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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식 비서 공씨, 디도스 사건 '덮어 쓰기' 전전긍긍 했다?
친구에게 "내가 한 일 아닌데 그렇게 될 것 같다"... 
체포 전 수사 정황 파악, 9급 운전기사가 어떻게?
진주 = 정웅재 기자  입력 2011-12-06 13:25:45 l 수정 2011-12-07 00:09:09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일 자신의 9급 비서 공 모 씨가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지시 혐의로 체포된 것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국회를 떠나고 있다.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일 자신의 9급 비서 공 모 씨가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지시 혐의로 체포된 것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국회를 떠나고 있다. ⓒ김철수 기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ㆍDDoS) 공격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9급 비서 공 모(27)씨가 긴급체포 되기 전 지인들과 가진 술자리 등에서 "내가 한 일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 씨와 술자리를 함께 한 인사는 6일 "열흘 전 쯤 공OO이 최구식 의원을 수행하고 진주에 내려왔고,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친구들에게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한 게 아닌데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자리를 함께 했던 공 씨의 친구 장 모 씨가 "네가 한 일도 아닌데 왜 덮어쓰냐"라고 말하며 공 씨와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 씨가 디도스 공격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밝힌 정황은 다른 곳에서도 확인된다. 고교 때 공 모 씨와 인연이 있던 한 대학생은 "공OO이 체포되기 이틀 전 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디도스 공격과 관련) '내가 한 게 아닌데 일이 그렇게(내가 한 걸로)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공 씨와 통화했던 친구에게서 들었다는 것이다. 

최구식 의원은 지난달 말 지역구에서 복수의 일정이 있어서 진주로 내려갔다. 25일에는 진주교육대 대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27일에는 진주 진양호 물 홍보관 앞에서 개최된 '2011 진주마라톤대회'에 귀빈으로 참석했다. 이 시기는 최 의원을 수행해서 진주로 내려갔다는 공 모씨가 친구들을 만나 디도스 공격은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밝힌 시점('열흘 전')과 대략 일치한다. 즉, 최구식 의원을 수행해 진주로 내려간 공 모 씨가 그 틈에 고향 친구들을 만나 속내를 털어놨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발생한다. 공 씨 주변 인사들이 전한 말이 사실이라면 공 씨는 체포되기 전 이미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즉, 지난 1일 체포된 공 씨가 지난달 25~27일 사이에 이미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경찰 내부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공 씨의 단독범행이라면, 국회의원 운전기사에 불과한 일개 9급 비서가 어떻게 경찰 내부 수사정보까지 파악하고 있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경찰 내부 고급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윗선이 있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결국, 경찰 내부 정보를 파악한 공 씨의 윗선이 사건이 드러날 경우 파장을 우려해, 공 씨 단독범행으로 위장하면서 꼬리자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 의문은 사건이 불거진 초기부터 '9급비서에 불과한 공 씨의 단독범행이 아닐 것이다. 배후가 있을 것이다"라는 상식적 의문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공 씨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날인 25일 고향 후배인 IT업체 대표 강모(25) 씨에게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강 씨는 공 씨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회사 직원인 김모(27), 황모(25) 씨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공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공 씨가 최구식 의원의 9급 비서로 차량 운전을 한 말단 직원이라는 점에서 공 씨의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이번 디도스 공격이 선거부정을 목적으로 공당이 국가기관을 사이버 테러한 중대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디도스 공격 지시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가량 금전이 오갔을 것이라는 게 보안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를 고려하면 월급 200만원도 안 되는 국회의원 말단 비서가 이런 엄청난 범죄를 단독으로 저질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진주에서 만난 공 씨 주변의 인사들은 모두 "그런 일을 할 만한 친구가 못 된다"라고 말했다. 진주에서 공 씨와 인연이 있는 또 다른 한나라당 인사는 "공 씨는 말 그대로 수행비서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 씨는 이메일 정도만 확인하는 '컴맹' 수준으로 알려졌다.

진주 = 정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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