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명태균, 대통령 부부 '문고리'들과도 카카오톡
박종화 2025년 04월 10일 18시 08분
 

 

뉴스타파가 입수한 '명태균PC'에 명 씨가 대통령실 소속 '문고리' 실세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더해 뉴스타파가 입수한 명태균 통화 녹음파일에는 명 씨가 '문고리' 실세를 통해 대통령경호처 소속 직원의 인사 청탁을 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두 가지 사실을 종합하면, 명 씨는 대통령 부부 측근들과도 수시로 소통했으며 이들을 인사 청탁의 창구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명태균PC'를 통해 처음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 같은 증거들을 확보하고도 별도의 수사보고서로 만들지 않았다.
 
공무원에 대한 인사 청탁은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부패 행위이지만, 대통령 부부 측근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 부부의 최측근 '황종호-명태균' 카카오톡 대화 복원 
 
뉴스타파는 지난 2월, 명태균 씨가 대통령경호처 인사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관련 기사 : "박사님 덕분입니다"...명태균, 대통령경호처 '인사청탁' 정황)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 4일, 명태균 씨는 경호처 소속 5급 공무원 권○○ 씨로부터 “박사님 오늘 인사가 났습니다. 7월8일부 국방부 청사 경호정보부 발령입니다. 다 박사님 덕분입니다. 박사님 라인으로 입성했습니다”라는 내용의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실제로 권 씨는 이명박 사저 경호팀에서 대통령경호처 본부로 인사 이동이 됐다. 이듬해에는 과장급 간부로 승진했다. 보도 후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명태균 씨가 권 씨를 직접 언급하는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여기에서 명 씨는 자신이 권 씨를 만난 사실, 권 씨에게 황종호 행정을 소개해주기로 말한 사실 등을 지인에게 언급한다. 
 
그리고 엊그저께 권OO 만났어요. 김용현이가 하여튼 불러서 격려할 거고. 그 누구야 대통령 조카 황종호, 시민사회수석(실)에 행정관으로 있거든. 내가 (황종호를) 소개시켜 줄 테니까. 관계를 잘해라 (권OO에게) 얘기해 줬어. 한 일주일에 한두 번씩 통화를 하거든. 그래 내가 이야기를 해놨어요.
명태균 씨와 지인의 통화 녹취록(2022.7.4.)
 
황종호 행정관은 윤석열 씨의 40년 지기인 황하영 동부전기산업 사장의 아들로 사석에서 윤 대통령을 ‘삼촌’, 김건희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른다고 알려진 '실세 중에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황종호 행정관(오른쪽)의 모습. (출처: 더팩트)
 
'명태균PC'에서 복원된 카톡 메시지를 보면, 명 씨가 김영선 의원의 의정 활동을 알리는 기사 링크를 보내면, 황 행정관이 “멋지십니다”라고 자연스럽게 화답하고 있다. 
 
명 씨는 서울로 올라와 황 행정관을 직접 만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8월 31일, 명 씨가 황 행정관에게 “지금 서울 올라가는 길입니다. 식사장소 보내주세요. 12시에 뵙겠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황 행정관은 자신이 예약한 식당 정보를 공유했다. 대통령실 근처에 위치한 샤브샤브 음식점이었다.
 
▲명태균PC에서 발견된 명 씨와 황종호 행정관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2022.9.15.)
 
▲명태균PC에서 발견된 명 씨와 황종호 행정관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2023.8.31.)
 
황 행정관이 대통령실 안에서 어떤 위치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은 김대남 전 시민사회수석실 선임행정관과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나이도, 직급도 자신보다 한참 어린 황 행정관에게 납작 엎드려야 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김대남 : 아니 그러니까 이런 거야. 한동훈이가 자기가 하고 싶은 거지. 뭔가 지금 자꾸 잊혀지면 안 되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데 윤(석열)이 한(동훈)은 졸라 미워하니까. 미워한다기보다도 ‘저 싸가지 없는 새끼’ 이러고 있고. 그다음에 한(동훈)은 또 윤(석열) 보고 ‘저 정신 나간 양반’ 뭐 이런 식이야 지금. 그러니까 둘이 지금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어.
 
○이명수 : 그거는 확실합니까?
 
●김대남 : 아 확실해. 내가 그거 황종호한테 들었잖아. 종호가 제일 확실한 거 아냐? 종호는 확실하잖아. (중략) 나는 어쨌든 지금 어디 공기업이라도 들어가야 되니까 종호라든지 현 정권에 그냥 납작… 저걸 해가지고 어떤 자리 하나를 받아내야 되니까. 황종호 행정관은 윤 대통령 부부로 통하는 문고리 실세로 통했습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통화녹음(2024.6.17.)
 
실제로 이 같은 발언 두 달 뒤, 김 전 행정관은 성과급을 더하면 3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직을 꿰찼다. 
 
김건희 '문고리'와도 소통한 명태균
 
명 씨는 김 여사의 문고리 실세들과도 소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뉴스타파는 대선 당시 김건희 여사가 명 씨에게 자신의 비서 정지원을 소개하며 "시키실 일이 있으면 일을 시키라"고 말하는 카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실제로 '명태균PC' 복원 자료에는 명 씨 휴대전화에 정 씨가 "정지원/비서(김건희사모님)"으로 저장된 사실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에게 자신의 비서 연락처를 공유하며 "시키실 일이 있으면 시키라"고 카톡을 보낸 모습(2021.10.2.)
 
윤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6월 13일, 김건희 씨는 대통령 특별열차를 타고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이날 김 씨를 수행한 인물은 코바나컨텐츠 직원들(유경옥, 정지원)이었다. 이들은 대통령실 행정관이 됐고, 지금도 재직하고 있다.
 
'명태균PC'에는 명 씨가 유경옥, 정지원 행정관과 연락을 주고받은 카톡 내역이 담겨 있었다. 
 
대통령 취임 한 달 뒤, 김건희 여사는 코바나컨텐츠 직원을 대동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유경옥(왼쪽), 정지원(오른쪽) 씨는 명태균 씨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김건희 씨의 봉하마을 방문 전날, 유경옥 행정관과 명 씨는 카톡을 주고받으며 김건희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의 비공개 만남 일정을 공유했다. 명 씨는 이날 유 행정관에게 자신의 막내 딸을 데리고 나가도 되냐고 묻기도 했다. 
 

▲명태균PC에서 발견된 명 씨와 유경옥 행정관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2022.6.12.)
 
●유경옥 : 대표님~안녕하세요. 내일 여사님 봉하마을 도착시한 2시 45분입니다.
○명태균 : 몇시 비행기로 오시나요?
●유경옥 : 저희 ktx타고 가요~ 그전에 점심 일정이 부산에서 이동합니다.
○명태균 : 네 알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유경옥 : 네~ 편안한밤 보내세요^^ 대표님~ 내일 김영선의원 진영역에서 비공개로 3시에 만나는 겁니다~ 일정에 차질 없게 부탁드려요~ 비공개입니다~ㅠ 너무들 걱정하고 있어서 다시한번 대표님껜 솔직히 부탁드립니다~ 다른 의원들 다 공보팀에서 눌렀어서~ 공개되면 너무 힘들어집니다~
○명태균 : 보안유지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경옥 :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명태균 : 김영선 국회의원 010 **** ****. ○○(명 씨 자녀)이도 같이가면 결례가 되겠지요? 김영선의원은 지금 비행기를 탑승해 2시 이후에 통화가 됩니다.
●유경옥 : 아무래도 비공개로 잠시 만나는거서요~ 황금이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ㅠ 이따 의원님이랑 명대표님 두분 나오시나요?
○명태균 : 네 두사람만 찾아뵙겠습니다.
●유경옥 : 네
명태균-유경옥 카카오톡 대화(2022년 6월 12~13일)
 
대통령실 문고리 실세들이 명 씨와 소통한 건, 윤석열 부부 허락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황종호 행정관과 명 씨가 소통을 했다는 사실은, 인사 청탁의 구체적인 통로가 처음 확인됐단 점에서 의미가 크다. 
 
뉴스타파는 황종호, 유경옥, 정지원 행정관에게 명 씨를 알게 된 경위와 인사 청탁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묻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다. 황 행정관과 정 행정관은 전화를 받았지만 "할 말이 없다"며 끊었다. 유 행정관은 거듭된 전화와 메시지에도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 
 
제작진
취재  봉지욱 임선응 이명선 전혁수 박종화 이슬기(펠로우) 최혜정(인턴기자)
편집  김은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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