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댓글’ 등 400여건 긴급 삭제
등록 : 2013.10.16 08:05수정 : 2013.10.16 08:50
소속 군인·군무원 블로그·트위터글 보도 하루만에
‘대선 이슈’ 등 한꺼번에 사라져…1명 추가로 드러나
지난해 대선·총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글 400여건이 15일 <한겨레> 보도 뒤 무더기로 삭제됐다. 또 선거 기간에 이들 요원과 같은 성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또 한명의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추가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이날 김관진 장관의 지시로 이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서도 조직적인 활동이 아니라 개인적인 일탈임을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
<한겨레>가 국회 국방위원회 진성준 민주당 의원과 함께 확인한 결과, <한겨레>의 ‘군 대선 개입 의혹’ 기사가 인터넷에 보도된 뒤인 14일 밤부터 15일 사이 해당 요원들의 글이 대거 삭제됐다. 사이버사령부 소속 요원으로 새로 확인된 ‘고구려’(hungsig2002)의 블로그에서는 민주당과 친북 인사 등을 비난한 글 535건 가운데 388건이 사라졌다. 이 인물의 신원은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무원 ㄱ씨로 확인돼, 대선 개입 의혹을 받는 사이버사령부 소속 요원은 모두 4명으로 늘었다.
이 블로그에서 삭제된 글 가운데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임수경 민주당 의원이 탈북자와 언쟁을 주고받은 일로 인해 ‘종북 논란’에 휩싸인 상황을 비난한 만화,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백선엽 장군을 ‘민족반역자’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김광진 민주당 의원을 비난한 만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글 등 대선과 관련된 게시물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 블로그에선 ‘뉴스이슈’ 등 선거·정치를 다룬 카테고리가 통째로 사라졌다.
같은 사이버사령부 요원인 또다른 ㄱ씨의 트위터 계정 ‘광무제’(@coogi11130)에서도 하룻밤 사이 100여건의 글이 사라졌다. 이 계정에서도 지난해 임수경 의원의 발언으로 촉발된 종북 논란 관련 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인 지난 3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지글을 리트위트(재전송)한 것 등이 삭제됐다. 또다른 사이버사령부 요원인 ㅈ씨의 트위터 계정 ‘zlrun’(@ekffal)에서도 일부 글이 삭제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는 이날 조사에 착수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장관이 ‘상당히 상황이 심각하다.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다. 이 부분(선거 개입 의혹)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법무관리관과 조사본부장을 불러 사실 확인을 위한 합동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사이버사령부 직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것을 4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된다는 것도 강조했다”며 조직적인 대선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군 관계자도 이번 사건이 국방부 차원의 선거 개입 의혹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이 관계자는 “<한겨레>가 보도한 3명이 사이버사령부 소속이 맞지만, 일단 개인 성향으로 글을 올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외의 요원이 있는지를 보고 있지만 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성준 의원은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인터넷상에서 선거 개입 활동을 벌인 데 이어 국방부 장관의 조사 지시 뒤에도 해당 글들이 삭제되는 상황을 볼 때 이 사건을 국방부의 조사기관이 맡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군의 정치적 중립을 무너뜨린 국기문란 행위인 만큼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최현준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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