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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박근혜 호, 구조 나선 언론
입력 : 2014-04-26  13:14:31   노출 : 2014.04.26  13:22:29  이완기 언론인 | media@mediatoday.co.kr    

세월호 침몰로 출범 1년을 넘긴 박근혜 호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해외 언론들이 대통령의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가디언>은 “서방에서는 이런 재앙을 겪은 뒤에는 대통령이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세월호 침몰은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선박업주는 폐선 직전의 배를 개조해 객석과 화물칸을 마구잡이로 늘렸다. 규제완화는 무게중심과 하중 등 배의 안전에는 안중에도 없었다. 박봉의 연봉을 받는 비정규직 선장은 구조고 뭐고 제 목숨 구하기 바빴다. 재난신고를 받은 해경은 어물어물 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쳤다. 청와대는 재난의 콘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발뺌했다. 언론은 무더기 오보와 선정성 기사로 피해가족들에게 두 번 세 번 상처를 주었다. 구조적 난맥상의 책임을 통감해야 할 선장 박근혜는 눈치 보는 공무원들은 퇴출시키겠다고 호통치는 것으로 그의 역할을 끝냈다. 피해자나 국민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었고 일말의 책임의식도 없다. 승객을 버리고 빠져나온 선장과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이 무능한 대통령 박근혜에게 쏟아지는 이유이다. 

난파선 대한민국호에서 누구를 믿을 것인가. 사고현장에서 라면 먹는 교육부장관, 계란도 없는데 무슨 황제라면이냐고 변호하는 청와대 대변인, 기념촬영을 하는 안행부 국장도 등장했다. 마침내 쉬고 있는 잠수사에게 잠수복을 입히고 물을 뿌리며 바다 속 시계가 몇 센티미터라는 둥 구조활동 홍보용 인터뷰를 연출하는 쇼까지 벌어졌다. 참으로 한가하고 여유롭고 낯 두꺼운 사람들이다. 기실 이러한 한심한 모습은 이미 박근혜 정권 1년 남짓한 기간 동안에 수차례 보아왔던 터라 허탈하기만 하다.

정치권의 행태 또한 한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재난상황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의식구조는 심각한 수준이다. 의료활동이 미진하다며 진도 현장응급의료소를 “깨버려라”며 막말을 한 신의진 의원, 북한의 지령을 받는 좌파들이 준동할 것이라는 한기호 의원,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이 있다며 실종자 가족들의 공분을 일으킨 권은희 의원, “세월호 침몰사건이 꼭 불행한 것만은 아니며 좋은 공부의 기회”라는 개념 없는 송영선 의원 등의 말들이 회자되면서 국민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이들 입에서 거침없이 나오는 막말들은 국회의원의 호칭을 붙이기조차 민망한 내용들이며 평소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연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런 판에서도 언론은 박근혜 정부 구하기에 전방위로 나섰다.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빌어 “지난밤을 뜬 눈으로 보냈다”며 대통령 동정을 감동으로 전했다. 조선일보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현장 지휘에 직접 나선 경우는 드물었다”고 옹호했다. KBS는 “곳곳에서 쇄도하는 질문에 대통령이 일일이 답했다”고 했고, TV조선은 “험한 분위기가 예상됐음에도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아부성 멘트를 날렸다. 한편 조선일보는 황제라면의 주인공 서남수 교육부장관에 대한 비판적 칼럼을 편집에서 빼는 면밀함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구조를 위한 국민들의 헌신적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하나의 생명이라도 구해보겠다고 민간잠수사들이 나섰고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세월호 침몰 3일째 되는 날 답답한 나머지 다이빙벨 장비를 싣고 진도 구조현장까지 갔다. 하지만 민간잠수사들과 다이빙벨이 해경의 비협조로 철수하고 그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자 우여곡절 끝에 다시 투입하기로 하는 등 해경의 이중적 행태는 박근혜 호의 준비부족과 시스템 붕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다이빙 벨 기술이 수색과 구조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 해경의 구조방식이 최선이 아니라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해 볼 만한 일임은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태도이다. 채널A는 23일 저녁종합뉴스와 24일 오전뉴스에서 ‘주인공 안 바뀐 괴담 되풀이’라며 이른바 괴담론을 다시 들고 나와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 기술을 조롱했다. 

더욱 코미디 같은 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다이빙벨의 주인공인 이종인 대표를 심층 인터뷰 한 jTBC에 대해 여론을 호도했다며 심의를 하겠다고 나선 일이다. 이는 뼛속까지 중독된 방심위 위원의 정파적 심리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일부 방심위 위원은 다이빙벨이 확인돼지 않은 기술이라고 했는데 확인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며 설령 그것이 처음 시도되는 기술이라 할지라도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면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언론이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 편들기에 나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국정원 댓글이 처음 밝혀진 2012년 12월부터 언론은 박근혜 구하기에 적극 나섰다. 보수 언론들은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보도에 대해 “여성을 방안에 감금했다”며 철저하게 박근혜 편을 들었다. 투표 사흘 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무혐의 발표는 국정원의 관권부정선거 범죄를 은폐하고 박근혜의 손을 들어준 또 하나의 관권개입이었지만 언론은 서울경찰청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다.

선거가 끝나고 채동욱 검찰총장의 국정원 수사가 부정선거의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언론은 원세훈, 김용판을 기소한 채동욱 검찰총장 끌어내리기에 적극 가담했다. 국정원과 청와대의 합작에 가세한 언론은 간첩조작 사건에서도 국정원이 증거는 조작했지만 유우성씨가 간첩은 맞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세월호 침몰은 이런 언론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오죽하면 한 고교생이 ‘직업병 걸린 기자들’이라고 비꼬았겠는가.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내던지고 이해관계에 따른 거래와 유착으로 얽혀 있는 오늘의 언론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고액 연봉과 사회적 특권에 만족한다면 그는 기자도 언론인도 아니다. 

오늘의 언론현실은 박근혜에게도 불행이다. 이명박 정권 때도 언론은 온갖 궤변으로 정권을 감쌌지만 정권말기가 되자 죽어가는 권력을 공격하는 하이에나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금 언론은 이명박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포기하고 아첨과 비호로 무능한 박근혜 정권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 비리와 부패에 무감각해진 정권은 독선과 독재로 흐르고 서서히 망가지며 마침내 침몰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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