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960
이런 상황은 대형오보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원구조 오보가 대표적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목포 MBC 기자가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본사에 알렸음에도, MBC는 정부가 발표한 전원구조라는 문구를 내보냈다. 이 기자는 “만약 제대로 돌아가는 회사라면, 취재기사를 우선시해서 제대로 된 보도를 했을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보고 기겁했을 것이고, 해경이 유리를 깨고 안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외신들이 묻습니다. 어떻게 대통령을 유지할 수 있냐고”
[현장] ‘청와대 방송에 돌을 던져라’ 토크 콘서트…언론 정상화가 곧 민주주의
입력 : 2014-05-31 22:17:55 노출 : 2014.05.31 22:17:55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방송 카메라 앞에 서야 할 기자들이 광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누군가는 이를 ‘민주주주의 후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이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계속 광장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함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부위원장, 이용마 MBC해직기자,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만났다.
서해성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청와대 방송에 돌을 던져라’ 토크쇼는 공영방송 KBS, MBC 방송의 현실을 공유하고, 그 원인에 대해 짚어보았다. 서해성 교수는 “언론의 현 주소를 짚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언론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로 파업 3일째를 맞는 KBS의 상황의 절망감은 컸다. 함철 부위원장은 “이번에 방송이 어떻게 왜곡보도 되는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대통령 동정 뉴스는 20분 내로 소화하라, 국정원 뉴스는 후반부에 배치하라, 심지어 청와대 출입기자는 누구로 하라는 전방위적인 개입과 통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KBS 두 개 노조 3800여명이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 지난 28일 KBS 이사회가 열리기 전 KBS본관 로비에서 집회를 벌이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사진=KBS본부
함 부위원장은 최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외신의 연락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외신들의 관심사는 KBS가 세월호를 얼마나 잘 보도했는지 여부가 아니”라며 “어떻게 정권이 공영방송 뉴스에 개입하느냐, 또 어떻게 공영방송 사장이 권력자만 쳐다보고 권력자 지시에 순응할 수 있느냐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함 부위원장은 “외신들은 이런 문제가 드러났을 경우, 어떻게 대통령을 유지할 수 있냐고 오히려 물어왔다”고 전하며 “외국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통용될 수도 없는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국이라도 하면 어느 정도 선진국인데, 공영방송이 정권의 ‘개입’을 받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KBS의 파업이 정당하다고 응원했다. 수차례 재판을 거치면서 확인한 사실이다. 그는 “지난 주에 3개의 1심 소송에서 모두 이겼다. 우리가 보도의 공정성을 주장하며 파업 했는데, 3개 소송에서 모두 우리의 파업이 정당하다고 확인해줬다”며 “KBS 기자, 피디들이 좀 더 힘을 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MBC 상황도 만만치 않다. 왜 MBC는 총파업에 들어가지 않느냐는 비판 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이 기자는 “MBC보도의 추축이 파업 중에 들어 온 시용기자, 경력기자들”이라며“실제 뉴스 제작 기자 중 절반을 쫓아내고 새로운 기자로 채운 것. 이들은 정치, 법조 등 핵심 부서를 다 장악하고 회사 경영진과 뜻을 거의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정권적인 회사 경영진과 기자들이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와대 방송에 돌을 던져라' 토크쇼에서 이용마 MBC해직기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제공
이런 상황은 대형오보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원구조 오보가 대표적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목포 MBC 기자가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본사에 알렸음에도, MBC는 정부가 발표한 전원구조라는 문구를 내보냈다. 이 기자는 “만약 제대로 돌아가는 회사라면, 취재기사를 우선시해서 제대로 된 보도를 했을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보고 기겁했을 것이고, 해경이 유리를 깨고 안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사들의 이런 상황은 몇몇 깨어있는 기자들이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민주정부로 통칭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기자들은 입을 모았다. 다만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그 정도가 심해졌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불공정 방송 정도가 아니라, 언론이 흉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을까. 조금은 무책임하지만 기자들은 결국은 시민들에게 그 힘이 있다고 답했다. 이용마 기자는 “정권이 언론을 장악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정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언론이 정부의 말만 받아쓴다면 그 문제는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4대강을 봐라. 4대강 공사가 진행될 때 언론은 침묵했고, 지금 녹조, 상수도 파괴 피해는 우리가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그 부분을 상기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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