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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귀도 못알아듣는’ 김명수 청문회…도대체 어떻게 장관 후보가 됐을까
김명수, 청문회 내내 ‘황당발언’ ‘횡설수설’…“저도 왜 장관 후보자 됐는지 모른다”
최명규 기자 acrow@vop.co.kr 발행시간 2014-07-10 07:20:43 최종수정 2014-07-10 07:00:50

자진 사퇴 요구받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요구받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명수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기침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아직 저도 왜 제가 장관 후보자로 '픽업'(낙점)이 됐는지 모르고 있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언이다. 9일 오전부터 10일 새벽까지 회의 차수까지 변경하며 진행된 '김명수 인사청문회'는 웃지 못할 '블랙 코미디'가 돼 버렸다.

'논문 표절'과 '제자 논문 가로채기', '업적 부풀리기', '사교육 기업 주식 투자' 등 각종 의혹들로 강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그는 청문회를 통해 해명은커녕 '황당 발언', '동문서답', '횡설수설'로 자질 논란만 키웠다. 야당 위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청문회를 계속 해야 하나"라는 한탄이 터져나왔고, 여당 위원들도 "해명이 너무 안 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명수 "30초만 숨쉴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청문위원들은 청문회 초반부터 김 후보자에 대해 사전에 제기된 갖가지 의혹들과 공직 후보자로서의 자질 문제를 놓고 강도 높은 검증에 들어갔다. 김 후보자는 언론에 의해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주장하며 의혹들에 대한 해명에 나섰고, 청문위원들을 향해 "너무 몰아세운다"고 맞서는 한편,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명은 해명대로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고, 무엇보다 그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 측면에서 가장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부분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었다.

새정치연합 박홍근 의원은 김 후보자가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잃었다고 주장하면서 '무신불립(無信不立:신뢰가 없으면 바로 서지 못한다)'의 뜻을 물었다.

김 후보자는 답변을 못한 채 머뭇거렸고, 이에 뒷편에 배석하고 있던 보좌진들이 귀엣말로 내용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결국 제대로 된 답변에 실패한 그는 "제가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은 반복됐다. 새정치연합 배재정 의원이 '경력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1975년부터 서울 강서 중학교에서 윤리교사로 의무복무를 했느냐'는 취지로 물었지만, 김 후보자는 질문을 착각했는지 "아니다"라고 답했다가 거듭된 질문에 "맞다"로 정정했다. "질의할 때 집중해야 한다"는 설훈 교문위원장의 경고도 나왔다.

급기야 김 후보자는 "죄송하다. 제가 너무 긴장을 했다"며 "저에게 약 30초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시겠습니까?"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설 위원장은 한숨을 내쉰 뒤 "청문 대상자인 후보자가 잠깐 쉴 시간을 달라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전 국민도 쉬어야 합니까?"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 유기홍 의원은 "기본적으로 후보자가 질문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가 소통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쉽게 말하면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말귀를 잘 못 알아들은 점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밝혔다.

"저도 왜 장관 후보자가 됐는지…", "제가 적폐 뿌리뽑는 사람 아냐"

김 후보자의 '황당 발언'은 청문회 내내 계속됐다. 그는 '교육부 장관 후보로 내정됐다는 연락을 처음 받았을 때 소회를 말해 달라'는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의 질문에 "아직 저도 왜 제가 장관 후보자로 '픽업'이 됐는지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100년 대계'라는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답변이라기에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의 '2기 내각' 구성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국가 대개조를 통해 대한민국을 바꿔보겠다는 것 아니냐'는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의 질문에 "대한민국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답해 질문자를 당혹케 했다.

김태년 의원이 "논문 관련한 이른바 관행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탈법들이 있는 후보자가 어떻게 불법과 탈법을 책임지고 뿌리 뽑겠느냐"고 다시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제가 뿌리 뽑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뿌리 뽑아서 뿌리 뽑힐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김 의원이 "최소한 그러한 의지와 각오는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지만, 김 후보자는 "뿌리 뽑겠다고 하면 또 가만히 계시겠습니까?"라고 오히려 항변했고, 청문회장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이 입각 제의를 사양했다면 곤욕을 치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김 후보자는 "청문회라는 것을 낭만적으로 생각했다"며 "이렇게 백주대낮에 벌거벗겨져 내동댕이쳐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자신을 향한 검증 공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사회부총리가 총괄하게 되는 정부 부처를 묻는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54조원에 달하는 올해 교육부 예산액도 몰랐고, "일제고사는 반대하는데 학업성취도 평가는 찬성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일제고사'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줄인 표현이다. 박홍근 의원은 "시험 보러 가는 수험생이 시험 과목이 뭔지도 모르고 시험장에 앉아 계시는 거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들 조언 듣는 김명수
교육부 관계자들 조언 듣는 김명수
김명수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교육부 관계자들의 조언을 듣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참사 날짜 묻자 "어, 그게…", 실종자 수 묻자 "7명"

특히 김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이라는 날짜나 '11명'이라는 현재 실종자 수도 알지 못했다. '사회부총리 신설'이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구상의 핵심 중 하나라는 점, 그리고 '무능한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상당하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이는 치명적인 결격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 유기홍 의원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 며칠째인지 아십니까?"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예?"라고 반문했다. 유 의원이 다시 질문을 던지자 그는 "기억은 못 하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유 의원은 한숨을 내쉬며 "참사가 몇월 며칠인지도 모르나?"라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어, 그게…"라며 머뭇거렸다. 뒤에 배석한 보좌진들이 알려줘 김 후보자는 겨우 "4월 16일인가 그렇다"고 답했고, "그것도 뒤에서 알려줘야 되느냐"고 성토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유 의원이 "오늘까지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가 몇 명인지 아느냐"고 질문하자 김 후보자는 황당하게도 "7분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이렇게 무심해도 되느냐!"며 "이제 거취를 명확하게 판단해 주기 바란다"고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를 지켜보던 같은 당의 안민석 의원도 "이 인사청문회를 계속해야 되느냐!"고 분개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한편, 김 후보자는 5·16에 대해 '쿠데타'라는 표현을 피하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5·16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답변해 놓고서 "(질문자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몰고 가서 그렇게 답변했다"거나 "정변이 맞지만 제 생각은 따로 있다"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여당도 '답답'…"대통령 지시도 이해 못해 엉뚱한 답변할 가능성 충분"

이처럼 김 후보자가 기본적인 사항도 모르는데다 '동문서답', '횡설수설' 하는 모습을 청문회 내내 보이면서 여당 의원들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밤 늦은 시각까지 진행된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은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여러 가지 벽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오늘 늘 이런 식이었다. 질문에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엉뚱한 답변을 하시고, '동문서답'. 조리가 없고, '우왕좌왕 발언', 이러신단 말이다"라며 "후보자의 머릿속에 있는 좋은 비전과 철학을 청문 과정을 통해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상일 의원은 또한 "대통령 지시 사항도 이해 못하고 엉뚱한 답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며 "사회부총리로서 다른 관련 장관과 논의할 때 문제의 요점을 제대로 파악해서 해결할지 진짜 물음표가 생긴다"고 김 후보자의 자질에 의구심을 표했다.

청문위원들이 이 같은 의구심을 계속 제기했지만, 김 후보자는 거듭 "사회부총리가 된다면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낙마 위기에 몰린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낙마 위기에 몰린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명수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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