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의 '이완규 지명'... 윤석열의 두 가지 노림수
[진단] 노골적인 '내편 헌재재판관' 그리고 국민의힘 경선판 흔들기 의도
윤형중(philyoon23) 25.04.10 15:28ㅣ최종 업데이트 25.04.10 15:28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하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몫 헌법재판관 지명은 아무리 봐도 윤석열의 포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덕수 대행이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이 어떤 사람인가. 윤석열의 대학교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46년 지기이자, 삼청동 안가에서 계엄 다음날인 2024년 12월 4일 이상민 전 행안부장관, 박성재 법무주방관, 김주현 민정수석과 함께 한 4인 회동의 당사자다. 안가란 안전가옥의 줄임말로 출입기록이 남지 않는 곳이다. 이완규는 경찰과 공수처로부터 내란방조죄 혐의로 수사 받는 피의자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내린 징계의 처분을 취소 청구한 재판에서 공식적으로 윤석열의 변호인을 맡았고, 윤석열의 장모 최은순을 변호한 경력도 있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선거캠프에서 활동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무사법행정분과 자문위원도 지냈다. 역대 헌법재판관들 중에 그동안의 판결과 변론 성향을 고려할 때 진보·보수라고 평가받은 적이 있어도, 이완규처럼 대놓고 특정 정치인을 위해 활동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한덕수는 대체 왜 이런 이완규를 지명한 것일까.
8-0 파면에 윤석열이 받은 충격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지난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나는 노골적으로 정파적인 헌법재판관의 쓸모다. 그동안 헌법재판관들은 성향이 진보와 보수일 수는 있어도,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마저 궤변으로 감싸는 수준의 인물이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니 박근혜 탄핵 때도, 이번 윤석열 탄핵 때도 만장일치 파면 결정이 나왔다.
그런데 윤석열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일 수 있다.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30%를 육박하는데도 어떻게 기각이나 각하 입장인 헌법재판관 한 명이 없을까라고 안타까워할 수 있다. 8-0으로 완패한 결론이 나오니 탄핵 반대 집회의 열기도 급속도로 식었다. 한 명이라도 자신들 편을 들어야 동력을 이어갈텐데, 앞으론 이런 일을 꼭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을 것이다.
마침 대선 이후엔 국민의힘 정당해산 청구 심판이 있을 수도 있고, 지금처럼 정치의 사법화기 심화될 경우 더 많은 폭발력 있는 사건들이 헌법재판소로 올 것이다. 이번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통령몫 헌법재판관 지명처럼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위헌의 경계선을 넘나들 윤석열 세력들에게 부끄러움 없이 노골적으로 '자기 편'을 들어줄 재판관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완규를 지명한 이유일 것이다.
유승민·한동훈이 이완규를 옹호할 수 있을까

▲왼쪽부터 유승민 전 국회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 ⓒ 조정훈/권우성
두 번째 이유가 더 중요하다. 한덕수가 이완규를 지명한 두 번째 이유, 아니 윤석열이 이완규를 선택한 이유는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고 본다. 이완규에게 제기되는 문제들인 '윤석열 술친구' '최은순 변호인' '내란 혐의 피의자' 등을 윤석열쪽에서 과연 몰랐을까. 당연히 알았을 것이다. 이 논란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조만간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된다. 만에 하나 유승민이나 한동훈이 후보가 되는 것은 윤석열로선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 둘이 부상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완규 지명'보다 나은 것을 찾기 어렵다.
앞으로 한동안 민주당을 비롯한 여러 정당들과 시민사회, 언론이 계속 이완규와 한덕수의 문제를 지적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이런 비판에 반사적으로 저항하다 보면 어느새 윤석열의 옆에 서 있게 될 것이다. 그 곳에 한동훈과 유승민의 자리는 없다. 한동훈과 유승민이 이완규 지명을 쌍수를 들며 반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완규 이슈는 본인이 사퇴하거나 한덕수가 지명 철회하지 않는 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인사청문회법을 보면 대통령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로 보내면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하고, 부득이한 이유로 그 기간 내에 마치지 못하면 10일 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여 줄 것을 다시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 그러고도 인상청문을 마치지 않으면 대통령은 언제든 임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적어도 5월 중순까지는 이 이슈가 진행될 수 있고, 그때는 이미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덕수와 최상목이 마은혁 후보를 임명하지 않은 이유가 나중에 이완규를 지명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들의 이야기 구조에서 '좌파 재판관' 마은혁을 임명했으니, '우파 재판관' 이완규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할 것이고, '마은혁을 그리 임명하라고 해놓고선, 왜 이완규는 임명하면 안 되냐'고 반문할 수 있다. 제대로 따지면 말도 안 되는 논리인데, 그렇게 따지기 전에는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사람들에겐 설득력이 있을 수 있는 논리다.
그렇다면 이번 이완규 지명은 또 다른 무엇의 포석일까. 정파적 재판관의 쓸모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영향력, 이 두 가지 말고 또 노리는 것이 있을까. 윤석열의 구속 취소, 줄탄핵 프레임으로 되치기, 마은혁 미임명과 이완규 지명까지를 지켜보니, 여전히 윤석열에겐 누군가 '브레인' 역할을 해주는 인물이 있어 보인다. 그가 과연 누구일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윤형중씨는 정책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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