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639961.html?_fr=mt2

손석희의 ‘JTBC’ vs 최승호의 ‘뉴스타파’
등록 : 2014.05.30 18:07수정 : 2014.05.30 20:49 

세월호 보도 호평받은 두 앵커의 숨은 차이 찾기
시청자 공감 이끌어내는 손석희의 다가가는 열정
냉철하게 추적·분석하는 최승호의 파고드는 냉정





5월8일 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KBS 본관과 청와대 앞에서 사과와 면담을 요구했던 장면은 한국 저널리즘의 역사에서 길이 기억돼야 할 사건이다. 무엇보다 국가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언론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과 시민들이 요구하는 언론의 역할이 언론-권력과의 관계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은 단순히 친정부적 보도를 통해 정권 유지에 기여하겠다는 ‘충성심’에 따라 움직이지만은 않았다. 그 근저에는 격화되는 시장 경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의 위기는 방송사 내부와 외부(정권)의 관계에서 두 가지 경향을 만들어낸다. 하나는 역설적으로 시장의 위기가 방송사로 하여금 섣부른 혁신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KBS나 MBC와 같이 조직 규모가 클수록 내부의 혁신은 힘들며, 수익성 악화는 외주제작사와 같이 유연화된 노동·제작 조직을 통해 상쇄된다. 다른 하나는 이런 위기의 연장으로, 정권과의 관계는 몇몇 인사들의 신분 상승 욕구가 아니라 자신들의 세계(방송사)를 유지·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취재원·독자 대상화… 주류 언론의 정체와 퇴보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모순들의 응집을 보여주었다면 언론 또한 예외가 아니다. 위기란 일상적인 평균율의 세상에서 돌출된 우발적 변이가 아니라, 도리어 국가와 언론의 본질을 보여주는 ‘정상적’ 순간이다. 그래서 세월호 희생자를 교통사고 사망자와 비교했다는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발언과 그 후폭풍은 KBS뿐 아니라 한국 언론의 본질이 드러난 순간이기도 하다.

첫째, 희생자·사고자 수의 비교는 ‘객관성’ ‘중립성’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가장한 한국 사회 내 공동체와 언론 간의 간극을 보여준다. 주류 언론사 데스크들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번 세월호 보도는 늘 해오던 재난 보도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데스크는 서울에 있고, 막내 기자들과 경력 기자 일부가 현장과 중계차를 책임지며, 서울에 있는 기자들은 관계 부처와 업체들의 주변 정보를 수집해 보도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여기에 정규 편성을 취소하고 긴급 편성된 24시간 특보 체제는 현장의 의견보다 간부 회의의 결과에 따라 데스크가 지시하는 아이템과 인터뷰, 그리고 반복되는 재난 현장의 스펙터클로만 채워질 수밖에 없다. 조직과 취재 시스템의 혁신을 오랫동안 미뤄온 조직에서 세월호 보도는 지극히 정상적이었고, 그렇기에 MBC 사장의 말대로 “국민 정서와 교감하고 한국 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요컨대 객관성의 중요한 기준인 취재원과의 ‘거리두기’(Detachment)는 자신들도 그 일부인 시민사회를 대상화하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구축할 강력한 명분으로 작동한다.

둘째,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장을 통한 청와대의 보도 개입을 폭로하고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지난 시기 달라져온 방송과 권력의 관계, 즉 일방적인 정권에의 종속이 아니라 정권에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고 시장 내 지위를 강화하려는 도구적 관계가 드러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1년 KBS가 수신료 인상안 상정을 의결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에게 10여 대의 카메라를 전진 배치하고 “다음 총선 때 봅시다”라며 겁박한 사건은 달라진 방송과 정권의 도구적 관계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취재원·시청자 슬픔에 대한 공감, 실험적 JTBC

세월호 사건이 한국 언론의 본질을 보여주었다면, 차이를 통해 이런 본질을 더욱 명확하게 한 매체들도 있었다. 유가족들의 KBS 항의 방문 때 동행을 요청받았던 JTBC <뉴스9>와 사망한 학생의 학부모가 진상 규명을 원한다며 침몰 당시의 동영상을 전달해준 <뉴스타파>가 그랬다. JTBC는 손석희 앵커를 통해 참사 초기 유가족들과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얻게 된 몇 번의 결정적 계기를 거쳤다. 사고 당일 JTBC의 한 앵커가 구조자 학생에게 시도한 무리한 인터뷰에 대한 사과와 며칠 뒤 실종자 가족과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흘린 눈물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손석희 앵커의 이런 모습은 곧바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대통령 이하 수많은 관료들과 비교되면서 세월호 가족들과 시청자의 거리를 좁히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기존 언론들이 유례없는 재난사고에서도 여전히 취재 관행을 고집하며 세월호 피해 가족들이나 이에 공감하는 시민들을 대상화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였던 셈이다.

손석희의 JTBC <뉴스9>가 주목받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이번 사건이 다른 재난사고와 전혀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의 대형 참사와 달리 이번 참사는 사고의 발생과 원인보다 직후의 구조와 수습 과정에서 더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한순간의 참사로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달리 실로 며칠 동안 수많은 생명의 죽음이 진행형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 보도의 역할은 관계기관의 발표를 전달하고, 구조 현장을 중계하며, 생존자를 인터뷰하는 관습에 국한될 수 없었다. 당장 급했던 것은 왜 빨리 선내의 생존자들을 구하지 못하는지, 구조 인력의 배치와 계획은 어떠한지, 필요한 장비는 무엇인지 등 현장의 목소리였다. 다른 방송사들이 ‘재난의 스펙터클’에 심취해 있을 때, 가장 필요한 보도 태도는 ‘왜 이런 사고가 벌어졌는가?’가 아니라 ‘왜 이렇게 되고 있는가?’라는 진행형의 물음과 당사자인 가족들의 요구 사항이었다. 물론 모든 방송사들이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송사에 가족이란 오열하는 슬픔의 풍경 속 대상일 뿐이지 탑승객 명단, 사망자 실명, 구조 계획 등을 요구하는 주체가 아니었다. JTBC가 파고든 것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사고 바로 다음날인 4월17일, JTBC <뉴스9>는 “오락가락하는 현장 정보”의 문제점, “1분 1초가 급하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비통함, 그리고 방송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구조 상황의 문제를 지적한 학부모 인터뷰를 방영했다. 여기에 KBS와 MBC는 전혀 보도하지 않은 “정홍원 총리 물세례” 소식도 포함됐다.

나아가 <뉴스9>의 차별성은 실종자·사망자 가족, 세월호 전 항해사 및 화물선 항해사, 민간 잠수사, 자원봉사 상담사, 단원고 대책위, 생존자, 심지어 논란의 중심에 선 ‘언딘마린인더스트리’까지 참여한 전방위 인터뷰에도 있었다. 손석희 앵커가 직접 진행한 인터뷰는 그가 지닌 <100분 토론> 때의 출중한 사회자 이미지와 결합해 기자와 앵커가 말하는 ‘인용’이 아닌 취재원의 직접적인 ‘진술’이 됨으로써 시청자에게는 신뢰를, 다른 방송사에는 뉴스 아이템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요컨대 JTBC <뉴스9>는 한편으로 언론에 의해 대상화된 유가족들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함으로써 그들을 주체로 내세웠고, 다른 한편으론 시청자에게는 사과와 눈물로 슬픔을 함께하는 대상이라는 인격성을 획득한 것이다.

 

추적과 분석 통한 팩트주의, 전통적 <뉴스타파>

JTBC <뉴스9>가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슬픔에 대한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냈다면, 또 다른 매체인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조금 다른 지점을 파고들었다. <뉴스타파> 역시 세월호 보도에서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뉴스타파>는 이전까지 주 2회 방송을 업로드했지만, 사고 직후인 4월17일부터 한 달 동안 19일치 뉴스를 업로드했다. 이틀 연속 뉴스가 올라온 날도 자주 있었고, 가장 간극이 길었던 세월호의 보도 휴지기는 3일에 불과했다. 또한 JTBC <뉴스9>와 마찬가지로 다급했던 현장의 상황과 피해 가족들의 요구, 그리고 가족들이 전달한 학생들의 풀영상 공개 역시 <뉴스타파>의 뉴스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시즌2를 시작하며 공표한 ‘탐사저널리즘’이라는 기조를 세월호 보도에서도 유지했다. 굳이 JTBC <뉴스9>와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슬픔에 대한 공감보다 냉정한 추적과 분석으로 세월호 참사의 콘텍스트를 파고들었던 것이다. 세월호 관련 뉴스 아이템을 보면 <뉴스타파>는 정부 재난관리시스템의 문제점, 침몰 당시의 상황 보고서 입수 및 분석, 초기 구조 및 대응의 문제점, 해양경찰과 관련된 비리, 관계 당국의 정보 미공개 등 심층 보도에 초점을 맞췄다. JTBC <뉴스9>와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아이템은 침몰 당시 동영상 관련 보도였다. 유족에게서 동일하게 제공받은 동영상의 보도에서 JTBC <뉴스9>가 당시의 참담함과 슬픔의 공감에 더 초점을 맞춘 반면, <뉴스타파>는 감정적 공감보다 침몰의 원인과 구조 실패의 이유를 찾기 위한 분석 자료로 사용했다. 또한 JTBC <뉴스9>가 일련의 사건으로 다룬 5월8일의 KBS 사태 또한 <뉴스타파>에서는 이미 ‘방송사, 박근혜호 총력 구조에 나섰나?’ ‘세월호 선장이나 언론사 보도국장들이나 똑같다’(5월2일)라는 비평을 내보냈고, KBS 사태 발발 이후에는 청와대 개입에 더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JTBC <뉴스9>가 매일 연속되는 인터뷰와 현장 취재를 통해 다른 방송사에 뉴스 아이템을 제공했다면, <뉴스타파>는 콘텍스트에 대한 취재와 분석을 통해 뉴스 아이템을 제공했다. 물론 두 방송사의 아이템은 모두 다른 방송사들에 반론을 내세울 소스(Source)로 사용됐지만 말이다.

JTBC <뉴스9>와 <뉴스타파>는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피해 가족들과 현장의 목소리, 그리고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낸 소수의 매체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존 방송 뉴스와의 차별성 측면에서는 상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JTBC <뉴스9>는 정형화된 기존 지상파 메인 뉴스의 형식과 취재 방식을 벗어난 방송, 예컨대 손석희 앵커의 표현대로 ‘실험적인 뉴스’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PD 저널리즘’이라는 전통적 뉴스 포맷이면서도, 방송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그러나 탐사 저널리즘의 원칙을 고수하는 ‘전통적인 뉴스’라 할 만하다.

 

자본 경쟁과 정권에 자유로운, 그러나

그럼에도 JTBC <뉴스9>와 <뉴스타파>가 세월호 보도에서 보여준 취재원의 주체화, 대중적 정서의 공감, 그리고 콘텍스트에서 출발하는 심층 분석 등의 기원을 손석희 앵커의 개인적 능력이나 <뉴스타파> 제작진의 오랜 경험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실험적인 9시 뉴스’와 ‘전통적인 탐사보도’가 호응을 얻은 것은 상대적으로 KBS를 비롯한 주류 언론들의 정체와 퇴보에 기인한다. 앞서의 언급처럼 KBS와 MBC의 내부 문제로 가장 심각했던 것은 ‘거리두기’라는 객관성의 이데올로기에 침잠된 사회의 대상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관성이었다. 외부와의 관계에서 권력을 자신들의 보존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도구적 관계의 심화 또한 그 원인이다.

이 두 지점에서 보면 JTBC와 <뉴스타파>는 분명한 차이를 갖는다. 지난해 논란이 되었던 손석희의 JTBC행은 이런 점에서 다시 봐야 한다. 당시의 물음은 ‘손석희 앵커가 왜 종합편성채널로 갔을까?’가 아니라 ‘JTBC는 왜 손석희 앵커를 불렀을까?’가 되었어야 했다. 출범 이후에도 조·중·동이라는 보수 진영에 묶여 있던 JTBC는 종편의 시청자층이 고정되자 이로부터 벗어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더욱이 이명박 정권 이후 지상파는 물론이고 보도채널들까지 천편일률적인 하향 평준화가 이뤄진 경쟁 상황은 JTBC에 리스크를 감수할 혁신을 요구했던 셈이다.

<뉴스타파> 역시 파격적인 혁신은 아니나, 기존 방송 시스템에서 독립한 매체로서 철저히 보도국의 자율권을 부여받았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설령 전통적인 탐사보도의 심화된 버전이라고 해도 간결한 조직 구성과 빠른 결정, 그리고 기동성 있는 취재 방식은 과거 ‘조세회피처’ 보도에서 잘 나타났다. 요컨대 저널리즘에서 그토록 열망하는 전문직주의(Professionalism)가 갖는 양날의 칼인 자기폐쇄성과 자율성 중에서 자율성이 극대화된 매체가 바로 <뉴스타파>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권력과의 도구적 관계라는 측면에서도 두 매체는 상이한 맥락에 놓여 있다. JTBC는 무엇보다 삼성과 <중앙일보>라는 또 다른 자본이 경쟁 상황에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설령 손석희 앵커가 삼성에 대해 날을 세운다고 해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으로서 비판은 언제라도 용인될 수 있다. 이런 토대가 JTBC <뉴스9>로 하여금 권력에 대한 도구적 관계에서 비켜나게 해줄 여지를 만들어준다. <뉴스타파> 역시 3만5천여 명에 달하는 시민의 후원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시장 경쟁과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제작 자율성의 순기능만을 온전히 고수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JTBC에서 손석희라는 컨트롤타워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고, <뉴스타파> 또한 지금 같은 독립 플랫폼(유튜브 등의 웹 중심)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다. 당장 급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JTBC <뉴스9>와 <뉴스타파>의 지속가능성은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뒤틀어지고 몰락한 주류 방송을 향한 자극의 지속 여부가 달린 한국 언론 전체의 문제임은 분명하다.

글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디어 정치경제학과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한국 방송산업의 유연화와 비정규직의 형성’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과학적 커뮤니케이션과 정치적 주체의 형성’ ‘한국 방송산업의 계급 구성과 디지털 테크놀로지’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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