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조부 독립투사설은 의문투성이…사망지가 원적지로 둔갑 - 국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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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조부 독립투사설은 의문투성이…사망지가 원적지로 둔갑

뉴스K  |  kukmin2013@gmail.com  승인 2014.06.25  02:45:44  수정 2014.06.25  07:35:22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오늘 사퇴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도 자신은 독립유공자의 후손임을 강조했습니다.

자신의 그릇된 역사관을 혈연으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라는 근거 자체가 빈약합니다.

 

김지혜 피디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문창극 / 전 총리 후보자]

“검증팀이 저의 집 자료를 가지고 보훈처에 알아봤습니다. 뜻밖에 저희 할아버지가 1921년 평북 삭주에서 항일 투쟁 중에 순국하신 것이 밝혀져 건국훈장 애국장이 2010년에 추서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낙마 위기에 몰린 문창극 후보자는 ‘할아버지가 독립투사였다’는 주장을 최후의 반전 카드로 빼들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국가보훈처는 지난 2010년, 문 전 후보자의 조부와 이름이 같은 문남규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습니다.

어제(23일) <조선닷컴>은 “문창극 후보자의 조부가 애국지사 문남규 선생”이라고 보도했고, 보훈처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 후보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근거는 지난 1921년 4월 9일 발행된 상하이판 <독립신문>.

‘대한독립단 약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삭주군”에서 “문남규” 선생이 “순국”했다고 돼 있습니다.

 

 

 

[문창극 / 사퇴 기자회견]

“여러분도 검색창에 ‘문남규 삭주’ 이렇게 검색해 보십시오. 저의 원적은 평북 삭주입니다.”

문 전 후보자의 조부가 평안북도 삭주 출신이고, 독립운동가 문남규 선생이 삭주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동일 인물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는 추론입니다.

[이준식 /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독립유공자가 일단 출신지가 확인이 돼야 되요. 그 다음에 나이가 확인이 돼야 되죠. 그러고 난 다음에 후손을 찾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 경우에는 출신지도 모르고 그냥 삭주에서 전사했다는 것밖에 없고 나이도 몇 살인지 모르는데 단지 삭주라는 지명이 공통적이고 문남규라는 사람 이름이 동일하다고 그래 가지고 그걸 동일인이라고 추정하기가 힘들다는 거죠. 이런 걸 결정하려면 전문가들이 모여서 회의도 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도 생략한 채 뭐가 급해서 보훈처에서 이렇게 다급하게 발표를 했을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보훈처 공훈록에 표기된 문남규 선생의 출생지는 ‘미상’.

[박민석 국가보훈처 공훈심사과]

“아니요. (출생지가) 확인은 안 됐어요. (독립신문만 가지고 동일인이라고 판단을 할 수 있는 건지…) 동일인이라고 저희들이 판단하거나 확정한다고는 아직 할 수 없고요. 그냥 저희들이 확정했다는 말은 (보도자료에) 없었잖아요.”

 

 

 

한자 이름이 같다는 사실도 근거로 제시됐지만, 제주에서 활동한 또 다른 독립운동가 문남규 선생 역시 같은 한자를 쓰고 있습니다.

문 전 후보자는 오전 사퇴 기자회견에서 조부의 3.1운동 이야기를 추가했습니다.

[문창극 / 사퇴 기자회견]

“저의 가족은 문남규, 남녘남자 별규자, 할아버지가 3.1운동 때 만세를 부르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가족사를 아버지 문기섭, 터기, 주석섭자 로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근거는 아버지의 증언 뿐입니다.

[이준식 /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지금 전체 명단은 확인되지 않지만 일부 명단이 확인됩니다. 그래서 명단을 쭉 봤더니 3.1운동 당시 삭주헤서 희생 당하신 분들 가운데 문씨 성을 가지신 분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문창극씨가 사퇴 기자회견에서 할아버지가 3.1운동 당시 순국한 것으로 기억하는 것도 자료로 입증이 안되는 얘기라는 뜻입니다.”

 

조부가 독립 운동가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으면서도 보훈처가 훈장을 수여했다는 사실을 4년이나 지난 지금 시점에서 알게 됐는지도 의문입니다.

문 전 후보자의 주장이 맞다고 해도 결정적인 문제가 남습니다.

[이준식 /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동일인이라고 가정을 해서 할아버지가 설사 독립운동을 했다 하더라도 그 후손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는 데에 대한 면죄부는 안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