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06668
상주들이 '지화자 좋다'고 춤을... 이런 장례식은 '처음'
[현장] 종로 한복판에서 열린 '신나는 국정원 촛불 국민장'
13.09.14 21:32 l 최종 업데이트 13.09.14 21:32 l 유성애(findhope)
"너희의 죽음을 축하한다, 국정원 이 빵꾸똥꾸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앞 길목에서 흥겨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검은색 운구차량을 길 가운데 두고 왼쪽에는 장례식 참가자들이, 오른쪽에는 경찰 60여명이 서 있었지만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경찰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데 반해 장례식 참가자 10여명은 웃고 떠들거나 심지어 춤을 추기도 했기 때문. 화려한 꽃이 달린 상복과 화려한 드레스 등을 입은 이들은 머리에 '근조 국정원'이라 써진 두건을 쓴 채, 각각 '국정원 해체'와 '박근혜 책임' 등이 써진 만장을 들고 있었다.
▲ 14일 내곡동 국정원 입구 앞에서 열린 '신나는 국정원 장례식'에 참가한 사람들. ⓒ 유성애
▲ 14일 열린 '신나는 국정원 장례식'에 참여한 참가자들. ⓒ 유성애
14일은 지난 12일부터 치러진 '신나는 국정원 장례식'의 마지막 날이다(관련기사: "'경축' 국정원 사망... 드디어 돌아가셨습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정원 앞에서는 '국정원의 죽음을 축하하는' 장례식이 열렸다. 장례식을 기획한 '국정원 국민감시단(아래 감시단)' 소속 김효준(32)씨는 "드디어 장사를 치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번개탄 자살한 국정원의 장례식... 하지만 축제였다
멀쩡하던 국정원이 갑자기 숨진 이유는 뭘까. 이들은 사인이 '번개탄에 의한 질식사이자 자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 때 개입한 사실이 국민에게 탄로나자 괴로워한 나머지, 'RO표' 내란음모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장례식 사회를 본 김수근(31)씨는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선거에 개입한 건 명백한 여론 조작이고, 스스로 무덤을 판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요즘 국정원이 옛날 독재세력이 쓰던 '공포정치' 수법을 쓰는데, 국민들께 너무 쫄지 마시라고, 웃고 즐기면서도 저들을 처벌할 수 있다고 알리고 싶어 여기 나왔다"고 말했다.
30분 정도 축사를 듣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조문이 아닌 '축하'를 하던 이들은, 국정원을 상징하는 강아지 인형을 하얀색 박스에 넣는 것으로 발인 과정을 대신했다. 김씨는 강아지 인형을 선택한 것에 대해 "국정원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은 개죽음이고, 또 실제로 권력의 개이기도 하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한 참가자는 "에라이 잘 죽었다"라며 박스를 발로 밟기도 했다.
▲ 이들은 '국정원'이라 써붙인 강아지 인형을 관에 넣는 것으로 발인을 대신했다. ⓒ 유성애
발인을 마친 후 장소를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강남구 논현동으로 옮겼다. 노제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노제의 정식 명칭은 '국정원 상주를 위로하는 장례축하노제'로, 이 전 대통령 사저에서 약 500m 떨어진 도로 옆 인도에서 열렸다.
이들은 "원세훈을 임명한 것도 그렇고, 원래 국정원의 진짜 상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맞지만 부하가 죽어 상심이 클 테니 우리가 대신 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복 차림으로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 신기한지, 지나가던 행인들도 멈춰 서서 이들을 구경했다.
참가자 중에는 다섯 살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도 있었다. 직장인 김은희(39)씨는 "원래 촛불 집회 같은 곳도 가족들과 함께 다니고는 한다"면서, "국정원은 이제 '해체 수준'의 개혁을 해야 한다, 나보다도 우리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딸 류진형(5)양을 품에 안은 류감석(44)씨 또한 "이런 행사에 아이가 함께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아이와 함께 참여한 김은희, 류근석씨 부부의 모습. 김씨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 유성애
▲ 내곡동 이 전 대통령 사저 근처에서 노제를 지내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 유성애
"이런 장례식은 처음... 국정원 개혁 가능하겠죠?"
"세상에 이런 장례식은 처음 봅니다. 상주들이 다 같이 덩실덩실 춤을 추질 않나, '지화자 좋다'하면서 노래를 부르질 않나. 그래도 혼자 꾸는 꿈이 아니고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이니, 언젠가는 국정원 개혁이 진짜로 이뤄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이날 장례식의 마지막 과정은 오후 4시경 종로 보신각 옆에서 진행된 '신나는 국정원 촛불 국민장'. 내곡동에서 발인을, 논현동에서 노제를 마친 이들은 함께 관광차량에 타고 종로로 이동해 국민장을 치렀다. 이동하는 사이 이들이 찬 타량 옆으로 두 대의 기동대차량이 따라 붙기도 했다.
▲ 이 날 오후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 '신나는 국정원 촛불 국민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참가자들. ⓒ 유성애
▲ 보신각 앞에서 둥근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신나는 국정원 장례식' 참가자들. ⓒ 유성애
국민장에서 축사를 하기 위해 나온 박석운 한국 진보연대 대표는 "언젠가 정말 국정원이 제대로 해체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국민장에는 대학생 풍물패를 비롯해 일반 시민 40여명이 참여해, "지화자 좋다~ 얼씨구 좋다~"를 외치는 등 춤을 추며 함께 했다. 이들은 강아지 인형 '정원이'를 관에 넣은 뒤, 빨갛고 노란 조화를 들고 헌화하는 등 퍼포먼스를 벌였다. 행사에는 김재연 진보당 의원과 박근용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도 참여했다.
장례식은 이날 오후 5시 30분경, 참가자들이 모두 풍물패 연주에 맞춰 큰 원을 만들며 돌며 대동놀이를 함께 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장례식을 기획하고 '국민상주'로 참가한 국정원 감시단 소속 김수근씨는 "이제 국정원 장례식도 치렀으니 책임자와 관련자들을 처벌할 때"라며 "개인적으로는 촛불 집회 등을 계속 다니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어떤 내용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참가자들은 '국정원' 강아지 인형이 든 하얀 박스에 헌화를 했다. 이 중 한 참가자는 이를 발로 밟기도 했다. ⓒ 유성애
▲ 14일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신나는 국정원 촛불 국민장’의 모습. 이들은 '민주수호'라 쓰인 천을 관에 덮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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