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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9)고구려 술 ‘계명주’
최종 편집: 2005년 04월 27일 16:09:51

백제의 술이 ‘소곡주’이고, 신라의 술이 ‘경주법주’라면, 고구려의 술은 단연 ‘계명주(鷄鳴酒)’이다. 계명주는 여름철 황혼녘에 술을 빚어 밤을 재운 뒤 새벽에 닭이 울면 익어 마실 수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계명주를 ‘속성주’ ‘삼일주’라고도 부르지만 실상은 보름 이상의 정성스러운 제조과정을 거쳐야만 참맛이 난다.


계명주는 연한 황색 빛깔로 단맛과 함께 은은한 솔향이 압안에 오래 남아 입맛을 돋운다. 동의보감에도 적당량을 마시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폐와 위를 보한다고도 기록돼 있다. 쉽게 취하지 않으며 설령 취했다 하더라도 금세 깨는 것이 이 술의 특징이다.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축령산 자락 자그마한 공장에서는 고구려인의 기개가 물씬 풍기는 계명주를 빚고 있다. 계명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생산된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1호(계명주) 민속주 기능보유자이며, 한국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된 최옥근씨(62)가 운영하는 곳이다. 계명주는 평안남도 지방에서 그 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최씨는 평안남도 결성(結城) 장씨가(張氏家)의 11대 종손 며느리. 평안남도 출신인 최씨의 시어머니 고 박재형씨는 한국전쟁 때 집안대대로 내려오는 기일록(忌日錄)을 품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기일록에는 조상의 제삿날과 함께 제주를 담그는 방법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고 한다. 최씨의 남편인 장기항씨(2005년 3월 작고)도 당시에는 기일록에 제조과정이 적힌 가양주(家釀酒)가 고구려 전통술이란 사실을 몰랐다. 1980년대 정부가 민속주 개발을 지원한다는 말을 듣고 이리저리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 술이 계명주란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계명주에 대한 문헌은 1,500년 전 중국에서 편찬된 가장 오래된 농업기술 안내서 제민요술(齊民要術)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에서는 하계명주(夏鷄鳴酒)로 밝히고 있는데 ‘여름철 황혼녘에 빚어 다음날 새벽에 먹는다’고 기록돼 있다. 중국 문헌에 기록돼 있어 자칫 중국 술로 오해할 수 있지만 1,000년 전 중국 송나라 때 국신사를 수행한 서긍(徐兢)이 고려에서 보고 들은 것을 쓴 기행문 ‘고려도경’에 고려인은 계명주를 잔치술로 사용했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고려도경에는 ‘고려시대 잔치술은 맛이 달고 빛깔이 짙으며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국내 관련 학자들은 이 책에 기록된 술의 제조법이 허준의 동의보감에 기록된 계명주 제조법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1987년 계명주를 경기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했다. 또 전수자인 최씨는 전통주 명인으로 선정됐다.

계명주는 현재 알코올 도수에 따라 4가지로 생산되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가장 적은 7도에서부터 11도, 13도, 16도 등이다. 특히 도자기에 담긴 13도와 16도짜리 계명주는 최근 개발된 상품으로 일본과 미국 등지를 중심으로 해외에도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주)계명주 제조원 이창수 사업본부장(50)은 “계명주는 국내 민속주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며 “품질을 알아본 미국의 관련 유통회사와 최근 5억원가량의 수출계약을 마쳤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일본에서도 주문이 조금씩 늘고 있어 최씨는 일부 제조과정을 제외하고는 자동화 장치를 도입, 하루에 1만5천병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유통망이 미흡해 실제 생산량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마치 잘 익은 와인처럼 오랫동안 감치는 새콤달콤한 맛이 입 안을 개운하게 해줘 계명주의 안주로는 고기류가 잘 어울린다. 특히 일반 돼지고기보다 느끼함이 덜한 멧돼지고기는 예부터 계명주와 궁합이 맞는 안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계명주는 이달말 국내 최대 규모로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완공되는 고양국제전시장(KINTEX) 내 주류 상설매장에 국내 유명 전통주와 함께 항시 전시되며 경기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온라인에서도 판매된다.

〈남양주|글 이상호기자 shlee@kyunghyang.com〉
〈사진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전통주 기행] 옥수수의 힘

계명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제조법도 독특하다. 찹쌀이나 쌀이 아니라, 고구려인의 주식이었던 옥수수와 수수 등 잡곡류가 주원료다. 옛날에는 수수를 많이 사용해 붉은 빛깔이었지만 요즘에는 옥수수를 더 넣어 황색을 띠고 빛깔도 투명하다.


일주일 전부터 누룩을 조청에 담가 골고루 스며들도록 한 뒤 묵혀둔다. 그 사이 옥수수와 수수를 적당량 섞어 그 양의 3배에 달하는 물을 넣고 은은한 열로 가열, 죽을 쑨다. 일반적인 전통주가 고두밥을 이용하지만 계명주는 죽을 쑤어 술밥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 후 죽을 삼베자루에 넣어 찌꺼기를 거르고 액체를 다시 끓여 차게 식힌다. 여기에 다시 조청을 흡수시킨 누룩과 솔잎을 잘 섞어 독에 넣고 섭씨 25~28도의 실내에서 8일 동안 발효시켜 걸러내면 노르스름하고 맑은 알코올 농도 11도의 계명주가 탄생한다.
 
물론 이 제조법은 예전과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인의 미각과 시각에 맞춰 계명주 명인인 최옥근씨(62·사진)와 남편인 고 장기항씨가 개발한 것이다.
 
문헌에는 발효 기일이 여름에는 차게 2일, 봄·가을에는 따뜻하게 3일, 겨울에는 5일로 기록돼 있지만 최근에는 8일간의 발효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또 향을 내기 위해 솔잎을 섞는 것도 다른 점이다. 최씨는 감초 등 5가지의 한약재를 첨가해 만든 약계명주도 생산하고 있다. 약계명주는 도수가 조금 높아 16도다. 이 약계명주는 농림부에서 선정한 전통식품 12호로 지정돼 있다.
 
계명주에 쓰이는 누룩과 옥수수·수수·솔잎 등 모든 재료를 수입산이 아닌 순수 국내산만 사용하고 있다. 최씨는 “계명주는 약간의 단맛을 풍기면서 입안에 은은한 신맛이 오래 남아 끼니 때 밥에 곁들여 마시면 식욕도 좋아진다”며 “쉬 취하지 않으며 뒤끝도 개운하고 탁주이면서도 트림이 나오지 않는 것도 다른 전통주와 비교된다”고 자랑했다.
 
〈남양주|이상호기자〉
 

[전통주 기행] 은은하게 취하고 슬그머니 깬다

계명주를 처음 접한 것은 1998년 봄 가족과 함께 축령산으로 유명한 경기 남양주시 수동 유원지를 찾았을 때다. 좁은 길을 지나다 언뜻 길가에 자그마하게 쓰여진 ‘고구려의 전통주 계명주’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광개토대왕 등 중국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인. 그들이 마셨던 술 맛은 과연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따라 산자락에 올라갔다. 넓은 마당에 멧돼지 우리가 보이는 식당에서 맛본 계명주는 평소 반주를 좋아하는 나에게 분명 처음 접하는 새로운 맛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당시 식당 주인이 경기도 무형문화재 1호인 계명주의 제조법을 터득한 국내 유일의 기능보유자 최옥근씨였다.
 
작은 항아리 단지에 표주박을 담가 내 온 계명주는 독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순하지도 않았으며 달콤하고 향긋하게 풍기는 향이 일품이었다. 노르스름하고 항아리 바닥이 보일 정도의 투명하고 맑은 술은 분명 평소 마시던 증류주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던 맛이 배어 있었다. 멧돼지 고기를 안주삼아 마신 계명주는 지금까지 나의 주도문화를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더구나 입안에서 오랫동안 감도는 신맛과 깊은 솔향은 나를 과식으로 이끌 정도였다.
 
계명주의 부드러운 술 맛에 평소 술을 입에 대지 않던 아내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때문에 술이 약한 사람들이나 여성들에게 아주 좋은 술이란 생각이다. 운전 때문에 많이 마실 수 없어 아쉬움에 몇 병을 사가지고 나온 계명주는 누룩에 옥수수와 수수로 만든 순수 곡주라고 해 그때부터 우리 집안에서는 제주(祭酒)로 쓰고 있다. 계명주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은은하게 취하고 슬그머니 깨는 술로, 입안에 솔향이 오래남는 술’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최상인·남양주시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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