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eoulpost.co.kr/news/9971
원수의 자식을 거둔 목도루
고구려 제8대 '신대왕'
임동주 서울대 겸임교수 (발행일: 2009/05/20 15:55:15)
서기 165년 차대왕 20년, 동생 수성에게 왕위를 양도해 자식과 충성스러운 신하 고복장마저 죽게 한 태조대왕이 오랜 연금생활 끝에 죽었다. 태조대왕의 죽음은 백성들로 하여금 동정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틈을 노리고 명림답부가 군사를 일으켜 차대왕을 죽이고 왕제 백고를 왕위에 앉히니 바로 제8대왕 신대왕이다.
차대왕은 생전에 왕자 추안을 태자로 임명했다. 추안은 반정이 일어나자 몸을 피해 구산에 있는 누두곡이란 곳으로 도망쳤다. 산속 어느 민가에 몸을 의탁했는데 그 집의 주인이 바로 목도루였다. 목도루는 태조왕 시절 유명한 장군이었다. 그러나 태조가 왕위를 수성에게 양도하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깊은 산중인 누두곡으로 도망쳤던 것이다. 목도루는 추안을 알아보았지만 머무는 것을 허락했다. 추안은 목도루를 도와 나무를 하면서 생활했다.
명림답부가 반정에는 성공했지만 워낙 차대왕의 뿌리가 깊어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신대왕은 흉흉해진 민심을 수습코자 대대적으로 사면령을 공포했다. 차대왕의 아들 추안도 사면령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목도루는 약초를 팔러 저자에 나갔다가 세상이 바뀐 것을 알게 되었다. 산속 집으로 돌아온 목도루는 추안을 불렀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신왕(新王)은 인자하신 분이시다. 사면령도 공포했다. 그러니 너는 이곳을 떠나 도성으로 가거라.”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사면령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씀입니까?”
“나는 네가 태자 추안이란 것을 안다. 나는 예전 태조왕 시절 장군이었던 목도루다. 그때 너는 어려서 모르겠지만 나는 궁에서 너를 여러 번 보았다.”
추안은 극구 부인하려 했지만 목도루가 자기를 밝히며 말하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곳이 좋습니다. 이곳에서 약초나 캐며 자연과 벗 삼아 살고 싶을 뿐이옵니다.”
“나는 태조왕이 너희 아버지 수성에게 왕위를 양도할 때 이미 세상을 버렸다. 그러나 너는 아직 젊으므로 나라를 위해 할 일이 있을 게다. 궁에 가서 신왕을 뵙도록 해라. 신왕은 너에게는 작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니냐?”
추안은 목도루의 깊은 뜻에 감사를 표하고 도성으로 들어갔다. 신대왕은 추안을 맞아 크게 기뻐하고 그가 머물던 구산뢰와 누두곡 두 곳을 식읍으로 주어 봉하고 양국군(讓國君)으로 삼았다. 처형될 것 같았던 추안이 오히려 영지를 받고 양국군에 봉해지자 민심은 자연 안정되었다.
그 후 추안이 목도루를 찾았으나 이미 딴 곳으로 표연히 떠난 후였다. 목도루는 추안이 비록 원수의 자식이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포용했으니 참으로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사람이다.
▣ 서울대학교 겸임교수, 도서출판 마야 대표 (임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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