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digital/others/newsview?newsid=20140704030509261

'두개의 태양' 둔 행성 발견.. 국내 연구진 주도
한국일보 | 임소형 | 입력 2014.07.04 03:05

충북대 천체물리연구소 중력렌즈현상 이용해 세계 최초 발견
뜨고 지는 태양은 하나, 다른 태양은 우주 저 멀리

충북대 연구팀이 발견한 쌍성계의 모식도. 두 중심별인 모성(Star A)과 동반성(Star B)이 지구와 태양 간 거리(1AU)의 15배만큼 떨어져 있다. 행성(Planet)은 모성에서 지구와 태양 간 거리만큼 떨어진 곳에서 모성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충북대 제공

영화 '스타워즈'에 열광했던 3040 세대의 기억 속엔 '타투인'에서 두 개의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이 각인돼 있다. 주인공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고향이자 제다이 기사 오비완 케노비가 숨어 지냈던 타투인은 영화 속에서 두 개의 별(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으로 나온다. 스타워즈가 만들어진 1970~80년대만 해도 타투인은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행성이었다. 하지만 이후 타투인처럼 중심별이 둘인 쌍성 행성계가 실제로 3번이나 발견됐다. 영화는 그렇게 현실이 됐다.

그리고 오늘, 우주는 베일을 한 꺼풀 더 벗었다. 지금까지 인류가 몰랐던 새로운 쌍성 행성계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과학자들의 예상을 보란 듯이 뒤엎고. 우주는 어쩌면 과학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일지도 모른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타투인 행성. 스타워즈 스틸컷

소원한 두 중심별

새로운 쌍성계와 지구상에서 맨 먼저 조우한 사람은 우리나라가 연구를 주도한 국제공동 연구팀의 과학자들이다. 충북대 천체물리연구소는 "칠레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뉴질랜드 등 남반구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망원경 9대가 우리은하 중심부를 관측한 결과를 연구팀이 함께 분석해 질량이 지구의 2배 가량 되는 쌍성계 행성을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이 행성은 궁수자리 방향으로 약 2만광년(1광년=9조4,670억7,782만㎞) 떨어진 곳에 있다.

이 행성이 속한 쌍성계의 두 중심별(쌍성)은 서로 15천문단위(AU)만큼 떨어져 있다. 지구와 태양 사이 평균 거리(1AU=약 1억4,960만㎞)의 15배다. 이전까지 발견된 쌍성계의 중심별들이 서로간의 거리가 모두 5AU 이하인 것과 비교하면 아주 멀다. 중심별끼리 가까이 있으면 행성은 두 별을 하나로 인식해 두 별을 가운데에 두고 공전하게 된다. 태양계로 치면 태양이 2개인 셈이다.



2011년 미항공우주국(NASA)가 2개의 태양을 가진 행성을 발견했다며 공개한 이미지. 2개의 태양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충북대 연구진이 이번에 발견한 것은 두 중심별의 거리가 매우 멀다. NASA제공

두 중심별 간 거리가 멀어질수록 열역학적으로는 아주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중심별들이 멀리 떨어진 쌍성계가 실제로 우주에 존재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새로운 쌍성 행성계가 과학자들의 이 같은 예상을 깬 것이다. 쌍성 행성계로는 4번째 발견이지만, 두 중심별이 멀리 떨어져 서로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특한 쌍성 행성계를 찾아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쌍성계의 행성은 두 중심별 중 한 별(모성) 근처에서 그 주위만 공전한다. 이 행성에선 태양계와 같은 단성계의 행성들처럼 태양이 하나만 뜨고 지는 것이다. 나머지 한 중심별(동반성)은 모성에서 너무 멀기 때문에 행성에까지 중력의 영향이 미치지 못한다. 우주공간에서 중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동반성의 중력은 모성의 225분의 1밖에 안 된다. 행성 입장에선 매일 뜨고 지는 태양과, 그렇지 않은 또 다른 태양을 가진 셈이다.

연구팀은 모성의 질량이 태양의 약 9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추측했다. 동반성은 7분의 1 정도다. 별의 밝기가 질량의 4제곱에 반비례하니 이들 쌍성은 태양보다 수천 배는 어둡다. 태양계에 익숙한 인류로선 굉장히 낯설지만, 과학자들은 우주엔 태양계 같은 단성계보다 이런 쌍성계가 더 흔할 것으로 추측한다. 사실 밝기 역시 태양이 유별나다. 다른 별들의 평균치보다 훨씬 밝으니 말이다.

지구랑 닮았을까

쌍성계 행성 같은 태양계 밖 외계행성은 1992년 폴란드 과학자들이 처음 찾아낸 이후 지금까지 약 1,800개(푸에르토리코대 행성거주가능성연구소 집계)나 발견됐다. 해마다 100개 가까이 새로운 외계행성이 정체를 드러낸 셈이다. 외계행성 발견의 일등공신은 단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망원경 '케플러'다. 2009년 우주로 올라가 수많은 과학자들의 사랑을 받다 지난해 봄 수명을 다했다. 케플러의 뒤를 이을 망원경 개발 경쟁이 세계적으로 점점 치열해지는 이유다.

충북대가 주도한 이번 연구팀은 케플러와는 정반대 방식으로 외계행성을 찾아냈다. 케플러는 별 주위를 공전하던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잠시 빛에 가려져 어두워지는 순간을 포착해 외계행성의 존재를 알아낸다. 반면 이번 연구팀은 지상의 망원경으로 천체가 밝아지는 순간을 감지했다. 두 천체가 관측자와 일직선상에 나란히 있으면 관측자와 가까운 천체가 돋보기 렌즈 역할을 해 먼 천체가 훨씬 밝게 보이는 원리(중력렌즈현상)를 이용한 것이다. 이 방법은 직접 우주에서 넓은 영역을 관측하는 케플러에 비해 외계행성 발견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망원경 여러 대를 동원해 이런 단점을 극복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외계행성들은 지구보다 수백 배 무겁다. 지구보단 목성과 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쌍성계 행성은 질량이 지구의 고작 2배다. 게다가 모성과의 거리가 지구와 태양 간의 거리와 비슷하다. 혹시 지구와 환경이 비슷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골디락스' 행성이 아닐까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한정호 충북대 천체물리연구소장은 그러나 "모성의 에너지가 너무 작아 행성의 표면온도가 지구보다 훨씬 낮다"며 "생명체가 존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발견한 골디락스 행성은 모두 23개(푸에르토리코대 행성거주가능성연구소 집계)다.

이번 발견으로 태양보다 훨씬 가벼운 별도 행성계의 모성으로 존재할 수 있고, 태양계와 매우 다른 환경에서도 행성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명백히 증명됐다. 우주는 이렇게 늘, 과학의 상식과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인류는, 우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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