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30914.22003214600

'국정원 수사'로 정권과 거리…여권 핵심 '손보기'에 희생된 듯
왜 갑자기 옷 벗나
국제신문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2013-09-13 21:48:15/ 본지 3면


13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감찰을 발표했던 황교안(왼쪽) 법무부 장관이 과천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이날 오후 사의를 밝힌 채동욱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이용우 기자 연합뉴스 ywlee@kookje.co.kr

대선개입 댓글 지시 의혹, 원세훈 원장 기소 등 놓고 여권과 불편한 관계 불거져
황교안 법무 감찰지시도 사실상 노골적 사퇴 압력. 윗선과 조율없이는 힘들어
후보추천위서 임명 첫 총장, 5개월 만에 밀려나기식 낙마. 검찰 정치적 독립 후퇴 우려

'혼외 아들' 논란에 휘말렸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자진 사퇴하자 채 총장을 흔든 배후 또는 세력이 누구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했던 채 총장이 루머에 휘말려 낙마했기 때문이다.

■누가 채 총장을 흔들었나

조선일보가 지난 6일 채 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을 처음 보도한 직후부터 검찰과 정치권에서는 배후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단순히 특정 언론이 개인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진행 중인 각종 수사를 흔들려고 하는 세력 또는 배경이 작용한 결과라는 의심의 눈초리들이 많았다. 실제 채 총장은 조선일보의 보도를 처음 접하고서 "조선일보 보도의 저의와 상황을 파악 중에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해 굳건히 대처하면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 본연의 직무 수행을 위해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채 총장 취임 이후 개시된 검찰 수사가 청와대·여권은 물론 권력기관인 국가정보원과 경찰에 부담을 줬다며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통해 원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여권 수뇌부와 척을 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혼외 아들' 의혹은 정치권과 특정 언론이 채 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벌인 '공작'이란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채 총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가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각종 악의적 루머가 퍼진 배경에는 이 같은 '저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채 총장도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한 의도와 배후에 대해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 사퇴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 또 한 번 논란에 오르고 있다. 채 총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진 '검찰총장 후보추천위'를 통해 임명된 첫 총장이었던 만큼 정치적 독립에 대한 검찰 안팎의 기대가 컸다. 이 때문에 채 총장이 임명 5개월 만에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검찰의 독자적 개혁 작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핵심 의중 반영된 듯

채 총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혼외 아들 의혹이 사실이 아닌 만큼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감찰 지시'라는 노골적인 '사퇴 압력'을 가하자 총장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이를 놓고 여권 핵심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 조직의 수장에 대한 감찰을 황 장관 혼자 결정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채 총장도 이날 "지난 5개월 검찰총장으로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 왔다고 감히 자부한다"면서 "모든 사건마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혔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했으며 그 외 다른 어떠한 고려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본인의 사퇴가 검찰 수사에 불만을 품은 일련의 배후 세력에 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채 총장의 전격 사의표명을 담담하게 지켜봤다. 입장을 묻는 언론의 질의가 쇄도했지만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즉각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채 총장의 퇴진이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게 대체적 인식인 듯 했다. 한 관계자는 "공직자가 논란에 휩싸이면 장관이 감사관을 투입해 조사하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현 사태에 대해 걱정이 많다. 의혹이 커지고 있으니 빨리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채동욱 개인과 한 신문의 다툼이라고 해도 사회적 의미가 크지 않은가. 검찰총장은 공직자도 그냥 공직자가 아니라 사정기관의 총수"라며 "빨리 가부가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감찰 착수에 대한 법무장관의 독자판단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혼자 결정한 것이겠느냐"라고 반문,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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