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6240600025

200개 항목 체크 했다지만… 청와대 검증 시스템 ‘먹통’만 확인
임지선·심혜리·이효상 기자 vision@kyunghyang.com  입력 : 2014-06-24 06:00:02ㅣ수정 : 2014-06-24 06:00:02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 분석 결과
기초 항목만 제대로 검증해도 ‘의혹’ 쉽게 드러나
“위에서 낙점하니 검증 소홀” 청와대 비판 못 면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고위공직자 인선에 앞서 후보에 오른 인사들에게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를 보낸다. 9가지 항목에 걸쳐 총 200개나 되는 방대한 질문이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확인 결과 김명수 교육부·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와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질문서 가운데 ‘연구윤리’ 항목에서 거의 모두 하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정자들이 사실대로 답변했다면 지금 제기되는 의혹들은 사전에 손쉽게 파악이 가능했던 것들이다. 


■ 교육계 수장, 연구윤리 질문에 모두 걸려

김 내정자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아무런 인용 표시 없이 학술지에 실었고 부교수로 승진할 때 연구실적물로 제출했다. 공동 저술한 논문 4편을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KRI)에 ‘단독 저자’로 올려 실적을 부풀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는 사전 질문서의 ‘자기표절, 연구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례가 있는가’ ‘논문 창작에 기여 없이 또는 기여한 범위를 넘어서 저자로 표시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모두 걸린다. 김 내정자가 거짓 답변했거나, 청와대 검증에서 그냥 넘어갔을 공산이 크다. 송 수석 역시 제자 논문을 요약해 학술지에 실으면서 자신을 ‘제1저자’로 등재했다. 같은 논문을 서로 다른 학술지에 싣는 등 중복 게재한 경우도 3편 발견됐다. 

논문 표절 문제는 더 심각하다. 사전 질문서에는 ‘제자의 연구성과물과 관련된 내용을 본인의 논문에 출처 표시 없이 인용한 사실이 있는가’ ‘본인의 저서, 논문, 연구실적 중 타인의 기존 연구성과물과 유사하거나 중복되어 표절시비의 우려가 있는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이에 저촉된다. 김 내정자는 제자 논문과의 표절률이 88%에 달했다. 그는 제자 논문을 자신의 실적으로 내세워 2002년 6월 정교수 승진 심사를 통과했다. 송 수석의 논문도 제자 논문과 59% 유사했다. 

김 내정자는 ‘연구원, 연구보조원 등에 대한 인건비를 부당하게 지급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걸린다. 그는 제자 논문 및 공저 논문을 교원대 학술지에 실어 총 2500여만원의 학술지원금을 챙겼다.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와 정종섭 내정자는 병역 문제부터 걸린다. 문 지명자는 군 복무 중인 1974~1975년 1년 반 동안 대학원을 다녔다. 정 내정자는 1985~1989년 군 복무 기간에 석사학위를 취득한 데 이어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 “위에서 낙점하면 검증 소홀”

기초적인 사전 질문서 항목만 제대로 검증했어도 이번 ‘인사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청와대는 건성으로 검증했거나, 이런 흠결을 알고도 인선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조각 당시 인사 참사가 빚어지자 “앞으로 사전 질의서를 더욱 보강해 시스템으로 만들고 잘못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과거 인사 파동을 몇 차례 겪었던 이명박 정부도 자기검증서를 기반으로 고위공직자를 사전 검증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 수요가 있을 때 3~5배수로 후보를 올려야 하는데 사전 기초 자료가 없으면 어렵다”며 “자기질문서를 토대로 사전에 기초 검증을 했는데 지금은 당시처럼 관리를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위에서 낙점해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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