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9058

"허허허. 낚시해도 물지 않아요"
MB, 로봇물고기 어떻게 홍보했나
2009년 11월 <대통령과의 대화> 출연해 '깨끗한 수질 확보' 강조
14.07.31 14:27 l 최종 업데이트 14.07.31 14:27 l 선대식(sundai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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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11월 27일 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했다. 이 대통령이 사전에 준비한 영상 자료에 '수질조사용 물고기 로봇'이 보인다. ⓒ 청와대

"(물)고기와 같이 노는 거죠. 로봇이. (물)고기와 똑같이 생겼으니까요. 허허허허. 낚시를 해도 물지 않습니다."

2009년 11월 27일 밤, 이명박 대통령의 웃음소리는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대통령은 지상파 3사에서 생중계한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해 로봇 물고기를 처음 소개했다. 미리 준비한 영상까지 내보이면서 "(4대강에) 수질을 탐사하는 로봇을 띄우기 때문에 이중삼중의 (깨끗한) 수질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당시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때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로봇 물고기를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1m가 넘는 로봇 물고기가) 너무 커서 다른 물고기들이 놀란다, 크기를 줄여야 한다"며 꼼꼼히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2010년 로봇물고기 개발 예산이 전액 삭감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로봇 물고기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은 계속됐고, 로봇 물고기는 끝내 4대강을 헤엄치지 못했다. 로봇 물고기 사업이 실패한 것이다. 

지난 30일 감사원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강릉원주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4개 연구기관이 산업기술연구회로부터 57억 원을 지원받아 2010년 6월부터 3년 동안 로봇 물고기 개발 사업을 진행했지만, 로봇 물고기의 성능이 상당 부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결과보고서 조작도 있었다. 특히 감사원의 테스트 결과, 9대 중 7개는 고장 난 상태였다.

로봇 물고기 사업이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 중심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친박근혜계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정몽준·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도 이 대통령을 거들었다. 

MB, 로봇 물고기 적극 홍보... 최경환·정몽준·안상수도 거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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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4월 서울 효자동 청와대앞 '청와대사랑채' 2층에 마련된 4대강 홍보물에서 4대강 수질감시를 위해 투입하겠다는 '로봇물고기'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 권우성

<대통령과의 대화> 방송 당시,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이 높았다. 패널로 나온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에게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쟁점은 한 번 변화된 환경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학계에서는 수질 개선보다는 수질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반대하시는 분들이 '수질이 악화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의 기술수준이 30~40년 전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면서 "지금 대한민국의 강을 복원하는 세계 최고의 설계와 건설 기술을 갖고 있다, 랭킹 1~2위가 한국 기업"이라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국 기업들이) 선진국·후진국 할 것 없이 세계에 나가서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정부가 21세기에 보를 만들어 수질이 나빠지는 계획을 세워서, 그것을 일을 한다고 하겠느냐"면서 "반대하시는 분들도 상당한 숫자는 다 아시면서 반대하는 분이다, 또 모르고 반대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수질 악화 우려에 대한 답변에만 9분 이상 할애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그러자 사회자인 권재홍 MBC 앵커가 끼어들면서 "조금 전에 수질 문제를 말씀하시면서 우리나라의 수질 개선 실력이 세계 최고라고 예를 드셨다"면서 "하이테크 기술이 도입된다고요? 영상 자료 준비가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설명을 해주시죠"라고 말했다.

곧 로봇 물고기 홍보 영상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대통령은 영상 속 로봇 물고기를 두고 "(물)고기와 같은 로봇인데, 강변에 다니면서 수질이 나쁜 데가 있으면 바로 중앙센터에 보고한다"면서 "이 지역의 수질이 얼마라고 하면, 중앙센터에서 바로 대책을 세운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가 대한민국을 녹색성장의 기수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 후 한나라당 지도부도 거들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방송 이틀 뒤 기자간담회에서 "로봇 물고기는 많은 시청자들이 아주 인상 깊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튿날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번에 로봇 물고기를 보신 분들이 4대강 사업이 단순 토목공사가 아니라, 최첨단 공법과 IT기술이 접목된 사업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로봇 물고기 사업 지원을 역설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수중 로봇은 우리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강뿐만 아니라 바다 쪽에도 활용가능성이 많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크기 줄여라" 꼼꼼했던 MB, 이후 침묵 일관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로봇 물고기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방송 4일 뒤에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김상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이만의 환경부 장관에게 "로봇 물고기는 외국에서조차 수족관 외에 현장 검증이 되지 않았다"면서 "실용단계도 아닌 로봇 물고기로 수질 오염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하는 건 국민 우롱"이라고 말했다.

이만의 장관은 "구체적으로 상품이 나온 게 아니어서 환경관리공단 기술진과 4대강 사업추진본부가 협의해야 한다"면서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그 정도로 내용도 없는데 대통령이 발표하도록 했느냐"면서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이 야심차게 발표했는데, 잘 작동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2010년 6월 청와대는 2011년 10월께 4대강에 실제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로봇 물고기를 재차 띄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해 5월 이 대통령이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로봇 물고기 크기가 1m가 넘는다는 보고를 받은 뒤 "너무 커서 다른 물고기들이 놀란다. 크기를 줄여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크기를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참모들의 말에, 이 대통령은 "기능을 나눠서 여러 마리가 같이 다니게 하면 어떤가"라며 '편대유영' 방식을 제안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후 로봇 불고기 개발은 지지부진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로봇 물고기를 거론하는 이는 없었다. 이 대통령도 로봇 물고기를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30일 로봇 물고기 사업을 실패로 규정했지만, 이 대통령을 비롯해 로봇 물고기를 홍보했던 이들은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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