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청장, 거짓말했습니다"
권은희 "압수수색영장 신청 말라고 전화"... 야밤 수사발표 '위증' 가능성도
13.08.19 16:22 l 최종 업데이트 13.08.19 22:22 l 남소연(newmoon) 선대식(sundaisik) 이경태(sneer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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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사과장이 증인심문에 응하고 있다. ⓒ 남소연

"네. 거짓말입니다."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19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위증'을 지목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16일 청문회 당시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권 전 과장에게 지난해 12월 12일 전화한 사실을 거론하며 "당시 (권 전 과장을) 좋게 봤다, 격려 이상·이하도 아니다, 당당하고 신중하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전 과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김 전 청장이 전화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 근거로는 '내사사건인데 압수수색이 맞지 않다, 검찰에서 (영장을) 기각하면 어떡하나'라고 했다"고 밝혔다. 즉, 본인이 형사 재판 중임을 들어 사상 초유의 '증인선서 거부'를 했던 김 전 청장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얘기였다. 

이에 박영선 위원(민주당)이 "김 전 청장이 이 자리에 나와서 (증언)한 것은 거짓말이죠?"라고 묻자, 권 전 과장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이 "(김 전 청장이) 권 전 과장과 통화한 것은 격려 전화였다고 했다, 그 내용을 질의했더니 부인했는데 그러면 거짓말 아닌가"라고 재차 묻자, 그는 "네, 거짓말이다"라고 다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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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권 전 과장은 "수사를 진행하는 내내 어려움과 고통을 느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권은희 증인이 수사 압력을 받았다고 느낀 대목은 없었나"라는 박 위원의 질의에 "수사를 진행하는 내내 어려움과 고통을 저와 수사팀이 느꼈다, 그런 것들이 주변에서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는 부당한 지시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일일이 열거하는 것보다 해당 부분에 대한 질의가 나왔을 때 솔직히 답변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권 전 과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새벽에 서울경찰청에서 수서서 지능팀에 전화를 해서 '(댓글 수사 검색을 위한) 키워드를 줄여 달라'는 요구를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키워드 축소는 곧 수사축소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권 전 과장은 "그 당시 직원에게 '과장이 이미 퇴근하고 없다, 결재를 받을 수 없다는 핑계를 대서라도 키워드 축소를 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경찰 감찰 당시 이를 '강압'이라고 판단했나"라는 박남춘 위원(민주당)의 질의에 "그렇다, 범죄 사실과 관련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사 단서를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종분석 결과 나오기 전에 비상대기명령... 김용판 '위증' 계속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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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청문회 출석한 권은희 전 수사과장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가 일시 정회되자,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사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권 전 수사과장은 경찰 수뇌부의 국정원 댓글 수사 축소은폐를 폭로한 바 있다. ⓒ 남소연

권 전 과장은 또 12월 16일 중간수사결과 발표 여부를 당일 오후 11시 서울청의 보도자료를 받고서야 알았다고도 했다. 댓글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팀이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완전히 배제된 셈이다. 

그는 "수사팀에서 증거분석결과를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간수사를 발표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16일 당일 '서울청에서 분석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나오면 보도자료 배포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만 해도 수서경찰서팀은 증거 자료에 대한 검토와 판단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서장을 통해 서울청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언론의 특종 경쟁 탓에 12월 16일 오후 11시 이례적인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했다고 한 것도 위증에 가까웠다.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은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6시간 남긴 시점에 서울청의 전화를 (이 증인이) 받았다, 비상대기하라고 (수사팀에) 지시했나"라는 박남춘 위원의 질문에 "그런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남춘 위원은 "엠바고가 깨질까봐 (오후 11시에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는 김 전 청장의 증언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인지 방증한다"며 "최종분석결과가 밤 9시 15분에 나왔다, 밤 11시에 무조건 발표하려고 키워드를 줄이고 벌써 그날 저녁에 비상대기하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댓글사건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컴퓨터를 분석한 서울경찰청의 분석관들은 입을 모아 축소·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김보규 전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범죄수사팀장은 "키워드가 많다고 정확한 것은 아니다"면서 "(김씨의) 아이디와 닉네임 등을 통해 검색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항변했다. 수서서가 요구한 키워드 100개를 검색하는 것보다 아이디 등을 통해 추적했을 때 보다 많은 댓글 등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박정재 전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장 역시 "국정조사에 나온 것은 유감스럽다"면서 "(증거인멸 관련해서) 전혀 그런 일 없다, 양심을 걸고 말한다"고 단언했다. 

서울경찰청에서 분석대상을 김씨에게 직접 지정하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관련법 상 증거물 인정을 받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수미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압수수색 사례를 거론하며 "압수수색을 했더라도 디지털 증거물이 법정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임의제출에 한정돼 있다는 판례가 있다, 임의제출 범위에 한정해서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전 과장은 이에 적극 반박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키워드 100개를 갖고 증거물 분석 결과물을 얻을 수 있나"는 윤재옥 위원(새누리당)의 질의에 "저희들이 분석을 의뢰한 대상은 컴퓨터 용량은 개인용 컴퓨터 2대"라며 "포털 사이트의 서버 컴퓨터나 업무용 컴퓨터를 분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키워드 100개를 검색하나 4개를 검색하나 물리적 시간 차이가 크다고 보시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권 전 과장은 또한 "디지털증거물에 대한 법적 인정을 위해 김씨에게 임의제출 지정받아야 했다"는 서울경찰청의 반박에도 "형사소송법과 판례를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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