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9141.html?_fr=mt1

대통령 풍자 스티커 붙였다고 경찰 ‘잠복 수사’까지
등록 : 2014.05.26 19:54수정 : 2014.05.26 22:13 

왼쪽은 이하 작가가 제작한 박근혜 대통령 풍자 스티커.(이하 작가 제공), 오른쪽 사진은 영국 알메이다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킹 찰스 3세’ 연극 포스터(출처는 NB스튜디오)

이하 작가가 제작한 ‘세월호 스티커’ 붙인 사진가 입건
옥외광고물법 위반 적용…작가 “차라리 나를 조사하라”

“공포정치가 따로 있나요? 마음에 들지 않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단 찍어 누르고 보는 게 공포정치 아닙니까?”

‘귀여운 독재자’ 시리즈, 백설공주 옷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 포스터 등 정치풍자 팝아트 작가로 알려진 이하(본명 이병하·46)씨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씨는 최근 침몰하는 종이배를 배경으로 한복 차림의 박 대통령이 등장하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스티커 1만장을 제작했다. 이씨는 “세월호 사고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씨의 작품이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자 곧바로 70여명이 “스티커 부착을 돕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

강원도 강릉에서 프리랜서 사진가로 일하는 함수원(34)씨도 그중 한명이다. 함씨는 21일 강릉 시내에 스티커 작품 23장을 붙였다. 그날 밤 함씨는 집 앞에서 낯선 차량 한대를 발견했다. 차 안에서 함씨 집을 주시하던 남성들은 함씨와 눈이 마주치자 곧 자리를 피했다. 이튿날 사복경찰 4명이 집으로 찾아와 함씨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했다. 함씨는 “경찰에게 ‘어제도 집 앞에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더라. 나를 잡으려고 경찰이 잠복까지 했다니 깜짝 놀랐다”고 했다.

경찰이 함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이다. 경찰은 스티커를 공공시설인 가로등에 붙였다는 것을 문제 삼아 함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와 관련해 이성한 경찰청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원수와 관련된 사안이어서 일단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위법 사실이 확인돼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와서 수사를 한 것뿐이다. 현행법에 의하면 광고물을 가로등에 부착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이 ‘잠복’을 했다는 함씨의 주장에 대해 강릉경찰서 관계자는 “당사자가 그 집에 살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잠복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정민영 변호사는 “옥외광고물 관리법 위반을 구실로 대통령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행위, 나아가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스티커 작품을 만든 이씨도 “거리에 각종 광고물들이 넘쳐나는데, 유독 박 대통령을 풍자한 스티커를 (잠복까지 해가며) 단속한다는 게 말이 되나. 차라리 (작가인) 나를 조사하라”고 반발했다. 이씨는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 대통령을 백설공주로 묘사한 풍자 포스터를 부산 시내에 붙였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지난해 국민참여재판에서 이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외국의 정치풍자 ‘수준’은 어떨까. 영국에서는 최근 찰스 왕세자 등을 풍자하는 <킹 찰스 3세>라는 연극이 상연되고 있다. 이 연극의 포스터에는 왕관을 쓰고 있는 실제 찰스 왕세자의 얼굴이 등장한다. 그의 입에는 테이프까지 붙어 있다. 연극 내용은 한발 더 나아간다. 죽은 다이애나비까지 귀신으로 등장시켜 찰스 왕세자와 왕가를 노골적으로 조롱하지만 누구도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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