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121023/50337598/1
러시아 우수리스크 레르몬토프 거리 공원을 지키고 있는 발해 절터 초석 중 하나. 20년 전만 해도 7개가 남아 있었지만 현재는 3개뿐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시골마을 스초클랴누하. 초겨울 비바람이 몰아치던 17일 이 마을에 들어서자 수확을 마친 옥수수, 깨 줄기가 바싹 마른 채 널려있는 모습이 보였다. 밭으로 쓰이는 이 사유지는 높이 5∼7m, 둘레 약 1100m의 정방형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다. ‘해동성국(海東盛國)’으로 불리며 위풍당당하게 대륙과 바다를 누볐던 발해(698∼926년)의 토성(土城) 유적이다.
러 연해주 스초클랴누하 - 우수리스크 발해 유적지 가보니…
기사입력 2012-10-24 03:00:00 기사수정 2012-10-24 03:00:00
해동성국 영화 서린 곳, 이끼 낀 초석 3개만 달랑
러시아 스초클랴누하 마을에 있는 발해 토성 유적이 보호받지 못한 채 농사짓는 사유지로 쓰이고 있어 훼손이 우려된다. 나무들이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이 밭을 둘러싼 토성이며, 성 내부인 밭에서는 철제 화살촉, 윤제 토기 등 발해유물이 발굴됐다. 스초클랴누하·우수리스크(러시아)=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러시아 우수리스크 레르몬토프 거리 공원을 지키고 있는 발해 절터 초석 중 하나. 20년 전만 해도 7개가 남아 있었지만 현재는 3개뿐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시골마을 스초클랴누하. 초겨울 비바람이 몰아치던 17일 이 마을에 들어서자 수확을 마친 옥수수, 깨 줄기가 바싹 마른 채 널려있는 모습이 보였다. 밭으로 쓰이는 이 사유지는 높이 5∼7m, 둘레 약 1100m의 정방형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다. ‘해동성국(海東盛國)’으로 불리며 위풍당당하게 대륙과 바다를 누볐던 발해(698∼926년)의 토성(土城) 유적이다.
스초클랴누하 성은 1980년대 중반 러시아 학자에 의해 발견됐고 철제 화살촉, 윤제(輪製) 토기, 온돌의 흔적 등 발해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그러나 성을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지 않아 밭을 갈다가 유적을 훼손할 수 있는 딱한 상황이다.
15일 찾아간 러시아 우수리스크 레르몬토프 거리 공원에는 항일 언론인이자 사학자였던 산운(汕耘) 장도빈 선생(1888∼1963)이 1912년 발견한 발해 절터 초석(礎石) 3개가 남아있었다. 아무 보호 장치 없이 잡풀 사이에서 이끼가 끼어 있었다. 1992년 국내 연구진이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초석은 7개였지만 누군가가 깨어 가져가버리고 지금은 3개뿐이다.
발해 땅이 지금의 러시아 연해주까지 뻗어있었음이 유적으로 입증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연해주의 발해유적 대부분은 아직도 역사 속에 묻혀있다. 발해 전문가들은 발해유적 발굴은 물론 발해사 연구도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발해를 당나라의 지방정권으로 규정하며 발해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중국은 상경성 등 자국 내 주요 발해유적을 중국 측 입맛에 맞게 당나라 풍으로 복원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미 2004년 자국 내 고구려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러시아와 협력해 하루 속히 연해주의 발해유적에 대한 발굴과 조사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기호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중국이 발해유적 발굴 결과를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경우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발해사를 한국사로 주장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정석배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유적학과 교수는 “중국 내 발해유적에는 한국 학자들의 접근이 사실상 봉쇄되어 있고 북한의 발해유적에도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해주는 한국 학자들이 발해유적을 발굴·조사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며 “발해의 정사(正史) 기록이 오늘날 남아있지 않아 유적 유물을 통한 연구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연해주 발해유적은 280여 개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국과 러시아 연구진의 협력으로 어느 정도 발굴이 진행된 곳은 크라스키노 성터(동북아역사재단), 콕샤로프카1 성터(국립문화재연구소), 체르냐치노5 고분군과 체르냐치노2 주거유적(한국전통문화대), 마리아노브카 성터(고려학술문화재단) 등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한국의 연구기관들이 예산을 확충해 러시아 정부 및 연구진과 공동으로 연해주의 발해유적 발굴·조사를 활발히 한다면 중국의 발해사 편입 시도에 학술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유적 보호에도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해유적 발굴 및 연구를 위해 책정된 내년도 예산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억9000만 원, 동북아역사재단이 1억5940만 원이다. 국내에 발해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활발히 연구 중인 이는 10여 명에 불과해 전문가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스초클랴누하·우수리스크(러시아)=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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