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396


총선을 ‘조국 대 반조국’으로 몰아가는 TV조선

[ 이주의 좋은·나쁜 방송 선거보도 ]

민주언론시민연합 media@mediatoday.co.kr 승인 2020.04.08 21:10


4월 1주 차, 나쁜 선거 보도


1. 총선을 ‘조국 대 반조국’으로 몰아가는 TV조선


3월22일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자신의 SNS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정암 조광조 선생에 비유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후 조광조 후손인 한양 조 씨 대종회가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었죠. TV조선 주말 메인뉴스를 진행하는 박정훈 앵커는 이 일이 벌어진지 일주일이 지난 3월 29일, 앵커 논평 코너에서 이를 다뤘는데요. 황희석 후보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조국 전 장관을 비난하면서 ‘조국 복권’까지 예상하는 논평이었습니다. 총선을 ‘조국 대 반조국’ 프레임으로 끌고 가기 위한 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TV조선 <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조국 논란과 코로나 선거>(3월29일)에서 박정훈 앵커는 조광조가 죽기 직전 남긴 시를 읊더니 황희석 후보 관련 논란을 언급했는데 이는 조국 전 장관 비난을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TV조선은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를 비롯해 열 가지가 넘는 혐의로 현재 재판 중입니다. 범죄 여부를 떠나 논란을 일으켜 물러난 사실만으로도 법무부의 역사를 오염시킨 인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대의를 중시한 개혁가가 아니라, 소의를 쫓은 소인배가 아니냐는 평가 역시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 조 전 장관이 열린민주당을 통해 부활하고 있습니다”라고 단언하기도 했죠. 


일단 선거에 아무런 행보도 발언도 하지 않은 조 전 장관의 ‘부활’까지 거론한 점이 눈에 띕니다. 열린민주당 일부 후보가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것은 유권자가 판단해 투표에 반영할 사안이지 ‘조국 부활’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그 후보들이 ‘조국 복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조 전 장관이 그 후보들을 위해 선거 운동을 돕고 있지도 않습니다. 선거와 무관한 조 전 장관을 이렇게 무리하게 동원한다는 것은 총선을 ‘조국 프레임’으로 몰아가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TV조선의 논리대로라면 아예 당명을 ‘친박신당’으로 내걸고 총선에 나선 후보들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미 복권되고 부활한 셈이 됩니다. 


TV조선의 ‘조국 프레임’이라는 의도는 조 전 장관을 향한 원색적 비난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범죄 여부를 떠나 논란을 일으켜 물러난 사실만으로도 법무부의 역사를 오염시킨 인물’, ‘소인배’라는 평가는 언론이 내놓기에는 지나치게 감정적입니다.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재판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넥슨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받아 재산을 불린 진경준 전 검사장, 최근 채널A와 유착해 여권 인사의 비리를 뜯어내려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장은 어떤가요? TV조선은 그런 인물들에게 ‘법무부 역사를 오염시킨다’고 제대로 비판한 적이 있던가요? 


박정훈 앵커는 “불공정과 반칙, 특권의 그림자가 진영논리를 업고 양지로 소생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옳고 그름을 가리는 우리사회의 기본 기능마저 마비될 거라는 말도 일부에선 나옵니다. 때마침 코로나 탓에 이번 선거는 깜깜이로 치러질 거라니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며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TV조선의 ‘조국 프레임’ 보도야말로 ‘깜깜이 선거’의 원인은 아닐까요? 그렇게도 선거가 걱정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후보 검증보도, 정책 검증보도, 선거 제도 보도를 내놓길 바랍니다. 


노골적인 ‘조국 총선 만들기’, 민주당 ‘대외비 문건’까지 등장


TV조선은 이러한 ‘조국 프레임’ 보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4월 1일 또 조 전 장관을 선거판에 끌어왔습니다. TV조선 <조국 논란 재점화… 부담스러운 여>(4월1일 박재훈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총선을 2주 앞두고 조국 전 장관이 다시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라며 야권의 ‘반조국 전선’을 언급했고 이 리포트의 전체 구성 자체가 ‘조국 대 반조국’입니다.


TV조선은 먼저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연루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비서관이 열린민주당 비례 2번을 받은 것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조국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주장했습니다”라며 미래통합당의 ‘주장’을 전했고 여기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아니라 ‘조국이 먼저’인 나라를 볼지도”라는 미래통합당 발 발언, “저 사람들 총선 뒤에 합쳐서 조국 대통령 만들게 하겠구나”라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무려 “더불어민주당은 대외비 문건”을 인용해 “조국 관련 질문은 ‘전형적인 편 가르기 프레임’이라며 ‘찬반 입장을 말하지 말고 질문을 바꿔 답변하라’는 지침”, “(황교안 대표는)색깔론에 사로잡혀 국민을 분열시키는 갈등 유발자”라는 내용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이 보도는 굉장히 편향적입니다. 일제히 ‘조국 프레임’을 내건 정당들의 입장을 나열하고는 여당 측의 반론이 아닌, 마치 그 ‘조국 프레임’에 여당이 쫓기고 있다는 듯 ‘대외비 문건’까지 거론했기 때문이죠. 선거와 무관한 조국 전 장관을 끝까지 선거의 중심 쟁점으로 만들겠다는 TV조선의 강한 의지가 잘 드러난 보도입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① 후보와 정책 중심이 아닌 프레임 중심의 편파 논평. ②아무리 ‘논평’이라지만 최소한 팩트는 갖춰야.


2. TV조선, ‘선거개입 의혹’이 쟁점이라 해놓고 리포트에는 없어


TV조선은 총선이 18일 남았던 지난 3월 28일부터 “총선 격전지 12곳의 여론조사 결과와 현지 분위기를 매일 한 곳씩 보도”하겠다며 지역구 판세를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선거 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여론조사 등 수치 중심의 판세를 단순 전달하는 경향이 언론 전반에 나타나 상당히 아쉬운 상황인데요. TV조선의 경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3월 31일 기사에서 정책 쟁점은 외면한 채 조사가 진행 중인 정치적 문제를 ‘지역구 쟁점’으로 규정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제목에서 말한 ‘쟁점’이 리포트에서는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 지난 3월31일 울산 남구을 지역구 쟁점이 선거개입 의혹이라는 TV조선

▲ 지난 3월31일 울산 남구을 지역구 쟁점이 선거개입 의혹이라는 TV조선


TV조선의 이 기획성 보도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는 리포트 하나, 현지 분위기를 기자가 취재한 리포트 하나 이렇게 두 리포트로 구성됩니다. 서울 종로, 서울 광진을, 대구 수성갑에 이어 3월31일, 울산 남구을을 찾아 민심을 소개한 건데요. 이날 현지 분위기를 보도하는 리포트의 제목이 <‘선거개입 의혹’ 쟁점 떠오르나>(3월31일 박재훈 기자)였습니다.


TV조선이 제목에서 강조한 것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입니다. 현 울산시장인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 직전 야당 후보이자 당시 울산시장이었던 김기현 자유한국당 후보를 수사하도록 경찰에 지시했다는 의혹입니다. 현재는 검찰이 이 의혹과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한 상태로, 총선 이후 재판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 의혹은 당사자나 여야 간 이견이 크고, 재판이 진행 중이니 진상은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습니다. TV조선은 이렇게 논쟁적인 정치적 의제를 손쉽게 ‘총선 민심의 쟁점’으로 만든 것인데 울산 남구을 유권자들이 과연 얼마나 그 논란에 관심이 있는지, 어째서 총선의 주요 쟁점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보도 제목과 달리 리포트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다루지도 않았으며 ‘경제’에 집중했습니다. TV조선 기자는 “이곳 울산 남구에 있는 석유화학공단은 동구의 조선, 북구의 자동차와 함께 울산 경제를 떠받치는 3대 핵심 축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의 산업 수도로 불리던 울산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경제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습니다”라고 리포트를 시작했고 “지난해 말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울산 상인들은 생계가 더 걱정입니다”라는 말도 했습니다. 선거개입 의혹을 슬쩍 끼워 넣었지만, 기자의 표현 그대로, 울산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생계인 것이죠. 실제로 TV조선이 인용한 울산 상인의 발언 역시 “코로나로 인해서 손님이 절반 정도 이상은 줄어들었고, 말 그대로 심각합니다. 저는 다른 건 없고, 먹고 살도록만 좀 해주이소”라는 겁니다. 그 어디서도 ‘선거개입 의혹이 쟁점’이라는 민심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어서 TV조선이 소개한 후보들의 공약 역시 경제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날 TV조선은 이 보도에 앞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한 보도 <박성진 29.3% 김기현 55.0%>(3월31일 이태희 기자)에서도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거론했습니다. 애초에 앵커가 지역구를 소개할 때 “오늘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으로 큰 논란이 일었던 울산 남구을 지역으로 가보겠습니다”라고 한 겁니다. 정치적으로 선거를 프레이밍하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보도 제목이나 앵커 멘트에서 마치 선거 구호처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말하지만 정작 기사에서는 그 쟁점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죠. TV조선이 해당 의혹을 진심으로 규명하고 싶다면, 이렇게 총선에 악용해서는 안 됩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① 지역 민심 보도 중 기자의 생각을 은근슬쩍 끼워 넣지 맙시다. ② 정치적 이득을 위해 철 지난 이슈에 억지로 산소 호흡기를 가져다 대는 듯해 안쓰럽기만.


3. ‘8억’ 보조금 받은 허경영이 ‘쩐의 전쟁 승자’라고?


3월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선거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당시 화제가 된 사실이 있으니, 바로 허경영 씨가 대표로 있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이 8억4천여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선거보조금은 선거가 있는 해에,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보조금입니다. 정치자금법 제27조에 따라 △지급 당시 교섭단체를 구성한, 즉 국회의원 20명 이상의 정당에는 보조금 총액의 50%를 균등하게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5%를,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2%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외에 정치자금법에서는 ‘공직후보자 여성추천보조금’과 ‘공직후보자 장애인추천보조금’ 항목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지역구 후보에 여성 후보자나 장애인 후보자를 일정 비율 이상 추천한 정당에게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여기에 바로 국가혁명배당금당이 8억4천여만 원의 보조금을 가져간 근거가 있습니다. 전체 지역구(253곳) 중 30%(76곳) 이상에 여성 후보를 추천한 정당에 ‘여성추천보조금’을 지급하는데, 국가혁명배당금당이 77곳에 여성 후보를 내 기준을 만족한 겁니다.


대부분 방송사가 이를 가십거리로 다뤘는데, 채널A는 아예 허경영 대표가 ‘승자’라고 표현했습니다. 비판 의식 없이 흥미 위주로 소비한 겁니다. 채널A <여랑야랑-‘쩐의 전쟁’ 승자는 허경영?>(3월30일 이재명 기자)에서 “선관위가 오늘 각 정당에 국고보조금, 선거보조금을 지급을 했어요. 그런데 그 승자가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라고요?”라고 물은 동정민 앵커의 질문부터 ‘승자’라는 말이 나옵니다. 허경영 대표가 보조금을 노리고 한 일이든 아니든, 국가혁명배당금당은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 당에서 공천한 후보 가운데 청소년 성폭행 전과가 있거나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을 위반한 전과가 있는 후보가 있는데, ‘여성추천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거셉니다. 그런데 채널A는 돈을 많이 가져갔다고 해서 단순히 ‘승자’라는 수식어를 달아줬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해도 모자란 때에, 세금을 많이 가져갔다고 ‘승자’라니요.


▲ 지난 3월30일 보조금을 많이 받은 허경영 대표가 ‘쩐의 전쟁 승자’라는 채널A

▲ 지난 3월30일 보조금을 많이 받은 허경영 대표가 ‘쩐의 전쟁 승자’라는 채널A


이어지는 앵커와 기자의 대담에서도 국가혁명배당금이 가져간 액수만 조명했을뿐, 채널A는 비판의식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흔히 선거를 ‘쩐의 전쟁’이라고 하죠”, “기준을 딱 넘긴 건데, 8억원이면 적은 돈은 아닌 것 같아요”라는 앵커의 말에 기자는 “기준을 딱 맞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면서 “허경영 대표는 과거 강연에서 여성 상위 시대가 온다, 이런 말을 하기도 했더라고요. 들어보시죠”라고 답했습니다. 화면에는 허경영 대표가 지난해 10월 “앞으로 여자가 남자를 부려 먹는 시대다 이 말이야. 무슨 말이냐 하면은 여자가 체가 되어 주인이 되고 남자가 쓰임을 받는 사람이 되는 거야”라고 강연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이 발언을 ‘여성 상위 시대가 온다’는 의미로 전해주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국가혁명배당금이 논란 속에서도 거액의 보조금을 가져간 것이 그래서 잘 된 일이라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보도 태도입니다. 


채널A는 리포트 후반, “후보들의 전과 기록이 문제”라며 국가혁명배당금당 후보들의 성범죄 전력을 언급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선거를 ‘쩐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의문과 논란의 차원에서 다뤄야 할 정당의 보조금 수령을 ‘승자’라고 띄워준 것으로 볼 때 채널A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려웠습니다. 정치자금법의 허점을 가십으로 소비하는 황색 저널리즘의 단적인 사례입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총선 보도를 흥미 위주로 다뤄서야. 이 역시 보도준칙 위반.


4월 1주 차, 좋은 선거 보도


1. 공약의 허구성 짚은 KBS, 유권자 위한 ‘진짜 좋은 선거보도’


KBS ‘국회감시K’ 팀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내건 공약을 검증했습니다. 공약을 단순히 전달하는 관성적 보도와 달리, KBS는 선거철 마다 나오는 공약들이 ‘얼마나 허구인지’ 주목했죠. KBS는 4월 1일부터 3일까지 5건의 연속 보도를 통해 바로 직전인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후보자 시절 약속한 주요 공약을 살펴보고 얼마나 이행됐는지 살폈습니다. 또한 21대 총선에 나온 후보자들은 어떤 공약을 주로 제시했는지, 또 어느 정도 타당성 있는지도 따져봤습니다. 


첫 날 리포트인 <국회감시K-‘총선 공약’ 믿어도 될까요?>(4월1일 신지혜 기자), <국회감시K-표심 노린 철도 공약… 타당성‧재원은?>(4월1일 조지현 기자)에서는 각각 학교 유치 공약과 철도‧지하철 공약을 중심으로 20대 총선 당시 후보자들과 현재 21대 총선 후보자들이 얼마나 허황된 공약을 내놓았는지 지적했습니다. 학교를 유치하겠다, 철도를 놓겠다는 공약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대표 공약이지만 여러 이유로 매번 공수표가 됐다는 겁니다. KBS는 20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253명 중 58명이 학교를 유치하겠단 공약을 150건이나 냈지만 “지킨 건 고작 29건, 20%가 안 됩니다”라고 짚었습니다. 특히 특목고나 국제학교 공약은 이행률이 0%였는데, 정부가 특목고를 폐지하겠다며 법까지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이학재 미래통합당 인천 서구갑 후보는 국제고와 하나고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고 합니다. 21대 총선에서 학교를 짓겠다고 공개된 공약은 67건으로 KBS 보도에 따르면 이 중 예산이 공개된 건 21건으로 1조 원의 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드는 철도‧지하철 공약에 비하면 학교는 나은 편이라는 게 KBS 설명입니다. KBS는 “지난 총선 당선자들의 이른바 철도 공약, 289건이 쏟아졌는데 지켜진 건 30%도 안됐습니다”라며 이번 총선 공약들도 따져봤습니다. 4년 전에도 세종갑과 충북 청주흥덕 후보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된 ‘세종역 신설’ 공약, 여야 막론하고 많은 후보들이 약속한 신분당선 연장 공약 등 KBS가 매니페스토본부와 함께 조사한 결과, 수도권 후보들의 철도 공약을 다 합치면 총 102개의 지하철과 철도 노선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중 절반 정도의 노선만 계산해도 83조 원이 넘게 들어 올해 서울‧경기‧인천의 예산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하니, 얼마나 비현실적인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4월2일에는 <국회감시K-‘유치‧조성‧건립’ 약속들… 얼마나 지켜질까?>(4월2일 은준수 기자)라는 리포트로 각종 유치, 조성, 건립 공약들의 저조한 이행률을 전한 KBS가 이런 사태의 원인으로 제도의 허점을 지목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유독 국회의원 후보만 공약서 제출 대상에서 빠져있다는 것이죠. KBS <국회감시K-‘빈 수레’ 공약 되풀이되는 이유는?>(4월3일 신지혜 기자)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66조 1항엔 “대통령,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는 선거공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 바로 다음 2항에서는 “선거공약서에는 선거공약 및 이에 대한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공약서 제출 대상이 아닙니다. 이런 법을 만든 것도 국회의원이라고 KBS는 비판적으로 보도했습니다. 


KBS 보도를 통해 유권자들은 ‘지역민들을 위해 마련했다는 공약들이 얼마나 허구인지 판단할 기준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보도는 공약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선거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하는 이유, 선거 공보물을 무심히 지나쳐서는 안 되는 이유도 알려줍니다. 시민의 진정한 참정권을 실현하기 위한 공익적 보도인 것이죠. KBS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정책 관련 내용들을 애니메이션 등의 시각 효과로 쉽게 전달한 점도 높은 점수를 줄 만 합니다. 말 그대로 좋은 선거보도입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① 유권자의 바른 공약 판단 길잡이로 손색없는 좋은 보도. ② 정치권을 비판하면서도 정치 혐오라는 부작용은 줄일 수 있도록 치밀하게 잘 설계된 기획기사.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3월28일~4월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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