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산단 정보 빼낸 명태균 "국힘 김종양·박완수 측도 땅 샀다"
이명선 2025년 04월 10일 18시 08분
뉴스타파가 '명태균PC' 하드디스크를 확보해 살펴본 결과, 창원 국가산업단지 확정 발표 두 달 전에 창원시 공무원이 명 씨에게 창원산단 예정 부지를 알려준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명 씨는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과 박완수 경남도지사 측근이 창원산단 땅을 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들에게도 산단 부지 정보가 넘어갔단 뜻으로 풀이된다.
'명태균PC' 디지털포렌식 결과 각종 사진과 문서 파일 및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등 약 70기가바이트 분량의 자료가 복원됐다. 앞서 뉴스타파는 ▲명 씨가 김건희 여사와 이태원 참사과 관련해 국정을 논의한 사실(관련 기사 : 이태원 참사 책임 ‘면피 법안’에 김건희 “감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창원산단 지정 필요성을 보고한 정황(관련 기사 : 창원산단, 명태균-윤석열 ‘직보’ 첫 확인...국정농단 게이트 열렸다)을 보도했다.
특히 '명태균PC'에는 창원산단 지정을 둘러싼 의혹을 풀 만한 중요한 자료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개로 뉴스타파는 창원산단 부지 일대 등기부등본을 전수 조사해서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투기 목적으로 땅을 매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명단을 정리했다.
'창원산단 대외비' PDF 파일 및 '유출 경로' 담긴 카카오톡 복원
김건희 여사가 창원산단 지정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22년 11월 명 씨와 강혜경 씨가 나눈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이때 명 씨는 강 씨에게 창원산단 유치용 홍보물에 들어갈 문구와 스타일을 주문하며 "김건희 여사에게 창원산단을 부탁하기 위한 홍보물"이라고 말했다.
명 씨는 창원산단 지정 발표 직전에 강 씨에게 축하 현수막 제작을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통해 국가 산단 최종 후보지가 발표 되기 하루 전인 2023년 3월 14일, 명 씨는 강 씨에게 당시 원희룡 장관과 김영선 의원이 함께 찍은 사진을 산단 선정 축하 현수막에 더 크게 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렇다면 명 씨는 공식 발표 전에 산단 지정 사실을 어떻게 확신했을까. 뉴스타파는 '명태균 PC'에서 여러 단서를 찾았다. 우선 '명태균PC' 포렌식 자료에는 창원시 고위 공무원이 민간인 명 씨에게 산단 예정 부지를 사전에 유출한 사실이 담긴 카카오톡이 포함됐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창원시청 미래전략산업국장이었던 류모 씨는 거의 실시간으로 창원산단 관련 대외비 문건을 민간인 명 씨에게 카톡으로 전달했다.

▲창원시청 미래전략산업국장 류모 씨와 명태균 씨의 카카오톡 대화. '명태균PC'에서 포렌식 복원됐다.
창원시청 국장, 산단 확정 2달 전 '창원산단 예정부지' 명태균에게 유출
2023년 1월 18일, 류 국장은 명 씨에게 '면적'이란 이름의 PDF파일을 카톡으로 보내면서 "노란색이 확정입니다"라고 말했다. 명 씨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류 국장은 "이대로 최종 보고하겠다"며 명 씨에게 재차 확인을 요청했다.

▲창원시청 미래전략산업국장 류모 씨와 명태균 씨의 카카오톡 대화. '명태균PC'에서 포렌식 복원됐다.
류 국장이 명 씨에게 보낸 '면적'이란 이름의 PDF파일에는 산단 부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2구역에서 1안부터 4안까지의 후보지가 색깔별로 구분 표시됐다.

▲2023년 1월 18일 창원시청 미래전략산업국장이 명태균 씨에게 카톡으로 보낸 '면적'이라는 이름의 PDF파일 본문. '명태균PC'에서 포렌식 복원됐다
류 국장이 명 씨에게 확정이라고 말한 노란색 부지, 즉 4안에 최종 확정된 창원산단부지를 겹쳐봤더니 확정 부지가 4안 부지 속에 고스란히 겹쳐졌다. 고도 때문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산지 등을 고려하면 류 국장이 명 씨에게 보낸 4안 거의 그대로 창원산단부지로 확정된 것이다.

▲'면적'이란 제목의 PDF파일 4안(노란색) 부지에 최종 산단 확정 부지(파란색)를 겹쳐서 표시한 그래픽
2022년 11월까지만 하더라도 창원시는 아래 그림의 1구역, 2구역, 3구역 세 곳 모두를 창원산단으로 지정하려고 했다. 류 국장은 명 씨에게 1,2,3구역 중에서 2구역을, 2구역 1,2,3,4안 중에서도 4안을 콕 찍어 미리 알려주면서, 명 씨를 마치 자신의 상급자와 같이 대우했다.
여기서 문제는 명 씨가 류 국장으로부터 받은 창원산단 예정부지 파일을 김영선 의원과 의원실 소속 보좌관, 자신의 지인들에게 유출했단 점이다. 이런 사실 또한 '명태균PC' 복원 자료에서 확인된다.

▲2022년 11월, 창원산단 추진 초기에 창원시청이 구상했던 산단 예정 부지는 3곳이었다
명태균 검찰 진술, "김종양 의원과 박완수 경남도지사 측근이 땅 샀을 것"
뉴스타파가 입수한 '명태균 게이트' 검찰 수사기록에는 검찰이 명 씨에게 '창원산단 관련 땅을 구매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력 정치인 명단'을 추궁한 사실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명 씨는 지난해 11월 26일 검찰 조사에서 검사에게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과 '박완수 경남도지사' 이름을 거론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김종양도 창원산단과 관련하여 땅을 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종양은 김영선 지역구 사무실에 자주 드나들면서 정보를 빼 갔습니다. 김종양이 창원시 의창구 북면 쪽 사람이다 보니 원래도 땅을 좀 가지고 있었을 수는 있는데, 창원산단과 관련하여 추가로 땅을 산 것 같습니다."
"박완수의 측근이었던 김OO도 진해 쪽에 아파트를 30채 정도 가지고 있는데, 김OO도 창원산단과 관련하여 땅을 좀 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제가 경상남도에 김영선과 같이 가서 딱 한 번 창원산단과 관련하여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경남도지사가 비서한테 '지도를 가져와라'라고 하면서 고암리를 콕 찍어서 여기다가 해야 한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습니다."
명태균 피의자 신문조서 (2024. 11. 26.)
명 씨는 "김종양 의원은 김영선 지역구 사무실에 자주 드나들면서 정보를 빼갔"으며 박완수 경남도지사에 대해서는 "그의 측근이 창원산단 부지 땅을 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김영선 의원과 박완수 지사에게 창원산단과 관련해 설명을 한 적이 있다"면서 그때 "(박완수 지사가 자신의) 비서한테 '지도를 가져와라'라고 하면서 고암리를 콕 찍어서 여기다가 해야 한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완수 지사가 명 씨에게 콕 찍어 알려줬다는 고암리는 실제로 창원산단 최종 부지에 포함됐다.

▲창원산단 확정부지에서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북면 고암리 위치.
김종양·박완수는 이구동성, "명태균의 허위 진술...창원산단 관련 땅 산 적 없다"
뉴스타파는 창원시청 미래전략산업국장이었던 류 씨에게 연락해 산단 예정 부지를 명 씨에게 미리 알려준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류 씨는 "당시 명 씨를 김영선 의원실의 보좌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명 씨에게 보고를 한 것이 아니라 (지역구 의원실과) 업무 협의를 한 것"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당시 김영선 의원실 소속 관계자는 "창원시청 공무원들도 총괄본부장이란 직함이 공식적인 보좌진 직함이 아닌 것은 다 알고 있었을 것이고, 국회 홈페이지 검색만 해봐도 명태균이 김영선 의원실 소속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창원시 의창구)은 "내가 창원시 북면 출신은 맞지만, 나를 포함해 가족들 모두 창원산단 땅을 구입한 적 없다"며 투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명 씨와 알고 지낸 사이는 맞지만, 서울에 있는 집 외의 땅을 산 적이 없다"면서 "나를 포함해 나의 가족이 창원산단에 땅 한 평을 샀으면 전 재산을 다 드리겠다"고 말했다.
박완수 지사 측은 "명태균 씨와 김영선 의원이 창원산단과 관련해 도지사 집무실 자체를 방문한 적이 없다"면서 "명 씨가 (박완수) 측근이라고 말한 김OO은 측근도 아니거니와 전해 듣기로는 김 씨가 땅을 안 산 걸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명 씨가 검찰에서 지목한 김OO은 박완수 지사의 보좌관을 역임했고, 지역에선 박완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김OO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창원 땅을 산 적이 없고, 필요하면 자료를 다 떼다 주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단 부지 일대의 등기부등본에는 김종양 의원이나 박완수, 김OO이란 이름의 소유자는 없었다. 이들이 차명으로 땅을 샀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오롯이 취재로 밝히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창원지검은 지난 2월 윤석열·김건희의 공천개입 의혹 및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으로 이관하면서, 창원산단은 자신들이 계속 수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창원지검은 산단 부지 정보 유출 경로 정도를 조사했을 뿐, 차명 투기꾼의 존재나 유력 정치인의 연루 등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제작진
취재 이명선 박상희 최혜정(인턴기자)
영상취재 신영철 김희주 이상찬
편집 김은
CG 정동우
웹디자인 이도현
데이터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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