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작년 8월초부터 '이재명·한동훈 조치해야' 언급"
양수민 2025. 3. 4. 05:0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나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초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에 “비상대권을 써서 조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김 전 장관이 12·3 계엄 당일 지시한 ‘체포 대상자 명단’에 관해 “두 사람에게서 평소 많이 듣던 명단”이라며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김어준이 여론 조작을 제일 많이 한다고 했다”는 등이다.
尹 “현재 사법체계선 이재명 어떻게 할 수 없어”
여 전 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이 대표를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한 품평회를 하면서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면서다. 여 전 사령관은 “정치인 외에 민노총 관련자들, 경기동부연합 말을 많이 하면서 이석기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당시엔 (12월 3일) 14명 체포 대상자에 포함된 법관들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10월 1일 국군의날 본행사를 마친 뒤 대통령 관저에서 여 전 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에 김치찌개를 대접하며 “한동훈 등 정치인, 민노총 등 좌익세력, 좌익 언론인에 대해 ‘사람 품평’을 하며 이재명 대표 같은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비상대권을 통해 조치해야 한다”고 재차 얘기했다고 한다. 이어 11월 9일 윤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공관 만찬에 와서 “비상대권이라도 써서 나라를 정상화시키면 주요 우방국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고도 진술했다.
“尹, 평소 김어준 여론 조작 많이 한다고 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여 전 사령관은 다만 구체적인 14명 체포 대상자 명단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김 전 장관으로부터 처음 들었다”며 “이재명, 조국, 한동훈, 우원식, 이학영, 박찬대, 김민석, 김민웅, 김어준, 양정철, 양경수, 조해주, 김명수, 권순일”이라고 했다.
이 중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여론조사 꽃을 설립한 “‘김어준이 여론 조작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여론조사 꽃은 계엄 당시 JTBC‧MBC‧한겨레신문 등 언론사와 함께 봉쇄 지시가 내려진 곳이다.
검찰이 확보한 지난해 11월 4‧9일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에는 계엄 당일의 14명 명단과 달리 “김현지, 강위원, 정진상, 이석기, 최재영” 등 5명의 이름이 더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여 전 사령관은 검찰에 “(이 중) 김현지 등 4명은 이재명의 측근들 이름”이라며 “김 전 장관이 문제가 있다고 말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확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계엄 당일이 처음이었다”는 거듭 강조했다.
여인형 “계엄인지 떠보려고 휴가 보고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6시쯤 김 전 장관으로부터 “조만간 계엄을 하기로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란 얘기를 듣고 비상계엄이 임박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국회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계엄사가 선관위와 여론조사 꽃 등의 부정선거와 여론조작의 증거를 밝혀내면 국민들도 찬성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여 전 사령관은 “(계엄에 대해) 떠보려는 의도로 12월 1~2일 휴가를 간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이 “다녀오라고 해서 ‘계엄이 아니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여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 관저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국무위원 탄핵, 특히 감사원장 탄핵에 대해 말씀을 많이 했다. ‘비상대권’을 써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해 발언의 강도가 올라갔다는 느낌은 있었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휴가 이후인 지난해 12월 3일 출근했다. 그는 “점심 때쯤 육군참모총장이 오후에 장관님께 보고를 하러 간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저녁 쯤엔 (대통령) 담화문이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찜찜하네’ 생각했다”며 “속으로는 ‘설마 오늘 계엄은 하지 않겠지?’ 생각했지만, 설사 대통령께서 계엄을 해도 국무회의 등의 선을 못 넘어갈 것이라고 봤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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