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집회에 군복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뉴시스 | 홍세희 | 입력 2013.10.14 05:01

현행법상 '불법'‥국방부, 진보단체 시위 땐 문제제기, 보수는 용인 '이중 잣대'

【서울=뉴시스】홍세희 기자 = 군인 외에는 군복을 착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여전히 군복을 입고 시위를 벌이고 있어 법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수년 간 집회 현장에서 군복을 입거나 군화, 군모 등을 착용하고 시위를 벌여왔다.

↑ 【서울=뉴시스】(뉴시스 자료사진)

그러나 관련 법 위반으로 인한 처벌이 미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5년 전 '광우병' 촛불 집회 때에는 군복을 입은 예비군이 등장하자 군이 자제 요청을 한 사례가 있어 '이중 잣대'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69개 참전 친목단체와 15개 재향군인연합회 등 85개 보수성향 단체가 주최한 '한미동맹 강화·종북세력 척결 국민대회'가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7000여명(경찰 추산 3000여명)의 보수단체 회원이 결집했다. 이 중 일부 참가자들은 군인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군복과 군모, 군화를 갖춰 입고 구호를 외치는 등 시위를 벌였다.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색 모자와 견장, 특공대 군복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색 상·하의, 구형 전투복과 신형 전투복 등 다양한 군복과 군용 장구을 착장한 회원들은 삼삼오오 무리지어 순찰을 돌거나 행사진행을 도왔다. 이날 '해병대 구국결사대'라고 소개한 5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가 진행되는 내내 군복과 비슷한 단체복을 맞춰 입고 무대 앞에 줄을 서 행사를 진행했다.

해병대구국결사대 소속 박모(58)씨는 "지금 입은 복장은 군복은 아니다"라며 "해병대결사대에서 마련한 단체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일감이 있어 보여야 하므로 단체복을 입는 것"이라며 "군복 비슷하게라도 입어야 멀리서 봤을 때 힘이 있어 보이고 사람들이 관심도 갖는다"라고 말했다.

실제 군인이 착용하는 군복과 거의 차이가 없는 군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군복과 군용 전투화를 갖춰 입었다. 팔에는 태극기가 붙어 있고 해병대 모자를 쓰거나 일반 전투모를 착용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 중 한명은 오른쪽 허리춤에 모형 권총을 차고 나오기도 했다. 

군복을 입고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묻자 '애국심의 일환'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회 소속 조모(71)씨는 "우리는 전우들의 모임이니까 당연히 군복을 입는다"며 "국가대표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듯 우리도 이런 행사나 집회가 있으면 집에서 군복을 챙겨 입고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것처럼 군복(착용)은 국가에 대한 맹세이고 충성심이자 애국심"이라며 "매일 입고 다닌 것도 아니고 이런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입고 나와 합법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인데 군복 입는 것이 왜 불법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군복을 입은 만큼 법을 더 잘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해병대전우회 소속 이모(63)씨는 "해병대 전우회 동지들은 무조건 군복을 입는다. 누가 입으라고 시키는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군복을 입자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군복을 입고 나온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런 곳에 나와 군복을 입고 다니면 젊은 시절 기억도 나고 좋다"며 "군복을 입었다고 경찰이나 누가 와서 조사하거나 뭐라고 한 사람도 없고 절대 불법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군복 착용은 엄연한 불법이다.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군인이 아닌 자는 군복을 착용하거나 군용장구를 사용 또는 휴대해서는 안 된다. 또 누구든지 유사군복을 착용해 군인과 식별이 곤란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군복이나 유사군복 착용은 정부 시책에 따른 활동이나 국방부령이 정하는 의식행사를 하는 경우 등에 한해 허용된다.

실제 국방부는 지난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일부 참가자들이 예비군복을 착용하자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국방부는 '예비군복 착용자의 시위참여에 대한 국방부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행위는 국민들을 매우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군의 명예와 자긍심을 훼손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 예비군복을 착용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행위는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자 '이중 잣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간 보수단체 시위 참가자들이 군복을 입은 사례가 많았지만 군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같은 법이 있어도 처벌이 매우 약해 실제로 단속이 이뤄지거나 처벌되는 사례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군복을 착용하거나 사용하다 적발되면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 처분을 받는다. 처벌 수준이 매우 낮아 경찰도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단속할 만한 법적 근거는 있으나 처벌 수준이 매우 경미하다"며 "경범죄처벌법 중에서도 아주 낮은 수준의 처벌"이라고 밝혔다. 이어 "처벌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률을 갖고 경찰이 단속에 나서기는 힘들다"며 "제대로 된 단속이 되려면 법적 실효성을 갖도록 처벌을 강화하든지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 군복이나 유사군용장구를 착용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민간인이 군복을 착용하는 것은 불법이긴 하지만 군이 사법처리를 할 수는 없다"며 "다만 경찰이 단속에 나설 경우 군복을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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