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vop.co.kr/A00000751085.html

돈과 사람으로 얽힌 해경-해양구조협회-언딘의 ‘유착’
해경이 협회에 정보주고, 협회는 수천만원 연회비·기부금 내는 회원사 챙겨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발행시간 2014-05-08 14:26:17 최종수정 2014-05-08 14:26:17

해양경찰청의 언딘 특혜 의혹과 관련해 눈여겨 보아야 할 단체가 있다. 바로 한국해양구조협회다. 해경은 다른 민간 구난업체와 민간잠수사들의 구조 활동을 통제하면서 유독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에게만 구조활동을 독점적으로 맡겨 해경과 언딘의 유착관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경과 언딘의 관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단체가 바로 한국해양구조협회다.

이 세 단체는 인적으로 서로 얽키고 설킨 관계다. 김윤상 언딘 대표는 해양구조협회 부총재를 맡고 있다. 현재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언딘을 지휘하고 있는 김천일 언딘 이사는 2013년 해양구조협회 구난팀장을 겸직했었다.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 김용환 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 해경의 전현직 고위 간부들도 이 협회 부총재다. 해경 퇴직 간부(경감급) 6명이 협회에 재취업한 바도 있다. 한국해양구조협회를 고리로 해경과 언딘이 매우 밀접한 관계인 것이다.

세월호 침몰, 정박해 있는 언딘 리베로 바지선
세월호 침몰, 정박해 있는 언딘 리베로 바지선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1일째인 26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 수색작업을 위해 언딘 리베로 바지선이 정박해 있다.ⓒ양지웅 기자
 
연회비 1000만원 이상 내면 특별회원 자격 줘
언딘 협회 가입하고 기부금 지출 0원에서 5570만원으로
해경이 구조협회에 정보 주고, 협회는 회원사 챙기고

한국해양구조협회는 2012년 개정된 수난구호법에 설립근거가 마련되면서 2013년 창립했다. 협회 설립목적은 해수면에서의 수색구조·구난기술에 관한 교육 및 조사·연구·개발, 행정기관이 위탁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총재 외에 30인 이내의 부총재를 둘 수 있고, 50인 이내의 이사를 둘 수 있다.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국장,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관,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 해양경찰청 수색구조과장은 당연직 임원이다. 임원은 총회에서 선출하는데 최종적으로 해양경찰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임원 해임도 해양경찰청장의 권한이다. 사업계획 및 예산안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총회의 승인 후 해양경찰청장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협회의 형태는 비영리사단법인이지만 인사권과 예산, 사업계획 등 협회의 실질적 활동 모두를 해경청장의 통제를 받는 사실상 해경 조직인 셈이다.

2013년 협회의 회원모집 공고를 보면 이 협회 회원은 개인회원과 단체회원, 특별회원이 있는데, 개인은 수난구조에 관심이 있거나 능력을 갖춘 자가 가입할 수 있다. 연 3만원의 회비를 내야 하며, 30만원 납부시에는 종신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단체는 구난업, 조선업, 해상손해보험 관련 단체들이 가입할 수 있는데 연회비는 200만원 이상이다. 1000만원 이상의 연회비를 납부하면 특별회원의 자격이 부여된다.

언딘은 협회가 출범한 2013년 회원사로 가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언딘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언딘은 이 해에 5천570만원의 기부금을 지출했다. 특이한 점은 2012년에는 기부금 지출이 0원이라는 점이다. 한 푼도 지출하지 않았던 기부금이 해양구조협회에 가입한 해에 대폭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언딘의 기부금 대부분이 해양구조협회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언딘측에 기부금 내역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협회에 회원사로 가입한 구난업체가 언딘 외에도 있는지 협회에 물었는데, 협회 관계자는 잘 알지도 못했다. 오히려 옆 사람에게 '기자가 언딘 외에 회원사가 있냐고 묻는데? 언딘 밖에 없냐? 모르냐?'라고 반문하더니 "서너군데 있는 모양인데 어디인지는 민감한 문제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둘러댔다.

해경-해양구조협회-언딘 유착의 폐해
세월호 침몰 사건 대응에서 여실히 드러나

협회 가입시에 적지 않은 연회비와 기부금을 내고 언딘이 얻은 이익은 무엇일까? 한국해양구조협회 소개 브로셔에 그 정답이 나와 있다. 한국해양구조협회는 2013년 2월 20일 해양경찰청 홈페이지 공지·공고란에 회원 모집 공고를 올렸는데, 첨부된 소개 브로셔에 회원 가입시 이점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고 있다.

"해양사고 발생시 사고처리, 인명구조 관련 기술자문은 물론 협회 보유 첨단 구난장비를 공동이용하는 등 회원간의 유기적 네트워크를 통해 조난사고 현장에 신속히 동원되어 적극적인 수색구조 및 구난활동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한국해양구조협회를 통해 회원(사)의 권익을 보호 받을 수 있습니다."

즉, 해양 사고 발생시에 해경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얻은 해양구조협회가 회원사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조난사고 현장에 신속히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난업체로서는 정보를 먼저 입수하는 건 회사 이익과 연결된다.

경남지역에서 15년간 구난업에 종사해 온 전문가의 말이다. "육상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경찰에 신고한다. 그리고 정보를 얻는 렉커차가 부리나케 출동한다. 현장에 먼저 깃발을 꽂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해양 사고도 현장에 먼저 도착해서 방제작업이나 구난을 먼저 하는 사람이 임자다. 세월호 사건의 경우, 언딘은 해양구조협회로부터 정보를 얻고 출동했을 것이다."

사람을 구하는 '구조'와 침몰한 배를 인양하는 '구난'은 다르다. 구난은 특정업체와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게 보통이지만, 구조는 시간을 다투는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나 뛰어들어 인명을 구할 수 있다. 해양경찰청장도 인명 구조를 위해 효과적이고 적극적으로 해경에 등록된 구난업체를 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사건의 경우, 인양계약을 맺고 현장에 투입된 언딘이 구조활동도 독점하면서 뒷말이 많이 나왔다. 돈과 인맥으로 얽힌 '해경-해양구조협회-언딘'의 부적절한 관계가 어떤 폐해를 드러내는지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진도 침몰 구조
진도 침몰 구조
16일 오전 9시께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남서방 1.7마일 해상에서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52t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가운데 해경과 군당국이 헬기와 경비정, 특수요원 등을 동원해 수색을 하고 있다.ⓒ뉴시스
 
수입·지출 내역 보면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했는지도 의문
해경, 언딘과 유착의혹 일자 홈페이지 폐쇄해

한국해양구조협회 자체로만 봐도 협회 출범 취지에 맞게 운영됐는지 의문이다. 수난구호법에 따르면, 이 협회 설립목적은 해수면에서의 수색구조·구난 기술에 관한 교육 및 조사·연구·개발 등이다. 그러나 예산 집행 내역을 보면 협회가 제대로 운영됐는지 의문이 든다.

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2013년도 재정보고서'를 보면, 수입내역 중 가장 큰 것은 '기본자산출연금'으로 11억315만원이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와 임원진들이 협회 발전기금으로 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외 수입내역은 회비수입 5억9673만원, 안전부표사업 수입 1억3994만원, 정부보조금사업 9006만원, 연구용역사업 3000만원 등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과 관련해 "마사회 기금으로 안전행정부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안전행정부 민간협력과에 확인해보니, 한국해양구조협회는 '국민과 함께 만드는 행복한 바다'라는 사업명으로 2013년에 5900만원, 2014년에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민간 해양 구조요원 양성 교육'이 사업의 내용이었다. 안행부 민간협력과 관계자는 "정부 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현재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2013년 지출내역을 보면, 일반관리비로 5억2326만원을 지출했다. 협회 직원 봉급, 사무실 운영비 등의 항목으로 보인다. 협회에서 각 지부에 내려보낸 영달금이 4억5733만원이었다. 반면, 구난사업 지원사업비는 1010만원, 교육사업비는 4299만원에 불과했다.

협회에 전화를 걸어 수입·지출내역과 관련해 자세한 문의를 했으나, 협회 관계자는 "관계자가 출장중이다", "나중에 전화를 달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한국해양구조협회는 해경, 언딘과 유착 의혹이 일자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