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령에서 경찰과 극우유튜버가 주고받은 대화 (영상)
“해줄 테니까, 우리가 해달라는 대로 도와줘야 돼”, “당연하지”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5-03-26 01:24:04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유튜버’ 안정권 씨와 농민들의 트랙터 진입을 막기 위해 서로의 요구사안을 주고받으며 협력하는 모습이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안 씨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욕설 시위’와 최근 ‘이화여대 난입’ 등으로 논란이 됐던 대표적인 ‘극우 유튜버’다. 안 씨의 누나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연설왕TV’는 25~26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에서 안 씨의 활동을 중계했다.
 
이날 해당 채널에 개시된 영상을 보면, 안 씨는 경찰버스 뒤편에 쪼그려 앉아 있는데 코트를 입은 A 씨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이에 안 씨는 “아이고 아이고 오랜만이시네”라며 마치 아는 사이라는 듯 반긴다. 그리고 A 씨는 친근하게 안 씨의 등에 손을 올리고 대화를 시작한다. 그런데 해당 유튜브 채널 촬영자가 계속해서 안 씨와 A 씨를 촬영하자, A 씨는 불편하다는 듯 “유튜버가 많아서 얘기하기가”라고 말한다. 안 씨는 곧바로 촬영자에게 “그만”이라며 화면을 돌리라고 지시하지만, 안 씨와 A 씨의 대화는 그대로 송출된다.
 
목소리만 중계된 영상에서 A 씨와 안 씨는 다음과 같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 A 씨 : 일단 저 팀, 양 팀 분리를 해 줄 거야. 장소를. 근데 우리가 신고가 후순위야. 그치 알잖아 법적으로. 18시 이후에 장비 들어오게 다 해 줄 테니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게, 많이, 요구할 게 뭐야? 우리한테.
▶ 안 씨 : 트랙터는 무조건 못 넘어가는 걸로.
▷ A 씨 : 그렇지.
▶ 안 씨 : 법원판결대로 하는데, 트랙터가 넘어가면 우리가 몸으로 막을 거예요.
▷ A 씨 : 그렇지
▶ 안 씨 : 그러고 나서 저들이 트랙터를 넘겨달라고 요구할 거 아냐? 저들 목적이 트랙터니까. 그러면 경찰이 6시까지만 막아주면 돼요.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장판 깔고, 저들이 밤을 새든 뭘 하든, 우리가 맞불을 할 테니까.
▷ A 씨 : 합법적으로 가는 거고~?
▶ 안 씨 : 합법적으로~
▷ A 씨 : 해줄 테니까, 우리가 해달라는 대로 도와줘야 돼 그러면?
▶ 안 씨 : 아휴 당연하지.
 
안 씨는 A 씨와 이 같은 대화를 끝내고 다시 해당 유튜브 채널 시청자와의 대화를 재개한다. 그런데 이때, 안 씨는 “경찰 쪽은 섭외가 다 끝났다”면서 방금 대화한 A 씨가 경찰이었음을 밝힌다.
 
경찰로 추정되는 인물과 대화하는 안정권 씨 ⓒ유튜브 채널 ‘연설왕TV’ 실시간 중계화면 갈무리
 
이어 안 씨는 A 씨와 어떤 취지의 대화를 나눴는지 설명한다.
 
▶ 안 씨 : 우리가 6시부터 집회가 발동이에요. 아무리 빨리해도 오늘 6시부터 집회가 발동이기 때문에. ((...중략...)) 우리는 (농민들) 트랙터만 안 넘어가면 돼. 그걸 경찰이 6시까지 막아줘야 해. 왜냐하면 저번에도 경찰이 막다가 민주당 의원들이 와서 뚫었단 말이야. 그니까 그 이후에는 우리가 막으면 돼. 근데 지금 공백이 있어. 6시까지. 경찰한테 우리가 최대한 협조를 구해서 이용을 해야 합니다. 그게 1단계.
 
안 씨의 설명을 요약하면, 안 씨 측은 이날 농민들이 집회를 개최하는 남태령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집회가 가능한 시간은 오후 6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오후 6시까지 경찰이 막아주면, 그 이후부터 자신들이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선고 지연에 ‘트랙터 재진격’을 예고했다. 전농은 예고한 대로 이날 오후 2시 남태령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 대회’를 진행한 뒤 오후 7시까지 범시민대행진이 열리는 광화문까지 트랙터로 행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찰과 법원이 트랙터 행진을 막으면서 26일 새벽까지 대치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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