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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성(城)

고구려(高句麗)라는 국명(國名) ‘구려(句麗)’ 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고대 고구려인들의 언어에 고을이나 성(城)을 뜻하는 ‘구루(溝漊)’ 혹은 ‘홀(忽)’이란 말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구려(句麗)가 되었다. 고구려의 성립 초기부터 성이나 책을 쌓아 방어시설을 축조하였기에 그러한 국명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고구려의 발상지인 혼강과 압록강 중류역 일원에서는 청동기시대 이래 산상 취락이 발달했다고 하는데 고구려 초기 산성의 하나인 오녀산성(五女山城)에 대한 발굴을 통해서도 청동기시대 취락이 발견되어 고구려 성곽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오녀산성 전경
 
 
도성(都城)과 산성(山城)
 
고구려의 성은 그 위치에 따라 산성과 평지성으로 구분되는데, 고구려에서는 특히 산성이 발달하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170개의 고구려 성 가운데 약 85퍼센트가 산성이다. 고구려인들이 산성을 쌓는 이유는 우선 지리적인 이점을 이용하여 낙공불락의 방위체제를 만들기 위함 이다. 고구려의 산성은 반듯이 강이나 하천의 옆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경제적 조건이 좋은 곳에도 성을 쌓았다. 산성의 옆에는 강이, 근처에는 비옥한 평야와 산성과 평지성 사이에는 마을을 두어 평상시와 유사시의 생활에서 최고의 여건을 고려하여 성을 축성했다. 산성의 형태는 대개 3면이 높은 산 혹은 절벽이고 남쪽은 완만하여 통로로 이용하고 또, 산성 안에는 골짜기 등이 있어 방어를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한다. 

한편 고구려는 도성(都城) 즉 국가의 수도를 평지의 나성(羅城)과 배후의 산성으로 건설하였다. 고구려 초기 도읍인 혼강(渾江) 유역의 환인(桓仁)에는 평지의 나성으로는 하고성자성(下古城子城)이, 그리고 혼강 맞은편 오녀산 정상에는 오녀산성이 자리 잡고 있다. 강안 평지에 자리 잡은 하고성자성은 토축성이고 오녀산성은 해발 800m 고지에 견고히 축조된 석축성이다. 고구려 중기의 도성은 지금의 김림성 집안시내이다. 이곳에도 평지에는 왕궁을 둘러싼 방형의 석축성인 국내성이 축조되고 도읍의 북쪽을 방어하기 위해 산성자산성(山城子山城)과 패왕조산성(覇王朝山城)을 축조하였다.


집안 국내성 성벽

고구려의 후기 도성인 평양에는 안학궁성(安鶴宮城)과 평양성(平壤城), 그리고 대성산성(大城山城)이 축조되어 있었다. 안학궁성은 대성산성이 자리 잡은 대성산의 남쪽 자락에 건축되어 있다. 해자를 가진 정방형의 성벽으로 둘레길이는 2.5km에 성벽의 높이는 4m 정도로 추산된다. 남쪽에 3개, 동, 서, 북쪽에 각각 1개소의 문지를 두고 있으며 성내부에는 남궁, 중궁, 북궁이 배치되어 있다. 평양성은 평양시내 대동강변의 평지에 자리 잡고 있다. 둘레는 23km이며 내부면적이 1.85㎢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인데 성 내부는 외성과 내성으로 구분되어 있다. 방형으로 구획된 도로망을 따라 시가지가 조성되어 있다. 대성산성은 평야의 방어성으로 궁성의 북쪽 대성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다. 둘레가 7.2km에 달하며 장대와 각루, 그리고 연못과 우물 창고 등이 남아 있다. 


안학궁성 복원조감도 


평양 대성산성 성벽
 
고구려의 산성은 잘 다듬은 돌로 매우 견고하게 구축된 성이다. 특히 쐐기형 성돌이나 굽도리 들여쌓기, 그렝이 공법 등과 같은 특유의 축성기법들을 발전시키고 옹성(甕城), 치성(雉城) 등과 같은 성곽시설을 도입하여 매우 효과적인 방어시설로서 기능하였다. 고구려는 도성과 산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도성을 중심으로 교통로 상의 요지에 산성을 배치시켜 호형의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도성을 중심으로 한 동심원상의 방어체계는 외곽의 1차, 2차의 방어선이 무너지면 도성의 외곽에 주요산성을 연결하여 최종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이와 같은 방어체계가 발전하여 7세기에 접어들면 산성을 연결하여 천리장성(千里長城)을 축조하기도 하였다.


압록강 중류역 성곽 분포와 방어체계

 
성(城)의 유형(類型)
 
여러 가지 관점에서 성을 일정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축성재료에 따라 토성(土城), 석성(石城), 토석혼축성(土石混築城), 목책(木柵)으로 나누거나 지형적인 입지에 따라 평지성(平地城)과 산성(山城)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분류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 형태에 따라 장성(長成), 곡성(曲城), 옹성(甕城), 월성(月城)으로 분류하거나 거주주체에 따라 도성(都城), 행성(行城), 읍성(邑城), 혹은 기능에 따라 창성(倉城), 진성(鎭城), 보(堡), 영성(營城), 술성(戌城),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서울 구의동 보루 전경
 
고구려 성을 지형적인 입지에 따라 구분했을 때 평지성과 산성으로 대별되며 교통로상에 험준한 협곡을 가로지르는 차단성 즉 관애(關隘)와 교통로상의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초소(哨所), 혹은 보루(堡壘) 등이 추가될 수 있다. 산성을 축조할 때는 산세를 잘 살펴서 최적의 방어를 위한 위치를 선정하게 되는데 이와 같이 지형과 맞물린 산성 축조방식은 산성을 분류할 때 가장 의미 있는 기준이 된다. 지세와 관련하여 산성을 분류하는 기준에는 다양한 관점이 있겠지만 가장 흔히 분류법에 따르면 산정상식(山頂上式)과 포곡식(包谷式) 나눌 수 있다.


고구려산성(백암성 성벽)

산정상식은 평탄한 산마루를 둘러싼 성인데 낭떠러지나 절벽은 자연성벽으로 삼고 지형이 다소 완만한 일부에만 인공성벽을 축조하였다. 대표적인 유적으로 환인의 오녀산성과 신빈(新賓), 흑구산성(黑溝山城)이 있다. 포곡식의 구조를 갖춘 산성으로는 집안(集安)의 산성자산성과 패왕조산성 등이 있는데, 계곡을 중심에 두고 산등성을 따라 성벽을 축조한 성으로 역시 바깥쪽의 경사면이 깎아지른 듯이 가파른 지세를 이용하였다. 평지성은 하천을 낀 강안대지에 흔히 강을 자연해자로 삼아 축조된 성이다. 환인(桓仁)의 하고성(下古城), 나합성(喇哈城), 집안의 국내성(國內城), 통화(通化)의 적백송고성(赤栢松古城) 등이 있다. 대부분의 평지성은 토성으로 축조되나 집안의 국내성은 본래 토성이었지만 뒤에 석성으로 구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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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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