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기자들 “전부터 채동욱 몰아내려 할 줄 알았다”
“법무부 감찰-채동욱 사퇴 과정 부적절… 우린 당사자 부인하면 기사 못썼을 것”
입력 : 2013-09-16  15:23:54   노출 : 2013.09.16  15:23:54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보도가 터져나온지 일주일 만에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감찰 지시에 이은 채 총장의 사퇴 과정을 두고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기자들이 “오래 전부터 청와대가 채 총장을 몰아내려 할 줄 알았다”, “감찰지시는 채 총장에 그만두라는 의미”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A방송사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는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기자들은 채 총장 사퇴 과정을 두고 그의 혼외아들 진위와 상관없이 일련의 과정이 부적절하다고 보는 것 같다”며 “김학의 전 법무 차관 때는 범죄혐의가 있던 사안이었는데도 한달이 넘도록 법무부에서 감찰의 ‘ㄱ’자도 안나온 반면, 이번엔 단지 조선일보의 보도만으로 청와대와 법무부에서 ‘감찰 받으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채동욱을 쫓아내고자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대부분의 언론보도를 보면, 조선일보를 제외하고 모든 매체에서 혼외아들 보도 본질은 제쳐두고 쫓겨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논조”라며 “법무부에서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은 그 윗선의 지시나 묵인 없이 이뤄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검찰 총수에게 법무부장관이 감찰 받으라고 하는 일이 아무런 조율없이 이뤄졌겠느냐”며 “청와대와 법무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아닌 게 아니라는’ 뉴스와 근거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가 관여됐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B방송사 법조팀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제가 접해본 기자들 가운데엔 조선일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자들은 이번 사건이 공작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보는 것 같았다”며 “검찰 취재하면서 지켜보기로는 ‘청와대의 찍어내리기’가 아니냐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그는 “혼외아들이냐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기자도 일부 있지만 상당히 많은 기자들은 법무부의 검찰총장 감찰지시에 대해 상당히 의아해하며, 무리한 것으로 본다”며 “본인이 유전자 검사한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빠르게 청와대와 법무부가 채 총장을 강제로 끌어내리려 한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연합뉴스
  
이 팀장은 채총장 사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기획 작품이라는 정치권의 분석을 두고 “국정원 사건 때부터 저는 오래 전부터 오래 못가겠구나라고 느꼈다”며 “이정현 수석이 전부터 ‘우리가 뽑은 총장 아니다’라고 한 적도 있었고, 이미 원세훈 전 원장 구속 여부를 두고 잡음이 나오는 순간부터 임기를 못채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채 총장은 늘 불안했으며, 권력과 긴장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쳐낼 것으로봤는데, 조선의 혼외아들 보도로 사단이 난 것”이라며 “정권과 각이 서있는데다 밉보인 총장을 놓아두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채 총장 스스로 기회만 되면 ‘한 점 의혹 없이 깨끗이 한다’, ‘골프장 출입금지’, ‘술집 많이 가지 말라’고 했을 정도였는데, 본인의 문제로 사단이 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무부가 감찰에 나선 것이 실효성도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A방송사 출입기자는 혼외자 문제로 채 총장을 감찰 지시한 것을 두고 “감찰권을 갖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며, 굳이 감찰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문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라며 “법무부 감찰관에게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당사자 말이나 추궁을 통한 조사 외엔 밝힐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우 조선일보 주장처럼 임아무개 여인의 명예훼손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고발하지 않는 이상 처벌할 수 없다는 것. 법무부 감찰관은 계좌추적이나 통화내역도 조사할 권한이 없다. 이 기자는 “이 때문이 임씨를 불러다놓고 조사해봐야 나올 것이 없는데,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하는 의도가 무엇이겠느냐”며 “결국 총장 나가라는 것 말고는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B방송사 법조팀장도 “실효성이 있겠느냐. 뭘 감찰하겠다는 것이냐”며 “본인이 유전자 검사에 응할 용의도 있다고 한데다 일국의 검찰총장인데, 조선 보도후 일주일 만에 감찰해서 내쫓을 만한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업무 관련된 문제도 아니고 가정파괴범도 아니지 않느냐”며 “친자 여부를 확인한 다음에 감찰을 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등의 채 총장 뒷조사설에 대해 A방송사 출입기자는 “현재 우리도 확인해보고 있는 과정이어서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B방송사 법조팀장은 “뒷조사를 했을 것이라는 정황은 보이나 증거는 없다”며 “학교생활기록부에다 특히 아이의 혈액형 자료는 정말 구하기 어렵다. 가족기록부 떼는 것이 기자라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의문을 던졌다.

이와 달리 유보적인 평가를 내놓은 목소리도 있었다. 성회용 SBS 보도국장은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사회부장과 법조팀장의 의견을 존중해 보도하고 있다”며 “워낙 해석의 여지가 많은 사안이라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실체적 진실이 뭔지 규명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감찰 지시가 온당했는지에 대해 “진실이 뭔지를 알아야 감찰지시 과정이 옳은지 여부를 알 수 있다”며 “아직은 유보적인 입장을 전할 수밖에 없다. 좀 더 지켜보면 진실이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된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A방송사 출입기자는 “조선 입장에서는 주변얘기도 듣고 취재할 만큼, 확인할 만큼 했다고 할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보통의 경우 본인의 확인없이 이런 기사를 쓰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류의 기사는 그 대상이 검찰총장이 아니라 해도 쓴 내용이 사실이라는 최대한의 근거를 대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B방송사 법조팀장은 “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문제라면 취재의 한계가 있어도 의혹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적어도 사생활 문제라면 딱 떨어져야 한다”며 “결정적으로 한 방에 갈 수 있도록 기사를 쓰거나 최소한 본인이 부인하기 어렵게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일보는 16일자에서 조선의 첫 보도 직후 채동욱 총장이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접 만나 의혹을 부인하는 등 청와대 및 법무부와 여러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채 총장의 해명에도 곧바로 법무부에 감찰 지시를 내려 황 장관이 이를 채 총장에 전달하며 ‘자진해서 감찰을 받겠다고 공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러차례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도 한국은 썼다.

한겨레도 이날 검찰 관계자의 말을 빌어 “8월 중순께 조선 간부가 만나자고 해서 봤다.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인 ㄱ씨가 채 총장의 여자 문제에 대해 이미 조사를 끝냈고 9월 추석 전에 채 총장이 날아갈 것’이라는 말을 했다. ‘ㄱ씨와 조선 고위 간부가 고교 선후배로 친한 사이’라는 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4일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들과 법조인 등이 모인 서울 강남의 ㄱ일식집 식사 자리에서 청와대 인사인 ㄱ씨가 “채 총장의 여자 문제 조사를 마쳤고 결과를 민정수석실에 넘겼다”며 “채 총장은 조만간 사퇴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검찰관계자가 전했다. 

심규선 동아일보 논설위원실장도 16일자 컬럼에서 조선 보도에 대해 “취재는 꼼꼼했다. 누구라도 기사화하고 싶었을 것”이라면서도 “혼외자임을 입증할 마지막 한 방은 없었던 듯하다. 채 총장과 아이가 찍은 사진, 채 총장과 임씨의 통화기록, 채 총장이 임씨를 도와준 입출금 기록 등을 상정해볼 수 있다. 그런 게 있었다면 이번 논란은 싱겁게 끝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실장은 “아이가 채 총장의 아들로 확인됐을 경우 조선일보가 얻을 이득과 아닌 것으로 드러나 조선일보가 입을 타격을 비교해본다면 후자 쪽이 훨씬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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