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승춘의 보훈처’ 대선 직전 ‘박정희 미화’ 교육 등 조직적 선거 개입 논란
등록 : 2013.10.14 08:13수정 : 2013.10.14 10:02 

작년 5~11월 서울 등 5곳서 7차례…‘진보=종북’ 편향 교육도
강기정 의원, 보훈처 자료 공개 “보훈처장 사퇴·검찰 수사를”
법조계 “공무원법 위반” 지적에 보훈처 “안보교육은 기본 업무”

국가보훈처(처장 박승춘)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해 5~11월 보수 성향 여론주도층 인사들을 따로 모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민주·진보세력을 ‘종북 좌파’로 매도하는 내용의 안보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보훈처는 당시 이런 교육 내용의 ‘전파와 확산’을 목표로 내걸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도움을 줄 목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 등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보훈처에서 제출받아 13일 <한겨레>에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보훈처는 지난해 5~11월 서울·대구·광주·대전·부산에서 모두 7차례에 걸쳐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 과정’을 진행했다.

보훈처는 안보교육을 했다고 하지만, 내용은 극도의 보수 편향성을 보였다. 서울 1차 교육과 대전 교육 교재에선 미국 국방대학(NDU) 산하 국가전략연구소(INSS)의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통일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 강의에선 “북한의 전위세력들인 좌익들이 국회로 진입하고 있다”며 ‘성장보다 분배 우선’ ‘교육평준화’ 등을 비판하고 진보세력을 북한의 전위부대로 호도했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그의 치적은 역사에서 영원히 기록될 업적”이라고 미화하면서 “박정희·전두환 등 군부 권위주의 시대의 경제발전이 장기지속 민주주의를 위한 구조적 조건”이라며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정권을 칭송했다. 부산에선 ‘박정희 유신체제’에서 벌어진 반독재 민주화 투쟁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 등이 담긴 ‘종북세력의 실체’란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 교육은 보훈처 산하 보훈교육연구원이 실무를 맡아 대구(5월), 광주·대전(6월), 부산(7월), 서울(6·10·11월)에서 모두 66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참석자들은 교원단체총연합회·자유총연맹·새마을부녀회·라이온스클럽 등의 간부와 해당 지역 초·중·고교 교장·교감 등이었다. 2011년 2월 보훈처장에 임명된 박 처장은 지난해 “오늘 우리가 이 정도 살게 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입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다들 아시겠죠?”라고 말한 2011년 12월 강연 내용이 알려지면서 정치개입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법조계에선 보훈처가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운동의 금지)를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박주민 변호사는 “야당의 정책을 비판하며, 마치 야당이 북한에 동조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야당에 투표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국가공무원법 제65조 1항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강기정 의원은 “국정원에 이은 또다른 정치개입이다. 박승춘 처장은 사퇴하고, 정치중립을 위반한 보훈처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훈처 쪽은 “교육이 주로 5~7월에 열려 대선과 가깝지 않다. 다만, 교육 내용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선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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