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 ‘국정원 댓글’ 민간인 계좌에 ‘의문의 9234만원’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9197.html 

‘댓글’ 연루 민간인 수백명…9천만원은 ‘빙산의 일각’
등록 : 2013.08.12 08:09

KGB 촛불문화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앞에서 국정원 국민감시단이 제안하는 ‘첩첩산중 케이지비(KGB)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헌인릉 답사가 경찰에 막히자 손을 맞잡고 있다. 케이지비는 국정원(K) 게이트(G) 버스킹(B·거리공연)의 머리글자를 딴 말로, 국정원 규탄 거리공연을 벌이려고 구성됐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정원 관련 민간인 계좌 ‘의문의 돈’
심리전단 직원 70여명 감안땐 최소 수십 억대 지급 가능성, 검·경, 자금용처 등 수사 안해 
한꺼번에 수백만원씩 입출금, 다른 조력자에 전달 가능성도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에 동원된 민간인 이아무개(42)씨의 계좌에 들어온 국정원 자금으로 추정되는 돈 9234만원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면, 민간인 이씨는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 김아무개(29)씨 등 3명의 국정원 직원과 함께 활동했다. 김씨 등이 소속된 국정원 심리전단의 직원 수는 70여명에 이르므로, 직원 3명당 1명의 민간인 정보원을 뒀다고 가정해도 최소 23명의 민간인이 동원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단순 계산을 해도, 국정원이 댓글 작업에 동원된 민간인에게 뿌린 돈은 2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셈이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경우일 뿐,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민간인 관련자들은 수백명으로 늘어난다. 경찰이 주요 수사 대상으로 삼은 유머 누리집 ‘오늘의 유머’에서 활동한 국정원 관련 아이디는 66개였다. 이밖에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국정원 관련 민간인들이 다수 활동했다. 검찰이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15곳의 서버를 압수수색하면서 각 업체에 제시한 개인정보는 모두 600여명의 것이었다. 이 중 상당수는 국정원의 댓글 공작을 도운 민간인들로 추정된다.

국정원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은 대선을 앞두고 이씨의 계좌를 활발히 드나들었다. 이씨가 현금으로 자신의 씨티은행 계좌에 넣은 4925만원 가운데 75%인 3660만원은 지난해 4~11월 입금됐다. 또 이 기간 같은 계좌에서는 2517만원이 출금됐다. 대선 직전 8개월간 매달 평균 457만원이 계좌에 들어가고 314만원이 나온 것이다. 이씨가 국정원으로부터 활동비를 총괄해서 받아 또다른 민간인 조력자들에게 나눠줬을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국정원이 믿을 만한 정보원 아래 여러 조력자를 두는 방식으로 심리전단을 운영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국민의 세금이 국정원의 불법적인 활동에 사용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씨에게 지급된 돈은 국정원 특수활동비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지난해 4601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이씨를 비롯한 민간인들이 국정원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활동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자금의 전체 규모나 사용처 등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씨에게 4309만원을 계좌이체한 정아무개씨를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런 사실을 사건 관계자의 진술로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댓글 공작을 도운 정보원들은 모두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활동한 혐의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범죄 혐의의 모든 책임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는 쪽으로 공소사실을 구성했다.

결국 대선 여론조작의 실체와 정치공작에 사용된 국정원 자금의 규모를 파악하려면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송치 기록을 보면 대선 여론조작에 가담한 인원이 상당수일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활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정조사·특검을 통해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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