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8525.html
골디락스 존을 찾아라
두번째 과학적 사실은 최근 관측된 많은 외계 행성들의 존재다. 어이없을 정도로 광대한 우주의 크기가 그 자체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던져주지만, 과학은 결국 증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거기에 만족해 손을 놓을 수는 없다. 그래서 1980년대 말부터 먼 외계에 존재하는 별들에 부속된 행성들을 찾기 위한 연구가 시작됐고, 21세기에 들어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많은 행성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1천억x1천억개의 별’ 어딘가엔 외계인 반드시 있다
등록 : 2014.07.25 18:49 수정 : 2014.07.26 10:24
외계인과 지구 소년의 우정을 다룬 영화 <이티>(E.T.)의 한 장면. 최근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모습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일 것으로 추정하며 이에 따른 상상도를 제시했는데, 우연히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모습과 꼭 닮았다.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별
외계인은 존재하는가 / 상
▶ 이 우주에서 우리 지구 생물만 산다면 그건 엄청난 공간의 낭비일 것입니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한 이 유명한 말은 단순히 낭만적인 표현이 아니에요. 우주의 크기는 대략 130억광년. 빛의 속도로 130억년을 달려야 끝에서 끝까지 갈 수 있어요. 그 엄청난 공간에 우리만 존재한다는 가정 자체가 비과학적이죠. 과연 외계인은 존재할까요. 그들과 만날 수 있을까요. 여름을 맞아 두 차례에 걸쳐 미지의 존재를 탐험해 보겠습니다.
인류는 적어도 지난 100여년간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왔다. 1898년에 나온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에 이미 지구를 침공하러 온 화성인들이 등장했고, 이를 필두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와 감독에 의해 상상 속의 외계 생명체들이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그려져 왔다.
언젠가부터 정통 과학자들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과학계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자체는 별다른 이견 없이 인정되는 분위기다. 이 주제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질 법한 과학자들이 비교적 늦게 입장을 정리한 이유는 증거를 중요시하는 과학의 속성과 관련돼 있다. 비록 직접적인 증거는 찾지 못하더라도, 그 존재의 개연성을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는 충분히 쌓여야 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도 외계생명체 존재 인정
그렇다면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이 데이터는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인터넷에 넘쳐나는 미확인비행물체(UFO) 사진과 동영상, 외계인 피랍 경험담 등을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그것들 중 과학의 엄밀한 잣대를 통과해 증거로 인정받을 만한 자격을 갖춘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정교한 디지털 합성이 아마추어의 손에서도 어렵지 않게 가능한 요즘, 사진이나 영상의 신빙성은 과거보다 더 떨어졌다. 과학자들이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긍정하는 이유는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영역의 과학적 사실들과 관련돼 있다.
첫번째 과학적 사실은 다름 아닌 우주의 광대한 크기다. 우주의 크기는 지난 수백년간 엄청난 비율로 확장돼 왔다. 물론 우주 자체가 실제로 커진 것이 아니라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가 그만큼 깊어졌다. 2000년 전 고대 그리스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인류에게 우주는 지구와 달, 태양, 그리고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나머지 5개 행성을 뜻할 뿐이었다. 천왕성과 해왕성은 발견되지도 않았고, 드넓은 밤하늘에 반짝이던 수많은 별들은 ‘천구’라고 불리는 하늘의 지붕에 붙은 정체 모를 점들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주창할 시점에 이르러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지동설은 지구와 나머지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사실과 부합하지만, 기본적으로 태양이 우주 전체의 중심이라는 잘못된 관점에 기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맑은 날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은하수가 구름이나 먼지가 아닌 수많은 별들의 집단이라는 사실은 그로부터도 한 세기 이후에 태어난 갈릴레이가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밝혀내게 된다. 태양계 수준에 머물러 있던 우주의 크기가 처음으로 비약적인 확장을 이룬 순간이다.
그리고는 18세기에 들어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변방에 위치할 뿐이며, 또 우리 은하 외에도 다른 은하가 많이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주의 크기는 또다시 수백배 확대되지만, 이 주장은 추론을 통한 가설일 뿐 과학적인 방법을 통한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대략 1920년대에 이르기까지 태양과 지구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라는 관점이 일반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지금까지 광학망원경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은 물론 전파망원경의 등장과 허블 등 인공위성에 탑재된 우주 망원경의 출현으로 우주의 크기는 수백억배 확장되어 왔다. 그래서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 속에는 약 1000억개의 은하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각각의 은하에는 또 1000억개 이상의 태양 같은 별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시 말해 우주에는 적어도 1000억×1000억의 태양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압도적인 수를 근거로 보면 우주에서 오로지 지구에만 생명체가 태어나 진화했다는 생각이 오히려 비합리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사실이 과학자들로 하여금 외계 생명체가 우주 어딘가에는 분명히 존재할 거라는 합리적 추정을 가능케 한다.
우주에는 1000억개의 은하에 각각 1000억개의 태양이 있다 지구형 행성은 또 얼마나 많나
나사는 적어도 20년 안에 외계생명체 발견을 예측했다
우주에 넘쳐나는 물과 탄소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이 지적생명체에 가장 적당하다 이티(E.T.)는 상상만이 아니다
인간의 모습이 지적생명체에 가장 적당하다 이티(E.T.)는 상상만이 아니다
골디락스 존을 찾아라
두번째 과학적 사실은 최근 관측된 많은 외계 행성들의 존재다. 어이없을 정도로 광대한 우주의 크기가 그 자체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던져주지만, 과학은 결국 증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거기에 만족해 손을 놓을 수는 없다. 그래서 1980년대 말부터 먼 외계에 존재하는 별들에 부속된 행성들을 찾기 위한 연구가 시작됐고, 21세기에 들어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많은 행성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천문학자들이 특히 관심을 두고 찾는 행성은 지구와 비슷한 위치와 크기, 조성의 소위 지구형 행성들이다. 토성이나 목성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은 비교적 발견하기 쉽지만 지각이나 바다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편 모성에 너무 가깝거나 멀면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차갑고, 같은 이유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어서 역시 생명 탄생과 진화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래서 지구상의 것과 비슷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지역을 ‘골디락스 존’이라고 부르고, 이 중에서 지구와 거의 같은 쌍둥이 행성을 찾는 것이 최근 천문학계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2009년 외계 행성 탐색의 임무를 띠고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금까지 1000개가 넘는 행성을 찾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그외 세계 각지에 설치된 많은 망원경들이 도합 수천개의 행성들을 발견해서 목록에 더하는 중이고 2018년에 발사될 제임스 웨브 망원경은 적외선을 통해 더 많은 항성 외 천체들을 찾아낼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외계행성 탐색 시스템, KMTNet 프로젝트를 통해 남반구 3대륙에 3개의 망원경을 설치하고 2015년부터 24시간 밤하늘을 감시하며 지구형 외계 행성 추적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현재 생명체가 서식 가능한 행성도 하나둘씩 발견된다. 특히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지난 4월에 발표된 외계 행성 케플러 186F는 크기나 위치 등 각종 조건으로 미루어 지구와 유사한 자연환경을 가졌을 것으로 짐작되고,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이 행성은 인간이 특수 장비의 도움 없이 표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첫 행성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결코 마지막 행성은 아닐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류가 실제로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과 그 증거를 찾을 날은 그리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의 망원경 기술로 행성의 표면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대기 성분에 대해 스펙트럼 분석을 함으로써 생명 활동의 흔적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예컨대 다량의 메탄과 수증기, 오존 등의 존재는 생명 활동의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만약 과학기술 문명을 가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플루토늄 같은 자연계에 존재하기 어려운 원소들이 대기 중에서 발견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들을 기초로, 지난 7월14일 나사는 공개 토론회를 통해 향후 20년 안에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계 생명체의 확실하고도 직접적인 확인은 태양계 안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는 화성 표면의 너른 영역을 돌아다니며 생명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현재도 활동한다. 그간의 연구와 탐사를 통해 화성에 한때 다량의 물이 흘렀던 것은 과학적 사실로 확인되었고, 따라서 박테리아 같은 간단한 생물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과거에 존재했던 원시적 생물의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를 위해 유럽우주국(ESA)에서 2018년 발사를 목표로 준비 중인 화성 탐사 로봇 엑소마스는 지하 2미터 깊이까지 굴착할 수 있는 강력한 드릴을 장착하게 된다.
또 토성의 위성 타이탄과 엔켈라두스(엔셀라두스), 목성의 위성 유로파 등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 특히 엔켈라두스와 유로파의 두꺼운 얼음 밑에는 물로 된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데, 태양에서 멀기 때문에 표면 온도는 영하 100도 이하로 매우 차갑지만 가까운 토성 중력의 영향으로 위성 내부에서 마찰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켈라두스에서는 소금 성분과 유기물을 함유한 300㎞ 높이의 물기둥(얼음과 수증기)이 분출되는 것이 카시니 탐사선에 의해 촬영되기도 했다.
태양계 안에 존재하는 이런 행성이나 위성들에는 인류가 직접 발을 디디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수백, 수천 광년 떨어진 행성의 경우와는 달리 직접 채집하고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렇게 근접한 천체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광대한 우주를 통틀어 존재하는 외계 생명체의 수와 종류는 말 그대로 무한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중 상당수가 인간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지능을 가진 지적 생명체로 진화하고,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문명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중 일부는 고향 행성을 떠나 주변을 개척하고 식민지화하며 조금씩 우주로 생활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외계 생명체는 거의 확실하게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존재들일까. 지구상의 생명체와 조금이라도 비슷할까 아니면 전혀 다를까?
칼 세이건 박사는 저서 <코스모스>를 통해 지각이 없는 가스 행성인 목성에 살지 모를 풍선 형태의 가상적 생명체를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과거에는 만약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각각의 환경 여건에 맞는 형태로 생겨나고 진화했을 거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즉, 지표 온도가 낮아 메탄의 강이 흐르는 곳에서는 액체 메탄이 신체 안에서 물 대신 역할을 할 것이고, 아르곤 가스가 많은 행성에서는 산소 대신 아르곤을 흡입하는 생명체가 살 것이며, 중력이 무척 높은 곳에서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 벽돌 같은 생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은 때로는 어떤 극한적인 환경에도 생명이 생겨나 진화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상대주의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의 관점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외계 생명체의 구조가 지구 생명체에 근거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실제로 우리의 몸을 들여다보면 우주 속에 매우 많고 또 흔한 원소들이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물은 우주 전체에서 절대적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는 가장 단순한 원소인 수소와, 역시 흔한 원소인 산소의 화합물이다. 지구 생명체의 바탕이자 에너지원인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도 역시 단순하고도 흔한 탄소에 기초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인류를 포함한 지구의 생명체들은 단지 지구의 여건에 맞게 탄생한 것만이 아니라 우주 전체에서도 흔하고 기본적인 물질들을 사용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메탄이나 아르곤, 수은, 비소 등을 바탕으로 한 생명 활동보다는 지구에서와 비슷한 환경에서 생명 활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과학자가 예상한 외계인 모습은?
비슷한 관점에서 외계의 지적 생명체 모습을 추론해 볼 수도 있다. 앞에서 말했듯 지구와 유사한 여건의 행성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그 행성의 표면에는 문어나 공, 지네 같은 모습보다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의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을 공산이 크다. 그 이유는 한정된 에너지원을 신체 각 부위에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서는 두세개의 다리와 팔, 한개의 머리, 두개의 눈 정도를 가지는 것이 균형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에게 네개의 다리와 두개의 팔, 8개의 눈이 있다면 지나치게 많은 정보와 명령을 처리하는 데 뇌의 자원을 소모하게 되어 지적 능력은 그만큼 둔화될 것이다. 그래서 외계 지적생명체를 찾는 과학단체인 세티(SETI)의 세스 쇼스탁과 앨릭스 바넷은 이런 합리적 추론에 기초해서 조(jo)라는 이름의 인간형 지적 외계 생명체의 모습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 모습은 우연히도 스필버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이티(ET)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듯 외계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많고 박테리아나 단순한 생명체는 물론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높으며, 나아가 그 생리적 기제나 외형마저 우리와 비슷할지 모른다면 다음 단계의 궁금증은 과연 그들과 교신하거나 만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어떤 이들은 지구상에서 보고되는 다양한 유에프오 현상을 근거로 많은 외계 생명체들이 일상적으로 지구를 방문하고 있다고 믿는다. 나아가 외계인과 직접 대화하고 그들의 비행체에 탑승해 우주를 여행하고 지구 주변의 행성을 다녀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불로불사의 외계인과 교신하며 그들의 가르침을 지구인들에게 전한다는 국제적인 종교단체마저 존재한다.
이런 일들은 과연 가능할까? 다음 편에서 알아보자.
파토 원종우 <태양계 연대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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