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현수 '서울청장 알박기' 위해 기존 해명 뒤집은 정부
박현수 원포인트 승진...1년 전엔 "치안정감 추가 승진 불가, '조지호 단수 추천' 불가피" 주장
25.02.18 09:35 l 최종 업데이트 25.02.18 09:50 l 김형호(demian81)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오른쪽)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순찰요원들과 함께 치안현장 순찰을 하고 있다. 2025.2.10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오른쪽)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순찰요원들과 함께 치안현장 순찰을 하고 있다. 2025.2.10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서울경찰청 수장에 '친윤 경찰' 핵심으로 꼽히는 박현수 치안감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인사 추천 협의권한을 가진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를 사실상 농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1월 조지호 당시 치안정감을 서울청장 후보로 단수 추천 할 땐 "치안정감 정원(TO) 7명이 꽉 차, 추가 승진 발령 할 수 없어 부득이 단수 추천했다"고 해명했던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부는 올 2월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봉식 서울청장 후임 인사를 하면서 '치안정감 추가 승진 발령 불가'라는 기존 해명을 뒤엎고 박 치안감을 원포인트 승진 내정한 뒤 '직무대리' 꼬리표를 달아 발령 냈다.
 
18일 <오마이뉴스>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민주당·광주 서구을)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24년 1월 113차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회의 속기록을 보면, 당시 위원회는 경찰청 요청을 받고 조지호 서울청장 후보자 임용 추천 협의 안건을 논의했다.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해 전국 시도 경찰청장 임명은 2021년 개정 시행된 경찰법에 따라, 경찰청이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해서 추천한 사람 중,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당시 위원회 사무국 인사팀장은 조 후보자 단수 추천 사실을 위원들에게 보고하면서 "이태원 참사로 김광호 서울청장이 기소되면서 후속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김 청장이 기소됐기 때문에) 의원 면직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추가로 승진 발령 낼 수 있는 치안정감 TO가 없다. 그래서 (조지호 치안정감이) 단수 후보로 추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단수 후보 추천 이유 뒤집은 경찰
 
 전체 11개 경찰 계급 중 서열 1~5위. 치안총감은 경찰청장 단 1명, 치안정감은 서울경찰청장 등 7명이 정원이다. 경찰복제에 관한 규칙 관련 별표를 갈무리한 것이다.
▲전체 11개 경찰 계급 중 서열 1~5위. 치안총감은 경찰청장 단 1명, 치안정감은 서울경찰청장 등 7명이 정원이다. 경찰복제에 관한 규칙 관련 별표를 갈무리한 것이다. ⓒ 법제처
 
서울경찰청장은 경찰 계급 서열 1위인 치안총감(경찰청장 1명) 바로 다음 계급인 치안정감 중에서 발령해야 한다. 그런데 해당 계급 정원 7명이 꽉 차 있어 새 인물을 승진시켜 복수로 추천하지 못하고, 당시 치안정감 중 1명인 조 후보자를 부득이 단수 추천했다는 의미다.
 
당시 한 위원은 "(후보자가) 단수 추천이라 의아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추가 인사를 할 수 없는 상태라서 그랬다는 게 이해가 된다", "(설명을 들으니) 단수 추천에 대한 좀 의문이 좀 있었는데 (중략) 문제가 없는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랬던 경찰은 올 2월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구속기소로 공석이 된 후임 인사 땐 이를 180도 뒤집었다.
 
조 청장 추천 협의 때와 마찬가지로 치안정감 정원 7명이 꽉 차있던 상황은 동일했다. 그런데 김봉식 청장을 제외한 남은 6명의 치안정감 중에서 1명을 발탁해 서울청장으로 임명하는 절차를 밟지 않고, 당시 치안감 신분이던 박현수 경찰국장을 치안정감으로 기습 승진 내정하는 '꼼수'를 동원한 것이다.
 
곧이어 경찰은 치안정감 내정자 신분이던 박 국장을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단수 추천 협의를 거쳐 서울청장 '직무대리'로 발령하는 인사를 강행했다.
 
양부남 "단수 추천 때마다 해명 바꾼 경찰, 친윤경찰 알박기 목적"
 
이와 관련 양부남 의원은 "정부와 경찰이 서울청장 후보자를 단수 추천할 때마다 해명을 바꾸는 꼼수를 동원했다"며 "정권 목적에 따라 친윤경찰을 핵심 보직에 기용하려고 제도 취지를 망가뜨리며 무리수 둔 것 아니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경찰 병력이 여의도 국회를 봉쇄하고 있다. 2024. 12. 3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경찰 병력이 여의도 국회를 봉쇄하고 있다. 2024. 12. 3 ⓒ 유성호
 
한편 2021년 개정 경찰법 시행 이래로 자치경찰위원회 인사 추천 협의를 거쳐 시도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사례는 지금껏 81차례였다.
 
이중 자치경찰위원회 추천 협의라는 제도 취지를 살려 2~3명의 후보자가 복수 추천된 사례는 78차례였고, 단수 추천된 것은 3차례였다.
 
단수 추천된 이는 하나 같이 '친윤 경찰'로 꼽혔던 인물들이었다. 2024년 1월 조지호 서울청장, 올 2월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 그리고 2023년 4월 홍기현 경기남부청장이다.
 
나머지 78명의 시도 경찰청장은 최소한 형식적으로는 1~2명의 경쟁자와 복수 추천돼 자치경찰위원회 협의를 거쳤다.
 
정치권에선 12·3 불법 계엄 이후 처음 단행된 고위직(치안정감·치안감) 경찰 승진·전보 인사를 통해 친윤 경찰로 꼽히는 박현수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와 남제현 치안감이 각각 서울청장 직무대리와 행안부 경찰국장이라는 핵심 보직에 기용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민주당·구로 을) 의원을 비롯한 야권은 이번 고위직 인사를 윤석열 대통령 옥중 인사로 규정하고 "조기 대선을 위한 기습 인사" "내란 사건 수사 무마용 인사" "서부지법 폭동 사태 배후 수사 무마용 인사"라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행안위는 18일 전체회의에서 경찰청을 상대로 이번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추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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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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