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작년 12월 ‘계엄밖에 없지 않냐’ 말했다···여인형, 검찰서 진술
입력 : 2024.12.18 11:42 수정 : 2024.12.18 15:40 강연주 기자  허진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군 지휘부와 만난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거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1년 전부터 정치적 난맥과 사회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계엄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최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쯤 시국을 걱정하면서 “어려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상조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발언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여 사령관 측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비상조치를 지난 3일에 시행한 계엄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 전 사령관이 해당 발언을 들었던 자리에는 윤 대통령만 아니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경호처장) 등도 동석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은 서울 충암고 선·후배 관계다. 여 전 사령관은 “당시 윤 대통령에게 ‘계엄은 전시에 하는 것이지 평시에는 안 된다. 군인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옛날하고 다르다’라고 말렸지만 동의하는 반응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충암고’ 모임 자리에서 수차례 계엄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4·10 총선 참패 이후 계엄 선포를 입에 올리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여 전 사령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올해 초여름 윤 대통령, 김 전 장관과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계엄 언급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언급하자 자신이 “대통령님, 그런 이야기를 하시면 안 된다. 요즘 군이 예전의 그런 군이 아니다”라며 무릎을 꿇은 채 만류했다는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11월 초쯤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게 좋겠다’는 의지를 김용현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이었으나 APEC에 불참하더라도 계엄을 단행하는 것이 어떤지 김 전 장관의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해 군대를 동원한 내란을 일으킨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지난 14일 구속됐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방송인 김어준씨 등 14명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해 영장 없이 서버 전산 자료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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