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67749&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가카가 혹시 킬러를? 우리가 가카 킬러다"
[현장] 뉴욕 공연에 열광하는 '꼼수팬'들, "F4 생각에 가슴 떨려..."
11.12.08 16:15 ㅣ최종 업데이트 11.12.08 16:15  최경준 (235jun)

 
▲ 미주 순회공연에 나선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6일 오후 8시(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코프만 센터의 머킨 홀에서 첫 번째 공연을 열었다. ⓒ 최경준

"신변의 위험을 어느 정도 받나?", "가카께서 킬러를 보낸 적이 있나?"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질문을 읽어 내려가자, 관객 절반은 자지러지는데, 나머지 절반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쫑긋 세운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먼저 답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고 국가 기관이 관리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메일 비밀번호가 나도 모르게 자주 바뀐다. (도곡동 사건과 관련 청와대의 대처 전망에 대한) 우리의 대화 내용을 실제 청와대에서 그대로 따라한다. 도청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이어진 김어준 총수의 답변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만 도청을 하는 게 아니다. 24시간 도청하고 있다. 국가기관에 목소리를 알리고 싶은 분들은 저에게 전화를 해라.(웃음) 새벽에 번호가 안 뜨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 '밤길 조심하라'고 그런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밤 눈이 나빠) 밤길을 조심한다."
 
이번엔 관람석에 앉아 있던 450여 명이 한꺼번에 손뼉을 치며 뒤로 넘어간다. '신변의 위협'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전혀 심각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절대 쫄지 마. 씨바!"로 정신무장을 한 '나꼼수'와 그의 '꼼수팬들'답다. 그렇게 '나꼼수'의 미주 순회공연 첫 번째 행선지인 뉴욕 공연은 "닥치고, 투표하자!"는 구호를 향해 신나게 달려가고 있었다.
 
▲ 미주 순회공연에 나선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6일 오후 8시(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코프만 센터의 머킨 홀에서 첫 번째 공연을 열었다. 포토타임 시간에 나꼼수를 촬영하기 위해 관객들이 일제히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 최경준

"정치 얘긴데, 개콘보다 더 재밌다"
 
지난 6일 밤 10시 40분께(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코프만 센터 앞, 조시흔(32)씨가 갓난아이를 안고 상기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섰다. '나꼼수' 공연에 대한 소감을 묻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솔직히 나꼼수를 여기서 처음 봤다, 그 전에는 방송도 한 번 안 들어봤다"며 수줍게 웃는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를 경험하지 않고 직접 만난 '나꼼수'의 맨얼굴에 대한 소감이.
 
"하도 센세이션 해서 궁금해서 왔다. 그냥 개그콘서트 보듯이... 사실 난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나꼼수' 공연이) 예상보다 파격적이다. 기대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공연을 보고 났더니) 뭔가 해야 될 것 같더라. 그냥 아무것도 아닌 작은 목소리 일 수 있지만 그런 것이 모이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
 
조씨의 한 손에는 행사 주최측에서 나눠 준 재외국민선거 등록신청서가 두 장 들려 있었다. 한 장은 공연이 끝나자마자 본인이 작성한 것이고, 다른 한 장은 친구를 주려고 더 챙긴 것이다.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나꼼수' PD인 시사평론가 김용민씨의 성대모사를 꼽았다. 그는 이날 또 다른 출연자인 정봉주 전 의원(민주당)의 빈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깔때기'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정 전 의원은 BBK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외교부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지 못했다.
 
"솔직히 이렇게 제 목소리를 내는 게 두려운 일이지 않나. 그런데 '나꼼수'가 꿋꿋하게, 누가 여기 와 있을지도 모르는데, 얘기가 어떻게 (정보기관 등으로) 들어갈지도 모르는데, 할 말을 다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말 그대로 정말 쫄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미주 순회공연에 나선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6일 오후 8시(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코프만 센터의 머킨 홀에서 첫 번째 공연을 열었다. ⓒ 최경준

'나꼼수'가 뉴욕에 도착한 지난 5일(현지시각) 오전, 공항으로 마중 나갔다가 허탕을 치고 다시 '나꼼수'가 있다는 식당까지 수소문해 찾아온 애니 공(43·뉴욕)씨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나꼼수'가 대신 다 해주고, 게다가 우리가 몰랐던 것까지 알게 해줘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당시 공씨는 어렵게 '나꼼수'를 만났다는 사실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머리털 나고 처음 이런 거 해 본다. 유명한 F4(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어제 밤 가슴이 떨려서 잠도 못 잤다. 아까 공항에 갔을 때 오늘 못 만나는 줄 알고 너무 속상했다."
 
당시 '나꼼수'를 보기 위해 식당에 찾아온 '꼼수팬'은 공씨 뿐이 아니다. 미주 한인여성 커뮤니티인 '미씨USA' 회원 10여 명이 꽃다발을 들고 몰려왔다. 식당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김어준 총수를 발견한 이들은 마치 아이돌을 만난 소녀팬들처럼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그들 중엔 아이를 안고 있던 주부도 있었다. 김혜선(35·뉴저지)씨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6일 다시 '나꼼수'를 보기 위해 공연장까지 찾아온 김씨의 옆에는 남편 김홍순(39)씨와 4살 난 딸아이가 있었다.  
 
"'나꼼수'를 여러 번 듣고, 복습도 했다. 몰랐던 것을 쉽게 얘기해주니까 자꾸 듣게 되고, 더 궁금해져서 스스로 자료까지 찾아보게 되더라. 이미 '나꼼수'를 통해서 한국 사회가 많이 변한 것 같지만 더 많이 변할 것이다. ('나꼼수'가) 나같이 (정치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을 이쪽으로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으니 말이다."
 
▲ 미주 순회공연에 나선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6일 오후 8시(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코프만 센터의 머킨 홀에서 첫 번째 공연을 열었다. 김혜선(35.뉴저지)도 '나꼼수'를 보기 위해 남편 김홍순(39)씨, 딸아이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 최경준

'꼼수팬'인 아내 덕분에 김홍순씨는 요즘 출퇴근을 하면서 라디오 대신 '나꼼수'를 듣는다. 아내가 CD로 구워준 것이다. 20여 년째 미국에 살고 있는 그는 "한국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나꼼수'를 통해서 한국의 다른 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였지만, 일부 '꼼수팬'들은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5시간 이상 먼저 와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안젤라 정(42·뉴저지)씨는 "이렇게 의미 깊은 공연을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즐기고 싶었다"며 "'나꼼수'는 시원하고 재미있다, 정치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꼼수'는 보통사람들의 언어를 쓰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도 들어보라고 추천할 수 있는 방송"이라고 부연했다.
 
공연장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온 '꼼수팬'들은 사인을 받기 위해 준비한 책, 노트, 티셔츠 등을 꺼내들고 '나꼼수' 앞으로 몰려갔다. 한길수(50)씨는 아내 임경연(47)씨가 김어준 총수로부터 사인 받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념이 없다. 그가 '나꼼수'에 열광하는 이유는 정보력 때문이다.
 
"주류 언론을 통해서 나오는 정보는 확실치 않다. '나꼼수'가 그런 언론보다 영향력이 커진 것은 그들의 예측이 맞았기 때문이다. ('나꼼수'가)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말한 것이 허위사실이 아니라 신빙성이 있지 않았나. 국민들이 그런 것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알게 되면 투표할 때 판단이 쉬워진다."
 
김신희(42)씨 역시 "'나꼼수'를 듣지 않았다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진실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겠느냐"고 말했고, 고경리(41·뉴욕)씨는 "언론들이 점점 (정권에 의해) 장악되는 것을 보면서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 '나꼼수'를 통해 다시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 도중 김어준 총수는 2층 관객석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 여성 팬이 움직이는 전광판 앱을 설치한 아이패드를 들고 공연 내내 2층 난간에서 들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아이패드 전광판에는 이런 문장이 흘러가고 있었다.
 
"We Love 나꼼수, 쫄지마 씨바!"
"가슴이 있다면 분노하고 투표하라! - 절벽이라도 투표할께요!"
 
▲ 미주 순회공연에 나선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6일 오후 8시(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코프만 센터의 머킨 홀에서 첫 번째 공연을 열었다. 공연 직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나꼼수'팀. ⓒ 최경준

"가카께서 킬러를 보낸 적이 있느냐"... "우리가 가카 킬러다"
 
이날 공연은 '나꼼수'의 포토타임으로 시작됐다. 관객들은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총수를 향해 "잘생겼어요", "섹시해요", "우유 빛깔, 김어준"이라고 환호했다. 주 기자는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사람이 두 달 만에 잘 생겨지느냐"고 겸연쩍게 웃었다.
 
김어준 총수가 "세계 최초 '시사 F4'가 와야 하는데, F4 마이너스 1이 왔다. F1 정봉주 깔때기를 소개해야 한다"면서 한국에 있는 정 전 의원과의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자 'F3'는 일제히 'F1' 정 전 의원의 '여성 편력' 등에 대한 뒷담화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기자 중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한" 주진우 기자에 이어 "연예인보다 바쁜 시사돼지" 김용민씨가 소개됐다. 김용민씨는 이날 정 전 의원의 빈자리를 의식한 듯,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다양한 개인기를 선보여,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어 최근 최대 이슈로 떠오른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일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벌어진 '기묘한 일'들에 대한 김어준 총수의 설명이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때 마침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던 김용민씨가 "홍준표 완전히 새 됐다, 최고위원들이 다 관뒀다"고 속보를 전했다. 김어준 총수는 "현 정권에 의해 훨씬 더 꼼꼼하고 비열하고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휴식 시간에 김용민씨는 관객들과 함께 캐롤송을 이용한 '가카 헌정송'을 불렀다. 김씨는 "우리의 표는 지켜질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의 표가 도둑질을 당할지도 모르는 위기의 상황을 고국에서 맞이하고 있다"며 "이런 역사를 꿋꿋이 바라보면서 또 다시 이런 역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 김어준 총수는 "가끔 '김어준 뒤에 어떤 세력들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우리 뒤에 세력은 여러분 밖에 없다"고 말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김 총수는 이어 "우리 뒤에 어마어마한 깔때기와 어마어마한 빨대와 우리를 도와주는 큰 자금과 순결한 정치적 후원자들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김 총수는 또 "가카께서 킬러를 보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카에게 우리가 킬러다"라고 답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 미주 순회공연에 나선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6일 오후 8시(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코프만 센터의 머킨 홀에서 첫 번째 공연을 열었다. ⓒ 최경준

"'나꼼수'를 기획할 때 지금의 영향력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김 총수는 "지금은 우리가 예상한 목표의 절반까지 밖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콘텐츠와 인터넷, 스마트폰과 SNS를 잘 활용하면 이 방송 하나를 가지고 방송 3사, 조중동, 국정원, 검찰, 청와대를 상대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는)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수는 특히 "재외국민선거 제도를 만든 것은 저쪽이지만 그 제도를 잘 이용해야 한다"며 "이게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이라고 말해, 재외국민선거 참여와 투표를 독려했다.
 
'한미FTA'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에 계시는 분들은 (한미FTA로 인해) 실제 의료민영화가 되면 얼마나 의료비가 비싸지는지 등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 이를 고국에 알려야 한다"며 "(찬성론자들은) 괴담이라고 하는데, 괴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나꼼수'의 공연에 앞서 '한미FTA'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의 공정무역 워킹그룹의 아담 와이스맨(34)과 노둣돌의 홍석종씨가 무대에 올랐다. 홍석종씨는 "한국 언론의 보수성도 심각하지만 미국 언론의 보수성도 심각해서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그래서 여기 있는 분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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