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공약 애초부터 ‘차등지급’ 설계했다
등록 : 2013.09.27 20:00수정 : 2013.09.28 11:54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노인의 날 기념 전국 어르신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선 대통령 TV토론회때 한차례 스치 듯 언급. 민주 “공약 대국민 사기극”
“기초연금은 공약을 만들 때부터 국민연금과 통합·연계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정부의 기초연금 최종안은) 공약을 어긴 게 아니다.”(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그렇다면 ‘모든 어르신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이 아니라 ‘국민연금과 연계한 차등지급’이라고 공약했어야 한다. 대선 때 그렇게 설명하지 않은 건 ‘기획된 사기’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기초연금이,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른 차등지급’으로 결론 나면서 ‘공약 먹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복지 관련 시민단체와 민주당은 27일, 새누리당이 처음부터 이런 방식의 기초연금안을 설계해놓고도 마치 국민연금과 무관하게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두배로 올려주는 것처럼 대선 캠페인을 펼친 것은 ‘대국민 사기’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기초연금 도입을 공약한 것은 지난해 11월5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했을 때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초연금을 도입하게 되면 연금을 내지 않아도 월 20만원 정도 보장을 받으실 수 있다”고 말했다. 12월12일 3차 방송연설에선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인 국민행복연금으로 통합해서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 급여의 2배 수준인 월 20만원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이야기는 아예 없었고, 기초연금 20만원을 별도로 지급하는 것처럼 설명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등장’한 건 새누리당 정책공약집이 처음이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 및 장애인연금을 기초연금화하고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함으로써”라고만 적힌 공약집에서 ‘통합 운영’의 의미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박 대통령은 딱 한 차례, 12월16일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 체제에 포함시키면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중략) 그 위에 소득비례연금은 국민연금을 낸 분들이 보탤 수 있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을 스치듯 언급했다. 즉, 기초연금 공약의 ‘실제 내용’은 새누리당의 선거 캠페인이나 유권자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힌트’는 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종범 의원은 “국민연금과 통합·연계해서 기초연금 지급 금액을 정하기로 한 건 공약을 만들 때부터 전제된 거다. 공약집에도 정확하게 문구가 나오고, 대통령이 (후보로) 텔레비전 토론할 때도 말했다. 다만, 어디 단체에 가서 얘기할 때는 설명하는 게 어려우니까 그런 식으로 표현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용익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토론회를 보면서 마음에 걸렸는데, 그때는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상상이 안 됐었다. 인수위 출범한 지 사흘 만에 국민연금과 통합운영한다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왔는데, 이건 이미 후보 시절에 설계해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처음부터 국민연금에 연계해서 준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20만원을 따로 줄 것처럼 사기를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공약집의 ‘통합 운영’은 새누리당만 아는 암호냐. 그때 누가 그 내용을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차등지급이라고 이해했느냐”며 “국민들이 그렇게 이해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둔 건 죄질이 더 나쁘다”고 했다.
조혜정 김수헌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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