에서 실시하지 않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2차, 1차와 2차에서 실시하지 않은 대상들을 대상으로 3차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국민의힘 당원 1만1495명(안심번호)의 신상 정보와 지지 성향이 명씨 손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강철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대표는 "전문가들도 처음 접하는 2차 가공 데이터"라며 "활용을 하지 않을 의도라면 이렇게 별도의 지지 성향을 문서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어떤 목적으로 만들고, 어디에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명씨 전력을 보면, 별도의 오염된 표본을 만들려고 한 것 같다"면서 "경선 조작에 활용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이를 '표본 쿠킹'으로 칭합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내기 위해 사전에 표본을 조작하는 작업을 뜻하며, 이를 토대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불법'입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과거에도 검증되지 않거나 오염된 표본을 활용한 여론조사로 법적 제재를 받은 바 있습니다. 정체가 불확실한 전화번호 데이터를 활용, 2020년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세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16건의 '표본 조작' 사례가 적발되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 등의 처분도 확인됩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2019년 4월 재보궐선거와 21대 총선, 2021년 4월 재보궐선거, 2022년 지방선거까지 총 4건의 선거에서 8건의 위법 행위가 확인됨에 따라 고발 4건, 과태료 1건, 경고 3건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표본의 대표성 미확보가 주된 이유였습니다.
명태균씨가 2021년 6월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명씨는 사진을 올리며 "♡ 이준석 당대표 후보와 비오는 밤 제주에서.. 화이팅!"이라고 썼다.(이미지=명태균 페이스북)
성향 문건, 이준석에 전달 '의심'
익명을 요구한 한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명씨 지시로 작성된 국민의힘 당원 지지성향 분석 문건은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의원이 이를 어디에 활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 의원과 가까웠던 모 전 의원은 사용처로 여의도리서치를 의심했습니다. 명씨는 '이준석 돌풍'이 있었던 2021년 6·11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도운 바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명태균 게이트'의 시작을 알렸던 2024년 2월29일 칠불사 회동 등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은 책임당원 투표 5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치러졌습니다. 책임당원 투표는 모바일 투표(K-보팅, 누적투표율 54.59%)와 전화 투표(ARS, 누적투표율 63.89%)로 진행됐습니다. 2021년 11월 1일과 2일 모바일 투표가 이뤄졌고, 3일과 4일에는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전화 투표가 실시됐습니다. 각 후보 캠프에 전달됐던 안심번호가 그대로 사용되었으며, 조사 기관은 여의도리서치 1곳이었습니다. 책임당원으로 이뤄진 선거인단 63.89%가 최종 투표를 마쳤습니다.
당원 투표 결과는 합산해서 발표되었을 뿐, 모바일 투표와 전화 투표 별 득표율은 각 후보 측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한 예비후보 캠프 고위 관계자는 "최종 결과만 통보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서버를 비롯한 관련 데이터도 현재 남아있지 않습니다. 본경선이 끝난 뒤,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어 곧바로 관련 데이터를 파기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책임당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세부 결과를 확인한 건 당대표를 비롯해 제한된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정홍원 위원장, 한기호 부위원장, 성일종 위원, 국민의힘 기조국 소속 당직자,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실장 등만이 결과지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한기호 부위원장은 당시 이준석 당대표 체제에서 임명된 당 사무총장이었습니다. 한 관계자는 "보안성 자료이기 때문에 한 번도 파일 형식으로 건네지지 않았다"면서 "핸드아웃(수기 형태의 문서)으로 전달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여론조사 데이터 파기 문제는 국민의힘 '총선 백서'에서도 지적됐습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위원장 조정훈)가 지난달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 '제22대 총선 백서'에 따르면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 원장 임기에 근무했던 빅데이터 팀이 근무 기간 아카이빙한 데이터를 모두 삭제하고 퇴직했다"며 "현 빅데이터팀이 다시 새로 구축해 운영 중"이라고 적시했습니다. 지상욱 전 원장은 20대 대선 당시에도 여의도연구원장이었습니다. 그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 정치를 안 하는 사람"이라며 "답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추가 질의에도 "할 말 없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경선 여론조사 결과 '미공유'도 문제로 적시됐습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는 "권역별 출마자들과 현장 간담회 시 매번 나오는 성토는 여론조사 미공유에 대한 문제였다"며 "일부 비공식적으로 전달받은 출마자들은 1장으로 구성된 여론조사 결과지 수령으로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전했습니다.
여의도리서치, 2년3개월 간 33억 국민의힘 용역 수주
당심과 민심은 판이했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48.2%를 득표, 37.9%에 그친 윤석열 후보를 10.3%포인트 차로 크게 이겼습니다. 하지만 홍 후보는 당원 투표에서 34.8%의 득표율에 그쳐, 57.7%를 획득한 윤 후보에게 22.9%포인트의 격차로 참패했습니다. 그 결과 최종 합계에서 윤 후보는 홍 후보를 6.35%포인트 차로 누르고 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었습니다. 당심의 강력한 지지가 없었다면 대선 후보 자리는 홍 후보 차지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대선 본경선 이후 여의도리서치는 선거 때마다 국민의힘 여론조사 용역을 대규모로 수주했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국회의원실이 입수한 국민의힘 회계보고서를 보면, 여의도리서치는 2022년 1월26일부터 2024년 4월18일까지 20대 대통령선거 판세 여론조사, 3·9 재보궐선거 여론조사, 제14차 상임전국위원회 및 제11차 전국위원회 ARS 투표, 22대 총선 판세분석 여론조사 등의 명목으로 국민의힘으로부터 총 8차례에 걸쳐 33억460만원 상당의 용역을 따냈습니다.
여의도리서치는 지난 2009년 설립된, ARS 방식의 여론조사를 주로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여권 내에선 당과 밀착된 곳으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책임당원 전화 투표(ARS)를 여의도리서치가 단독으로 진행한 것과 관련해 "여의도연구원이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1차 투표에선 K-보팅을 활용했는데, 2차 투표에선 여의도리서치가 참여한 것이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느냐"며 "당 사람들은 여의도리서치가 어떤 곳인지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명태균 씨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준석 의원은 해외에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의원실은 "기존 언론 인터뷰와 페이스북 입장으로 대신하면 될 것 같다"며 연관성을 부인했습니다. 안충섭 여의도리서치 대표는 "공당이 무슨 목적으로 그런 일을 하겠느냐"면서 "이런 일에 연루되면 다 죽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 경우를 2번 정도 당했다. 과거 서청원 대 최병렬, 박근혜와 MB 때 그런 일을 당해서 (이후로는) 안 한다"고 해, 의심을 지우지는 못했습니다. 안 대표는 33억원가량의 국민의힘 여론조사 용역 수주에 대해선 "과거부터 해오던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최신형 기자 kjordan23@etomato.com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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