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보복인사’ 논란… 직원들과 전쟁하는 류희림 방심위
‘가짜뉴스센터’ 논란 ‘민원사주’ 의혹으로 입지 불안한 류희림
2023년 9월 취임 이후 반발 팀장 표적 강등, 연속 전보 조치
반면 주요 실·국장 인사는 1년째 자리 유지… “그들만의 리그”
기자명 박재령 기자 ryoung@mediatoday.co.kr 입력 2024.11.06 11:03
▲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류희림 방심위원장. 사진=김용욱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취임한 이래로 방심위에선 ‘보복인사’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류 위원장이 임명한 주요 실·국장들은 변동이 없는 반면 위원장에 반대 의견을 냈던 팀장들은 지역 발령, 직급 강등 등 거듭 인사조치 되고 있다.
2023년 9월15일. 류희림 위원장 취임 후 첫 인사가 나온다. 감사실장, 기획조정실장, 방송심의국장, 통신심의국장 등 실·국장급 라인이 모두 바뀌고 팀장급도 대부분 바뀌었다. 류 위원장은 9월8일 위원장으로 호선됐는데 이 무렵 이미 인사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운영지원팀장이었던 고현철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근무평가 등 인사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를 보고하기도 전에 인사가 났다”며 “류 위원장은 인사 관련 어떤 공식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인사를 했다.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 류희림 체제 방심위 보복인사 논란. 그래픽=안혜나 기자
2023년 9월25일, 탁동삼 당시 방심위 확산방지팀장이 ‘가짜뉴스 심의전담(신속심의)센터’ 출범에 반대하는 사내 게시글을 올린다. 약 보름이 지난 2023년 10월6일, 팀장 11인이 류 위원장에 소통을 요구하는 집단 의견서를 제출한다. 정의가 불분명한 ‘가짜뉴스’ 심의가 ‘언론탄압’으로 번질 수 있다는 공통된 우려였다. 20개 넘는 방심위 부서 중 절반 가까이가 참여한 이례적 반발이었지만 센터 운영은 강행됐고 결국 2023년 11월14일, 평직원 150명 일동이 가짜뉴스센터 인사발령을 거부한다는 연대 서명부를 낸다.
[관련 기사 : 방통심의위 팀장 집단 반발 “가짜뉴스 심의대책 일방적 의사결정 지양해야"]
2024년 2월1일. 직원들 반발이 이어지자 약 5개월 만에 대규모 인사가 다시 나온다. 집단 의견서를 냈던 팀장 11인 중 4인(일반직 4급)은 직원으로 강등됐고 직원 강등이 불가능한 3인(일반직 3급)은 지역사무소나 민원상담팀 연구위원으로 발령됐다. 과거 실·국 단위로 연구/전문위원이 발령된 적은 있었지만 지역사무소나 개별 팀 단위로 발령된 적은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사내 게시글로 직원들의 저항을 촉발시켰던 탁동삼 팀장도 이때 권익보호국 명예훼손분쟁조정팀 연구위원으로 발령됐다. 출근지도 목동 방송회관에서 서초사무소로 변경됐다. 탁동삼 연구위원은 “이전에 없었던 자리였으니 형식적으로라도 면담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서초(사무소) 올 때까지 아무 얘기가 없었다”며 “서초에 와서 ‘저는 무슨 일을 합니까’ 물었더니 ‘총장님이 아실 거다’ 했다. 이후 총장 면담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아직도 총장 면담을 못 한 상태”라고 말했다.
팀장 11인 의견서를 주도했던 고현철 팀장은 부산사무소 연구위원으로 발령됐다. 하루아침에 근무지가 서울에서 부산이 된 고현철 위원은 “보통 지역 인사를 하게 되면 주거지가 바뀌기 때문에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준다. 그런데 이번엔 일주일 전에 들었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보통 명절 지나고 인사가 나오지 않나. 시기도 (명절) 직전에 나와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여러모로 ‘보복인사 안 한다고 하더니 결국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지난 3월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열린 '류희림 사퇴' 결의대회. 사진=박재령 기자
2024년 7월19일. 반발했던 팀장 1인이 추가 강등되면서 ‘보복인사’ 논란은 계속된다. 업무를 부실 처리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명분인데 내부에선 해당 팀장의 의견서 제출, 위원장 규탄 집회 참석 등이 원인이라 보고 있다. 탁동삼 위원은 “당시 국장급 인사가 그 팀장을 불러 ‘위에서 눈치를 주는데 너를 팀장 유지시키고 싶으니 앞으로는 그런 짓 하지 마라’고 노골적으로 말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도 노조 집회 참석하고 교류를 하니 다시 인사 조치된 것”이라고 했다.
2024년 8월19일. 첫 직원 강등 인사가 나온 지 6개월이 지난 시점. 국제협력단 직원으로 강등됐던 팀장 출신 인사가 다시 권익보호국(서초사무소) 저작권침해대응팀 직원으로 발령된다. 국제협력단은 2024년 5월 류희림 위원장이 구글 부사장의 책상을 쾅 쳤다며 ‘국가 망신’ 논란이 불거진 부서다. 사건 전후로 출장 자료가 외부로 흘러나오자 류 위원장이 문책성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전보된 날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지 않은 조합원을 다시 전보하는 경우엔 당사자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단협 사항이 있다”며 “괴롭히려고 딱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전보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탁동삼 연구위원은 “노조 활동을 가장 열심히 한 직원 한 명도 최근 서초사무소로 발령됐다. 주거지 때문에 서초사무소 근무를 원하는 다른 직원은 목동으로 보내는 동시에 굳이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 직원을 서초사무소로 보낸 것”이라며 “결국 항의가 받아들여져 철회됐는데 노조 활동을 못하려는 의도가 있던 것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 지난해 9월 출범한 '가짜뉴스센터'. 왼쪽부터 이종육 기획조정실장, 박종현 감사실장, 황성욱 상임위원, 류희림 위원장, 허연회 위원. 사진=방심위 제공
‘보복인사’ 논란이 팀장급에 한정된 건 아니다. 통상 상·하반기 2회 실시되는 정기 승진이 기약 없이 밀리면서 평직원들도 급여 등 손해를 봤다. 평직원 대다수도 2023년 11월 ‘가짜뉴스센터’ 출범에 반대하는 연서명을 낸 데 이어 2024년 1월 ‘민원사주’ 의혹으로 류 위원장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실명 신고했다. 팀장급은 물론 류 위원장이 평직원과도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내부에선 ‘사실상 탄핵’ 됐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관련 기사 : “류희림 위원장, 방통심의위 내부에선 이미 탄핵”]
2024년 11월, 정기 승진 인사가 결국 이뤄졌지만 노조는 “적어도 너무 적다”고 반발했다. 방심위지부는 <이것은 승진 인사인가. 승진배제 인사인가> 성명을 내고 “5급 19명 중, 단 한 명도 승진하지 못했다. 6급 16명 중, 고작 4명이 승진했다. 7급만 7명이 승진했다”며 “42명 중 11명, 26.2%를 구제해 준 인사인가? 42명 중 31명, 73.8%를 내팽개친 인사인가”라고 했다. 이어 “혹여 류희림씨에 대한 충성 경쟁을 기대하는 것이라면 꿈 깨기 바란다. 평직원 사이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희림 체제에서 지속적으로 보복인사 논란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직원들은 류 위원장의 ‘불안한 입지’를 원인으로 꼽았다. 탁동삼 연구위원은 “(류희림 위원장이) 직원들과의 소통은 애초에 포기했고 그렇다면 자신을 호위할 수 있는 소수 인사만 가지고 나머지는 입을 막는 정도로만 운영할 생각인 것 같다.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라고 말했다. 거듭 갈등을 빚고 있는 팀장 및 평직원과 달리 2023년 9월 실·국장으로 임명된 주요 인사들은 2024년 11월 현재까지 모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김준희 방심위지부장은 “류희림씨 부임 초 직원들에 전달된 지시사항이 ‘엘리베이터나 식당 등에서 위원회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홍보팀을 통하지 않은 언론 인터뷰를 색출해서 징계한다는 말도 있었다”며 “처음부터 류희림씨는 직원들을 겁박하려는 것처럼 보였고, 이 모든 보복인사들을 보면 류희림씨가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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