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쌀딩크’ 특허 포기하며 탈세 시도 정황···공천대가성 세비 “현찰” 고집
입력 : 2024.11.06 06:00 수정 : 2024.11.06 06:03 문광호 기자 박하얀 기자
명태균씨가 특허청에 등록한 상표권.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국세청 소관 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련자들을 동원해 탈세를 시도한 정황이 6일 드러났다. 기재위 소속이었던 김영선 전 의원(5선)을 통해 국세 체납과 관련된 법을 개정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녹음도 확인됐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의 세비 일부를 현찰로 받을 것을 고집했다는 점에서 재산 은닉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당 세비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로부터 공천을 받아낸 대가라는 의혹이 제기돼 현금 흐름이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이 이날 입수한 특허청 상표등록사항에 따르면 명씨는 2019년 1월2일 ‘쌀딩크’라는 간이음식점업 등의 상표권을 출원해 2019년 12월 권리를 갖게 됐다. 2018년 초부터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인기에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의미의 신조어 쌀딩크가 유행했는데 이를 활용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상표권은 2020년 7월24일 관할 세무서에 의해 압류됐고, 2022년 12월6일에 압류가 해제됐으나 2023년 12월19일 명씨의 권리 포기로 최종 말소됐다. 특허청에 따르면 압류됐던 사유는 국세 체납 때문이었다.
명씨는 2014년부터 국세 3억8500만원을 체납했는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전 의원의 보좌진인 강혜경씨와도 이 문제와 관련 대화를 나눴다. 2023년 12월3일 녹음에서 명씨는 “특허청에 그건 냈나”라며 강씨에게 본인의 국세 체납 대응 상황을 물었다. 이에 강씨는 “상표권도 말소 등록이 끝나 소멸시효를 완성시키려 한다. 지금 체납돼 있는 금액들을 없애버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멸시효란 국가가 국세에 대해 일정 기간(5억원 미만의 경우 5년) 동안 징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즉 명씨가 상표권 등 보유한 재산의 가치가 없다는 점을 입증해 국세 체납을 회피하려 한 것이다. 소멸시효는 국가가 압류 등을 실시하면 중단되고 압류해제가 되더라도 기간이 초기화된다. 통상 세무서는 이 점을 활용해 소멸시효가 도래할 때쯤 압류 등으로 체납자의 납부의무가 소멸되는 것을 막는다.
명씨는 소멸시효 초기화를 막기 위해 김 전 의원에게 입법을 청탁한 것으로 보인다. 아예 법을 바꾸려 한 것이다. 명씨는 2023년 12월3일 녹음에서 “지금부터 소멸시효 5년을 또 기다리라며”라며 “김영선이가 그거 처음부터 정리했으면 벌써 끝난 것을, 그 여자는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입법 청탁 진행과정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강씨도 지난 1일 한겨레21 인터뷰에서 “명씨가 본인의 이해관계를 실현하고자 김 전 의원을 통해 법도 만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은 2023년 9월20일 체납자에게 압류할 재산이 없거나 무가치 재산을 압류하는 경우 체납자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도록 압류를 즉시 해제하는 국세징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023년 11월17일에는 폐업 1년이 경과한 개인사업자 혹은 비사업자인 체납자 본인과 가족이 재산이 없을 때 ‘소득 최저생계비 이하’ 등 요건을 충족한 경우 5년이 넘은 체납액의 납부 의무를 소멸시키도록 하는 국세기본법 등도 발의했다. 모두 명씨의 상황에 적용되는 법안들이다.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1일 보궐선거로 당선돼 기획재정위원회에 배정됐다. 기재위는 국세청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고 세금과 관련된 법률을 다룬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총선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명씨가 김 전 의원의 세비를 나눠 받으며 현찰로 줄 것으로 요구한 것이 조세 회피 목적인지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소멸시효 기간 중 재산이 발견되거나 소득 등이 발생할 경우 소멸시효가 초기화되기 때문이다. 명씨는 2022년 8월부터 강씨를 통해 김 전 의원의 세비를 받았는데 현찰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12월21일 통화녹음에서는 “오늘 돈을 뽑아 갖고 내 책상 서랍에다 넣어놓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세무사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돈을 현찰로 받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재산을 은닉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발의한 법안의 경우 통상 세무서가 체납자의 소멸시효가 완성이 되기 전에 추징 등 행위를 해 소멸시효 완성을 어렵게 하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탈세하고, 자기 앞으로 된 재산은 다 다른 사람으로 돌리고 재산은 현금으로만 갖고 있으면 나라에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세범 처벌법에 따르면 납세의무자가 체납 처분의 집행을 면탈하거나 면탈하게 할 목적으로 그 재산을 은닉·탈루하거나 거짓 계약을 했을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명씨가 현찰로 돈을 받은 재산의 소재 파악도 검찰 수사의 관건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22년 보궐선거 당선 이후부터 김 전 의원이 명씨에게 25차례에 걸쳐 월급처럼 건넨 9000여 만원을 공천 성공 대가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2022년 5월9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씨는 이에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두 사람의 통화 다음 날이자 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5월10일 김 전 의원의 해당 지역구 공천을 확정했다. 김 전 의원은 검찰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가성) 공천 의혹은 나와 전혀 상관없다”고 밝혔다.
명씨는 탈세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한 기자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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