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608212014668?s=tv_news


[밀착카메라] '산재 뒤를 밟는다' 일터로 들어간 의료진들

서효정 기자 입력 2020.06.08. 21:20 

[앵커]


밀착카메라는 노동자가 죽지 않을 권리에서 더 나아가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노동 현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늘(8일)도 그 현장의 특별한 사람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노동자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억울하지 않도록 같이 고민하고 애쓰는 의료진들입니다.


서효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박혜영/2015년 메탄올 실명 사건 당시 노무사 : (공장 내부가) 뭔가 절어있고 환기도 제대로 안 되고 뭔가 이상했다고 하더라고요.]


[한혜경/삼성전자 LCD사업장 근무 뒤 뇌종양 산재 인정 : 위험한 건 알죠. 일반 사람들도 알아요. 이거 안 좋을거야. 거기에서 냄새도 나고…]


Q. 어떤 도움을 받았나?

[장향미/과로자살 웹디자이너 고 장민순씨 유족 : 자료 같은 걸 많이 도움을 주셨죠. 증거가 될 수 있을 만한 의학 연구자료라든가…]


[박혜영/2015년 메탄올 실명 사건 당시 노무사 : 초창기에 결정적이었죠. (그분들이 없었다면) 이분들 모두 영문을 모른 채 실명으로 사셨겠죠.]


밝히기 어려운 산업재해 현장엔 그들이 있었습니다.


직업환경의학과 의료진입니다.


의료진들의 하루는 검진 버스를 타고 현장으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노동자들을 위한 특수건강진단을 하러 가는 날입니다.


[김현주/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오늘 마지막 날이라 1일 50명 정도 예상하게 짰는데 김은경 선생님, 미수검자 몇 명 돼요? (다 합쳐서 60명 정도요.)]


오늘(8일) 검진 대상은 대학원생 연구원들입니다.


실험을 하면서 유해 화학물질이나 건강에 해로운 여러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우철/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암실에서 보통 하루에 몇 시간씩 일하세요, 연속으로? (들어가면 일단 30시간 정도 하기는 해요.)]


[김예진/물리학 박사과정생 : 눈을 10초에 3, 4번 깜박여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안 만들어지다보니 눈 시력이나 이런게 되게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하셨어요.]


어두운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것도 직업환경전문의가 보기엔 개선해야 하는 노동 조건입니다.


[정우철/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저희는 아픈 사람을 보려는 게 핵심이 아니라 주변 환경을 보다 보니까, 아프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접 찾아오는 환자들의 진료 상황도 일반 의사들과 다릅니다.


15년 전 반도체를 만드는 일을 했던 신모 씨, 파킨슨병으로 지금은 몸의 근육이 거의 굳었습니다.


[김현주/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지금 회사 다니신 게 000하고 000 이 두 군데를 다니신 거예요, 생산직으로는?]


유해물질 노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의사는 신씨에게 수당 지급 여부를 묻습니다.


[김현주/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초과근무수당이나 이런 게 지급이 됐나요? (안 됐었죠.)]


초과 근무를 했다면 노출량이 기준보다 높았을 수도 있기 때문에 증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환자의 일대기를 받아 적어 산재를 입증하는 게 이들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정한나/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 기자 선생님들 속기하는 거랑 똑같은 거죠. (엄청 계속 적으시고 녹취하시길래 저 취재할 때랑 비슷한 모습이라…) 우리가 놓치는게 있으면 안 되니까.]


다음 날엔 현장으로도 나갑니다.


가볼 곳은 한 대학병원, 병원 내 물품을 멸균하는 중앙공급실에는 다양한 유해 요인이 있습니다.


병원 내 전체적인 물품에 멸균 작업을 위해서 산화에틸렌 가스라는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됩니다.


암이나 불임을 유발할 수 있어서 이렇게 음압시설에 따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병원 노동자들이 특히 노출돼있는 건 소음입니다.


귀마개를 사용하는 건 필수입니다.


[김옥용/병원 중앙공급실 노동자 : 무겁고 날카로운 소리가 나니까 귀에 직접적으로 자극이 오거든요? 한 번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계속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까…]


이런 사업장은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입니다.


[김현주/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어떤 데는 아예 의사를 못 들어오게 하는 데도 많아요. 관리되는 곳에서는 (직업병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게 문제인 거죠.]


특히, 50인이 안 되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업무상 질병에 더 많이 노출돼 있습니다.


작은 사업장의 건강 관리를 맡는 근로자 건강센터가 생겼지만, 다 돌아보기엔 인력도 예산도 충분치는 않은 상황입니다.


[강충원/서울서부근로자건강센터장 : 1% 정도밖에 감당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1인 이상 사업장 포함했을 때 전국에 100만개 넘는 사업장이 있으니까요.]


오늘도 이곳에선 일하다 근골격계질환이 생긴 노동자의 산재 판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하는 일입니다.


(VJ : 서진형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이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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