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밟기'를 강요한 국회의원 책임은?
[헌법 이야기] 양심 자유를 침해한 국회의원 책임은 면책되는가
13.08.21 14:55 l 최종 업데이트 13.08.21 17:44 l 여경수(ccourt)

지난 19일 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과정에서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권은희 증인에게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길 바랐죠?"라고 물었다. 권 증인은 "지금 김태흠 의원의 말씀은 헌법이 금지하는 십자기 밟기 질문"이라고 답했다.

십자가 밟기는 예전에 기독교가 탄압받던 시절에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을 가려내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십자가 밟기를 통해서 기독교 신자인지 아닌지를 구분한 행위이다. 이를 강요받은 사람은 종교 자유뿐만 아니라 양심 자유를 침해받는다. 그래서 이 사례는 헌법 교과서에서 양심 자유 부분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양심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로 국가에 대한 충성 선서강요와 십자가 밟기를 설명한다.

이번 김태흠 의원 발언은 두 가지 헌법사항을 어겼다. 첫째, 헌법상 비밀투표 규정을 침해한 발언이다. 지난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투표를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은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다. 헌법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 비밀투표를 규정하고 있다. 비밀선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공직선거법에서는 투표의 비밀침해죄(제241조)를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투표의 비밀은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인은 투표한 후보자의 성명이나 정당명을 누구에게도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진술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비밀투표를 어긴 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

둘째, 헌법상 양심 자유를 침해한 발언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양심 자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양심 자유는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는 신념이나 행동을 강요당하지 않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이다". 여기서 말하는 양심이란, 세계관·인생관·주의·신조와 같은 내용이다. 내심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아니할 자유까지 포함된다(헌법재판소 1997. 3. 27. 96헌가11).

특정 정치인에 대한 선호를 묻는 것은 그 사람의 양심을 외부로 표명하도록 강제한 행위이다. 누구든지 자신이 선호하는 정치체제, 인생관, 성적 취향, 종교와 같은 사항을 외부에 표명될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 특히 국가 공권력으로 이를 강제할 경우에는 국가배상 책임이 되는 위법행위이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이 가진 면책특권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특권인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에게 인정되는 헌법상 특권이다. 이러한 특권은 국회의원이 전체 국민의 대표로서 입법활동과 국정통제활동을 올바로 수행하기 위하여 인정된다. 따라서 면책특권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넓게 이해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면책특권은 절대적 특권이 아니기 때문에 제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명예나 사생활에 관한 권리와 허위사실유포금지와 같은 공익에 의해서 제한될 필요가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 김태흠 의원의 발언은 헌법에 반하는 발언이자, 증인에 대한 비방적인 모욕 언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일법제와 마찬가지로 '비방적인 모욕'을 면책특권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검토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여경수 기자는 헌법연구가입니다. 지은책으로 생활 헌법(좋은땅, 2013)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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