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전화에 IP 변조 프로그램…댓글 정체 숨기려 ‘치밀한 준비’
등록 : 2013.08.12 08:10 수정 : 2013.08.12 08:10 z

경찰 ‘댓글 사건’ 송치기록 보니 
직원 업무용 전화도 유령업체 명의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활동은 차명 휴대전화와 아이피(IP) 변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치밀하고 은밀하게 진행됐다.

11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경찰의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 송치 기록을 보면, 경찰이 국정원 사건에 연루됐다고 판단한 인물은 민간인 이아무개(42)씨와 국정원 직원인 김아무개(29)·이아무개(39)·조철호(가명)씨 등 모두 4명이다. 이 중 민간인 이씨와 직원 김씨·이씨는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으나 조씨는 아예 조사받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의 통화 내역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된 전화기를 사용했다. 국정원 직원 김씨는 민간인 이씨의 이종사촌 동생인 신아무개씨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경찰 수사 결과 김씨는 신씨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민간인 이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연락을 유지했다. 국정원 직원 이씨는 2011년 4월부터 동생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국정원 사건이 불거진 뒤인 지난해 12월26일 해지했다. 국정원 직원 조씨는 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국정원 직원 김씨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직원 김씨·이씨에게 지급한 업무용 휴대전화도 국정원이 아닌 ‘국제○○○○○’ 등 우체국 사서함만 있는 유령업체의 명의로 돼 있었다.

또 이들은 주로 스마트폰과 아이피 변조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활동을 벌였다. 이는 자신의 정체와 활동을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판단된다. 스마트폰 ‘테더링’ 기능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면 수시로 아이피(인터넷상 주소)가 바뀌어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경찰 수사 결과 국정원 직원 김씨는 어머니 명의의 스마트폰을 개통해 인터넷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직원 이씨도 마찬가지여서, 경찰이 이씨의 동생 명의로 개설된 스마트폰의 통화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5일부터 12월12일까지 수신 3차례, 발신 3019차례가 확인됐다. 이 중 발신기록은 전부 인터넷 접속 기록이었다. 통화 목적이 아니라 인터넷 활동을 위해 차명 스마트폰을 만든 것이다. 이씨는 이 스마트폰 번호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 결과 민간인 이씨는 국정원 직원 조씨의 친척 명의로 구입한 아이피 변조 프로그램을 사용해 인터넷 유머 누리집인 ‘오늘의 유머’에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여러 아이피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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