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태령 트랙터 차단 역할 분담? 경찰·극우 유튜버 유착 의혹
SNS에 공개된 대화 영상 내용 논란..."도와줘야해""당연하지"...경찰 "소통, 유착 아니다"
25.03.26 06:11 l 최종 업데이트 25.03.26 06:11 l 글: 박수림(srsrsrim) 사진: 이정민(gayon)
 
전봉준 투쟁단이 남태령고개에서 트랙터 행진을 위해 대기 중인 25일 오후, 유튜브와 X(옛 트위터) 등 각종 SNS에는 4분가량의 동영상과 함께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와 경찰이 손잡았다"고 주장하는 복수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전봉준 투쟁단이 남태령고개에서 트랙터 행진을 위해 대기 중인 25일 오후, 유튜브와 X(옛 트위터) 등 각종 SNS에는 4분가량의 동영상과 함께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와 경찰이 손잡았다"고 주장하는 복수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 X(옛 트위터) 갈무리
 
전봉준 투쟁단의 서울 트랙터 행진을 앞두고 남태령 부근에서 경찰과 극우 유튜버가 '트랙터 행진을 막자'는 요지의 대화를 나누는 영상이 공개되자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영상 속 경찰은 이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자신의 소속이 "서울경찰청 정보과"라고 밝히고 "(유착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전봉준 투쟁단 측은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전봉준 투쟁단이 '서울 재진격' 행사를 벌이고 있던 25일 오후 유튜브와 X(옛 트위터) 등 각종 SNS에는 4분가량의 동영상과 함께 "극우와 경찰이 손잡았다"고 주장하는 복수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관련 영상 바로 가기)
 
이 영상에는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와 사복을 입은 남성 두 명이 남태령 일대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 속 남성 중 한 명인 A는 이날 오후 8시께 남태령역 인근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소속을 묻는 질문에 "서울경찰청 정보과"라고 밝혔다. 그는 극우 유튜버 안씨와 대화를 나누던 남성 B의 소속 역시 "서울경찰청"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에서 안씨는 경찰들에게 "트랙터가 (서울로) 넘어가면 우리가 몸으로 막을 것", "사람이 많이 올 거다. 저녁에. 그러면 나한테 그냥 협조를 구하는 게 낫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이에 경찰은 "그렇지"라고 답하거나 "하여튼 법원 판결대로 (하겠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법원 판결'이란 지난 24일 전농 측이 경찰의 집회(행진) 제한 통고에 반발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일부 인용한 것을 의미한다. 이들의 대화는 안씨가 "경찰도 그렇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하면서 끝이 난다.
 
문제가 된 영상 대화 내용 살펴보니
 
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트랙터들이 경찰에 의해 서울시내 진입이 막힌 채 주차되어 있다.
▲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트랙터들이 경찰에 의해 서울시내 진입이 막힌 채 주차되어 있다. ⓒ 이정민
 
영상은 안씨가 경찰 B에게 "오랜만이시네"라는 말로 시작한다. B는 안씨 곁으로 다가가 "이거(카메라) 놔두고 얘기 좀 하게"라고 말했다. 그는 "유튜버가 많아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서 안씨는 이 상황을 찍고 있는 촬영자에게 카메라를 돌리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이후 안씨와 B가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화면에는 그들의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된 대화에서 안씨는 "트랙터는 (서울로) 못 넘어가는 거고, 용달(차) 넘어가는 건 괜찮은 거냐"고 물었고, B는 "그렇지, 그렇지, 법원 판결대로"라고 답했다. 이어 안씨가 "법원 판결대로 하는데 트랙터가 (서울로) 넘어가면 우리가 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말하자, 상대는 또다시 "그렇지"라고 답했다.
 
전봉준투쟁단, "윤석열 파면하라!" 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평화시위 보장과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전봉준투쟁단, "윤석열 파면하라!"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평화시위 보장과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안씨는 "쟤네들(전봉준 투쟁단)이 트랙터를 넘겨달라고 (경찰에) 요구할 거 아니냐. 쟤네들 목적이 트랙터니까. 그럼 경찰이 (오후) 6시까지만 막아주면 된다"고 말했고, B는 역시 "네"라고 답했다. 이어 안씨는 "저희들이 좌판 깔고 쟤네들이 밤을 새우든 뭘 하든 우리가 맞불(집회)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해 안씨는 "사람들이 많이 올 거다. 저녁에. 그러면 나한테 그냥 협조를 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협조를 구하라는 이유로는 "(배)인규하고 나하고 둘이 (맞불 집회를) 하니까", "사람들이 흥분해 가지고 (서울로) 넘어가지만 않게만 해야 되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합법적으로 가는 거고, 그러면 우리가 해달라는 거 도와줘야돼"라고 말하자 안씨는 "당연하지"라고 화답했다.
 
경찰 "법원 판결대로 답만 해""유튜버 조회 수 노린 것"
전봉준 투쟁단 측 "굉장히 부적절한 대화, 결국 트랙터 막으려는 것"
 
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트랙터들이 경찰에 의해 서울시내 진입이 막힌 가운데 농민들이 집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트랙터들이 경찰에 의해 서울시내 진입이 막힌 가운데 농민들이 집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 이정민
 
이에 대해 경찰 A(서울경찰청 정보과)는 "온라인 상에서 해당 영상이 공유되는 것을 봤지만, 경찰과 안정권씨의 유착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안씨와는 (이전에 다른) 집회 현장에서 2~3번 만난 게 전부이며 친분도 없다. 대화 내용을 자세히 보면 '법원 판결대로 (집회 현장을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A는 이어 안씨의 '자신에게 협조를 구하는 게 낫다'는 발언을 두고는 "(맞불) 집회 대표자니까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그외 나머지 대화는 모두 안씨 주장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영상에 등장하진 않지만 현장에 있었다는 또 다른 경찰 역시 "유튜버들이 수익때문에 (경찰과 대화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상을 접한 전봉준 투쟁단 집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경찰과 안정권씨가 굉장히 부적절한 대화를 한 것"이라면서 "대화 내용을 보면 결국 경찰이 안씨와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 행진을 같이 막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만큼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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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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