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98267

정몽준의 대학로 유세에 환영받지 못한 사람들
[현장]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시위
14.05.30 20:33 l 최종 업데이트 14.05.30 21:07 l 이희훈(leeheehoon) 강민수(comin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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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면담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거리유세 중인 정몽준 후보를 찾아와 처우개선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정 후보 선거 캠프 관계자가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1.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정몽준 후보님,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김순자입니다. 배고파서 못살겠습니다.'

30일 오후 5시경 서울 종로구 명륜동 대명길. 젊은이의 거리 한복판에서 청소노동자 3명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정몽준 이사장, 껌값 주면서 청소노동자 우롱하나', '제 집 단속도 못하는 기 무슨 서울시장을 하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여경 2명을 포함해 8명의 사복 경찰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김순자씨는 "정몽준은 돈을 쌓아놓고 살면서 우린 최저임금만 받고 살란다"며 "가만히 있으면 굶어죽는다, 사람 취급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씨는 "정몽준 얼굴 한번 보겠다고 왔는데 경찰은 혈안이 돼 있다"며 "경찰이 시민의 인도 행진을 가로 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노동자

대명길과 대학로가 만나는 길에서는 침묵시위가 벌어졌다. 하창민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과 김백선 지회 사무장 등 10명의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이날 상경해 1박 2일 일정으로 노숙 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노동권 탄압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파란색 마스크를 낀 이들은 '하청노동자의 죽음 앞에 현대중공업은 사죄하고 노동3권을 보장하라', '하청도 노동3권 보장하라'는 현수막을 들었다. 그들 앞에도 경찰 15~16명이 서 있었다. 

정 후보 연설 앞에서 피켓-현수막 시위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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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접근 막는 사복 경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근처에서 열린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거리유세 도중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노조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산재처리'를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자 사복경찰들이 정 후보에게 접근을 막기 위해 둘러 싸고 있다. ⓒ 이희훈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대학로 거리 유세에 나선 이날 오후, 시민들은 정 후보의 유세에 박수치며 환호했다. 대학생 등 젊은 시민들은 정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었다. 부인 김영명씨는 '박원순의 무상급식, 농약급식이 웬말이냐'는 피켓을 들고 정 후보 곁을 지켰다. 

하지만 이날 정 후보 유세에 환영받지 못한 이들이 있다. 바로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정 후보의 이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돼 있다. 울산과학대는 정 후보가 올해 초까지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곳이다. 이곳 청소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저임금에 시달렸다며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 후보가 내 집안 단속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시장 후보냐"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정 후보가 사장과 회장을 지낸 곳이다. 현재는 정 후보가 1조 원어치가 넘는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사측이 산업재해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한 바 있다.(관련기사 : 울산 현대중공업 노동자 또 사망... 한 달 반 사이 7명)

청소 노동자들은 시위를 벌이는 동안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청소노동자 3명은 정 후보와 면담을 요구했으나 경찰에 가로막혔다. 경찰은 이들의 시위를 불법 시위로 규정했다.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돌발 상황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병력을 배치한 것"이라며 "이들은 2인 이상으로 미신고 불법 집회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몽준 "박원순이 저분들 시위 모르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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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세 도중 생각에 잠긴 정몽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근처에서 열린 거리유세 도중 '급식논란' 피켓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이희훈

이와 동시에 혜화역 4번출구 앞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거리 연설이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이혜훈 공동선대위원장, 김황식 선대위 고문과 나경원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함께 했다. 약 500여명의 달하는 시민들은 정몽준 후보의 이름을 연이어 외치며 유세를 지켜봤다. 

정 후보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을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와 연관 짓기도 했다. 정 후보는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거리 유세에 찾아와서 분위기를 방해하는 분들이 저 뒤에 있다"며 "민주주의 가장 기본은 가장 자유로운 선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박원순 후보가 저 분들이 와서 서 있는데 모를 리가 있겠냐"며 "(서울친환경급식센터) 감사원 감사를 몰랐다고 잡아떼는데, 저것도 몰랐다고 잡아떼겠죠, 만약에 그랬다면 처벌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앞서 찬조연설에 나선 이들은 박원순 후보 흠집 내기에 나섰다. 나경원 부위원장은 "박원순 후보 겪어봐서 좀 안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3년 전하고 똑같다"고 말하자 청중들이 "옳소" 하며 박수를 쳤다. 이어 그는 "친환경 급식이 농약급식이 된 거 다 아시냐"며 "근데 인정하고 시인하고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을 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훈 위원장은 "박 후보는 서울시장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며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 만세' 외쳐도 된다고 말한 사람이 시장 되냐, 안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런 시장은 단 한 시간도 시장하면 안 된다"며 "박원순 아웃이다, 6월 4일에 여러분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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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하필이면 유세장에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근처에서 열린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거리유세에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노조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산재처리'를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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